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길거리에서 만난 친구가 나이들어 보이면 나 역시 남들 보기엔 나이가 많이 들어보인다고 생각하라는 말이 있습니다.동창회에 나타난 친구들을 보니 모두 아줌마 아저씨 분위기를 풍기고 있으면 그런 게 실감나지요.늘씬하던 소녀가 허리 굵은 아줌마가 되어 나타나고...가녀린 목소리는 어디 가고 아줌마들의 왁자지껄하는 목소리...특히 웃을 때 아줌마 특유의 목소리...꽃미남이던 남학생이 배가 불룩 나와 있고 목에는 두툼하게 살집이 잡혀 있고...
옛친구들 나이든 모습만 눈에 들어오지만 자기도 그렇게 변해간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많으니 옆에서 깨우쳐 주어야죠,야! 이 친구야.자네도 만만치 않아! 하면서요.그제서야 민망한 듯 피식 한번 웃어주고...순수한 젊음이 솟아오르던 시절 만나서 하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르게 속세의 때가 덕지덕지 묻은 이야기만 하니,어쩐지 그토록 싫어하던 그 기성세대의 모습 그대로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어릴 때 좋아하던 연예인들도 우리가 나이를 먹듯 나이들어 가는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지요.요즘 모 방송국 프로그램을 보니 강수지 누나가 20살 남짓한 누나들인 한선화,김정민의 엄마 역을 하는 내용이 있더군요.생전 나이도 안 먹고 그럴 것 같은 누나였는데...지금의 문근영 누나라든가 소녀시대,카라,티아라같은 누나들도 세월이 지나면 나이가 들겠지요.
요즘 새롭게 알아낸 사실인데, 나이가 들면 자기 나이를 잘 말할 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방송에 나와서 나이를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30대나 40대까지는 나이를 말할 때 국어선생님이 보아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예를 들어 서른네살이라든가 삼십사세라고 하지 삼십넷이라고는 않거든요.사십대들도 마흔네살이라든가 사십사세라고 하지 사십넷이라고 하는 경우는 못봤습니다.그런데 오십대가 되면 쉰넷이라든가 오십사세라고 하지 않고 오십넷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그래서 70대부터는 예를 들어 76세의 경우 일흔여섯이라든가 칠십육세라고 하지 않고 십중팔구는 칠십여섯이라고 합니다.
젊어서 새는 쪽박은 나이가 들어도 샌다는 말이 있습니다.이제 우리가 노인이 되면 지금보다 더 고령화가 진행되어 젊은이들보다 노인의 숫자가 더 많아진다고 합니다.노후대책이라면 흔히 돈을 얼마나 마련해 두느냐를 떠올리기 쉽지만 진정한 노후대책은 착하고 맘씨좋은 노인이 될 준비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그러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부터 마음을 곱게 쓰는 법을 알아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과연 지금의 내 성질대로 나이가 든다면 어떤 노인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지금보다 노인의 수가 두배 세배는 더 된 미래의 어느날 지하철이나 버스안에서, "요즘 젊은 것들은 자리 양보할 줄도 모른다"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노인들이 우글거린다면?
착한 젊은이가 착한 노인이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