어릴 적에 전쟁 영화에서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나오길래 노르망디가 어딜까 생각했습니다.발음이 비슷한 노르웨이에 있겠지 하고 생각했지요.나중에 지도책 뒤의 색인으로 찾아보니 프랑스 북부지방이었습니다.노르망디가 노르웨이에 있을 거라는 생각은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라틴어가 사용될 거라는 오해처럼 발음의 유사성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지요. 

  기 드 모파상을 좋아합니다.그의 단편 장편 모두요.그의 고향이 바로 노르망디지요.당연히 그의 소설엔 노르망디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모파상의 소설은 전체적으로 비관적 냉소주의가 진해서 절망에 빠진 이들은 읽지 말라고 조언하는 이들도 있습니다.기자 지망생에게 인간말종 기자가 나오는 장편인 <벨아미>를 추천하고 싶진 않겠지요.신학대학 지망생에게 중편 '비계덩어리'를 추천하면 심술궂은 사람이라는 평을 들을 것입니다. 

  '줄르 삼촌'은 그래도 인정미가 새어나오는 단편입니다.국내의 번역본 모파상 단편선 류의 책엔 다 실려있는 소설이니 모파상의 대표작이라 해도 좋겠지요.화자는 만나는 거지에게 돈을 후하게 집어줍니다.그렇게 된 사연을 들려주는 게 소설의 내용이지요. 집안의 말썽꾸러기인 줄르 삼촌이 형(화자에겐 아버지)의 재산을 말아먹고 결국은 미국으로 돈벌러 떠납니다.19세기의 유럽에서 말썽많은 아들은 미국으로 이민보내는 관행이 있었다죠.줄르 삼촌도 그 경우입니다.삼촌이 미국에서 보내온 편지를 보면 미국생활도 안정되고 곧 돈도 많이 벌고 있는 것 같습니다.어머니나 아버지는 말썽쟁이 식구를 내보내니 시원하다고 생각했는데 장사도 자리를 잡고 돈도 번다니 기대가 큽니다.귀국하면 우리도 챙겨주겠지...하고 생각하면서...비록 처음 온 편지 몇 통 빼고는 10년 가까이 소식이 없긴 하지만...

   노처녀인 두 누나 중 한명이 결혼을 하고 가족들은 누나부부를 데리고 여행을 갑니다.여행장소는 노르망디에서 가까운 저지 섬이죠.그런데 그곳에 가는 유람선 위에서 허름한 옷차림을 한 잡역부를 만납니다.아버지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선장에게 그 잡역부가 누구냐고 물어보는데 바로 그가 미국에 있어야 할 줄르 삼촌입니다.선장 말로는 미국에서 거의 거지신세가 된 그를 배에서 일이나 시키려고 데려온 겁니다.아버지는 줄르 삼촌이 행여나 아는 체하면 군식구가 는다면서 모르는 체하라고 어머니에게 쉬쉬하지요.그 광경을 화자는  다 듣습니다. 

  화자는 그 뒤로 허름한 옷을 입고 구걸하는 남자를 만나면 그 삼촌 생각이 나서 돈 몇 푼이라도 쥐어 주게 되었다고 말합니다.집안마다 말썽을 피우는 친척이 한 두명 있기 마련이죠.그런 친척에 대해서 모두들 무슨 전염병이라도 옮길까봐 피합니다.하지만 그 친척의 성격이 난폭하거나 더러운 경우가 아니라면  왠지 모르게 불쌍하고 안됐구나 하는 심정이 들 때도 있습니다.줄르 삼촌이 그런 경우지요.화자는 그런 줄르 삼촌을 못본 체하고 와버린 부모님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이 소설 속엔 안 나와있습니다.문학 지망생이라면 습작 형식으로 그 이야기를 쓸 수도 있겠지요.실제로 제가 서투르게 써본 적도 있었습니다.물론 미완성! 

  소설을 읽으면 거기에 나오는 지명이나 사람들의 풍속에 대해 호기심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저지 섬에 대해서도 그렇지요.제가 20대 초반 이 단편을 처음 읽었을 때 저지가 혹시 젖소 품종인 저지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생각했습니다.그때 가축품종에 대해 한참 관심이 많았을 때지요. 정말 그 젖소가 저지 섬에서 나왔더군요.또 프랑스와 영국 사이에 있는 저지섬은 프랑스 쪽에 더 가깝지만 그 인근의 건지 섬과 더불어 모두 영국령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하긴 포클랜드도 아르헨티나 바로 옆에 있지만 영국령인 경우도 있듯이 섬의 영유권이 그 부근에 있는 나라가 아닌, 먼 나라에 속한 경우가 꽤 있지요.

  요즘 작년에 헌책방에서 구입한 <헨리 제임스 단편선>을 읽고 있습니다.한동안 한국사만 읽었기 때문에 다른 분위기에 젖어보려고요.그 중 한편에 미국에 가서 돈 벌려다 무일푼이 되어 귀국한 뒤 노젓는 배로 관광객을 건네주면서, 돈벌이로 가끔 청부살인도 하는 사나이 이야기가 있습니다.그래서 미국에서 무일푼이 된 사내 이야기가 나오는 '줄르 삼촌'을 다시 읽어보았지요.모파상만큼 제임스도 좋아지려고 하네요. 제임스의 대표작인 <데이지밀러>도 다시 읽어보려고 생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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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10-06-18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단편이 있었군요. 찾아봐야겠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6-18 23:42   좋아요 0 | URL
재미있어요.읽어보세요.

비로그인 2010-06-18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습작으로 쓴 그 이야기....
공개하라 공개하라!!!!

노이에자이트 2010-06-19 15:44   좋아요 0 | URL
뭐...줄르 삼촌 이야기를 조금만 더 굴려서 쓴 거라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요. 별다른 내용은 없어요...원고도 없어졌구요.으흐흐...

blanca 2010-06-19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파상 벨아미는 약간 불쾌하면서도 책장이 휘리릭 넘어가더라구요. 너무 적나라해서 그랬었는지 모르겠지만요^^;; 헨리 제임스 데이지 밀러 펭귄 표지가 넘 이뻐서 호감을 가졌던 기억이 나네요. 어떤 분위기의 소설인지 궁금해집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4-18 20:43   좋아요 0 | URL
모파상 소설은 인간에 대해서 싫어지게 하는 뭔가가 있지요.
데이지 밀러는 분량도 많지 않고 읽기도 수월해요.제임스 소설이 다 그렇듯 미국인과 유럽인의 문화접촉 이야기가 뼈대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