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이 히딩크 감독 덕에 호감을 많이 가지고 있는 네덜란드.하지만 외국에서는  네덜란드라고 표기하지 않고 거의 홀란드Holland로 표기합니다.특히 이 나라는 축구와 격투기가 강한데 우리나라를 제외한 그 어떤 나라에서 중계하는 경기도 네덜란드로 표기한 것을 못보았습니다.사실은 한자 문화권에서 쓰는 '화란'이라는 단어도 홀란드에서 소리만 빌려온 것입니다.저도 기록할 때는 '화란'이라고 씁니다. 일본에서는 가타카나 표기로 '오란다'라고 하지요.일본책을 볼 때 제일 헛갈렸던게 바로 이 오란다입니다.이게 대체 뭔가...아...홀란드를 오란다라고 하는구나....그제서야 고개를 끄덕 끄덕... 

  '더치페이'가 독일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저 어릴 때 아직 독일이 동서독으로 분단되어 있을 때는 서독의 경제부흥을 '라인강의 기적'이라고 많이 부러워 했는데 그때 독일인들의 절약정신의 예로 든 게 담배불 일화입니다, 독일인들은 담배불조차 아끼려고 세명이 모여야만 담배불을 켰다는 이야기인데... "거 참 멍청하기도 하네.한명이 담배 피우다가 그  담배불을 다른 이에게 건네주면 됐지,세명이 모일 때까지 기다릴 게  뭐람.그렇게 멍청하니까 전쟁에 두 번이나 졌지"하고 우스갠지 악담인지 퍼부은 한국인이 있었다고 하네요. 

 '더치'가 '도이치'와 발음이 비슷해서 독일과 연관시킨 것 같은데 사실은 네덜란드의 형용사입니다.발음상 전혀 딴판이지요.우리나라에서도 흥행에 성공한 '카리브 해의 해적'에 나오는 '플라잉 더치맨' 역시 화란의 전설에서 유래한 것입니다.화란의 축구선수나 격투기 선수 중에서도 이 별명을 가진 이들이 있지요.

 요즘은 프로복싱 헤비급은 전부 옛소련 국가권에서 장악하고 있지만 발차기 공격을 하는 킥복싱은 화란이 강세입니다.일본에서 주최하는 K-1경기에서도 매해 챔피언은 거의 화란 출신들이지요.화란사람들은 몸이 크고 키도 커서 힘이 센 데다가 잘 가르치는 킥복싱 도장이 많아서 외국선수들이 킥복싱 유학을 올 정도입니다.나라는 작은데 싸움을 상당히 잘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 남아공화국이 아직 흑백 분리 정권이던 1984년에 게리 코에체라는 헤비급 복서가 세계쳄피언이 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당시는 동구나 소련이 사회주의체제라서 프로 경기가 없던 시절이라 미국 흑인들이 프로헤비급 복싱을 쥐락 펴락하던 시절이고(어쩌다 한번 캐나다나 영국선수가 되기도 했는데 역시 모두 흑인챔피언) 가끔 가다 '백인의 희망'이니 뭐니 하고 나선 백인복서들도 모두 흑인들에게 맥을 못추고 패했지요.그런데 그 코에체는 백인이었고 게다가 챔피언이 될 때도 알리를 판정승한 것으로 유명한 레온 스핑크스를 1회에 세번이나 다운시키는 일방적인 경기를 벌여 화제를 모았습니다.남아공도 그때만은 흑인과 백인이 함께 기뻐했다니 요즘말로 국민통합에 이바지한 선수지요.이 선수가 화란에서 온 이주민 후손이었다고 합니다. 

 남아공에 온 화란 이주민을 예전에는 보어인라고 했습니다.바로 보어전쟁에서 영국인들을 혼내주었던 바로 그 보어인입니다.남아프리카는 기온이 좋아 휴양지도 많고(그래서 우리나라의 김태희 누나가 쉬러 가기도 했지요 )지하자원이 많아 유럽인들이 일찌감치 눈독을 들인 곳입니다.우선 먼저 선착한 이들이 화란인들.이들은 트랜스바알 공화국과 오린지 자유국을 세워 주도권을 장악하지요.나중에 영국이 이 곳을 호시탐탐 노리지요.영국은 1899년에서 1902년까지 예상외의 고전 끝에 보어인을 가까스로 물리칩니다.이때 보어인들은 게릴라전 형식으로 영국군을 괴롭혔는데,당시 해가 지지않는다고 기고만장한 영국이 서전에 패하자 고소하다고 박수치던 나라들이 상당히 많았다고 합니다.특히 독일 기관총으로 무장한 보어인이 승승장구하자 독일의 빌헬름 2세가 대톨령이던 크루거에게 축전을 보낸 일화는 유명하지요. 

  2차대전 중인 1941년 독일에는 <크루거 아저씨>라는 일종의 선전영화가 상영됩니다.보어전쟁 당시 영국인과 맞서 싸운 보어인 지도자 파울 크루거를 그린 영화인데 적국이던 영국을 비웃고 독일의 단합을 성원하던 전형적인 선전영화지요.하지만 명감독인 한스 슈타인호프가 만들고 세계영화사에 길이 남을 연기파 배우 에밀 야닝스가 크루거 역을 맡은 이 영화는 상당히  완성도가 높다고 합니다.특히 보어전쟁에는 처칠도 종군기자로 참여했는데 (그가 무슨 역할을 했는지는 지금도 논란이 많음) 당연히 이 영화에서는 처칠을 조롱하고 있습니다. 그는 당시 영국수상이었으니까요.에밀 야닝스는 독일 선전상 요셉 괴벨스가 좋아했다는데 특히 괴벨스는 이 영화가 잘되었다고 흡족해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 상영 당시 화란은 독일 점령하에 있었습니다.1939년 9월 독일이 폴란드를 공격하면서 시작한 제2차 대전은 폴란드 항복 이후 한동안 조용하다가 이듬해 4월부터  독일이 서부전선을 맹타하면서 다시 시작되었는데, 이때 먼저 벨기에 화란 룩셈부르크를 순식간에 점령하고   결국 프랑스의 마지노선까지 격파하면서 전격전이라는 신화를 남기게 되지요.우리나라에서는 작년 가을 <크루거 아저씨>가 상영되었습니다.하지만 나치제국 시대 영화이기 때문에 독일 정부에서도 이 영화에 대해 제한 상영을 요구했고 결국 많은 사람들이 보지는 못했습니다(저도 못봤어요.서울에서만 제한상영했기에). 

 식민지 지배라면 우리도 할 말이 많습니다만, 화란의 인도네시아 지배가 300년이었다면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듭니다.1941년 12월,일본은 진주만 기습과 동시에 동남아 방면으로 부대를 보내 당시 그곳에 주둔중인 영국,프랑스,화란군을 몰아냅니다.일본이 1945년 8월 패전으로 물러가자 동남아 사람들은 독립이 되려나보다 하고 있었는데 예전의 유럽제국주의군대가 "또 이제 우리 차지다" 하고 돌아옵니다.당연히 화란도 군대를 앞세워 인도네시아로 쳐들어 오지요.방금까지 나치독일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강대국의 횡포를 경험해 본 화란이지만 그렇다고 "우리도 그런 서러움을 받아봤으니 그동안 우리가 식민지 지배하면서 얼마나 당신들이 괴로웠겠소...이제 독립해서 잘  사시오."할 마음은 전혀 없었던 모양입니다.결국 인도네시아는 다시 무장독립운동을 벌이게 되고 미국이 중재하여 1947년에 화란은 물러가게 됩니다.물론 그 몇년 동안에 제국주의 군대의 특기인 민간인 학살,고문 등등을 빼놓지 않았지요. 

 풍차와 튤립의 나라로만 알고 있는 화란도 이런 피비린내나는 역사가 있었지요.사실 보어전쟁에서도 보어인들은 영국을 침략자라고 규정하면서 싸웠지만 그 와중에서도 원주민인 흑인들을 혹사시켰습니다.흑인입장에서 보면 왜 자기 땅에서 유럽사람들이 내땅이네 아니네 싸우는지 착잡했을 겁니다.그리고 이제 일본군이 물러갔으니 독립이 되었나보다 하고 있는데 과거 300년간 자신들을 착취하던 화란이 또 군대를 앞세워 쳐들어 왔을 때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그 기분이 어땠을까요.식민지 경영은 마치 마약과 같아서 그 중독성이 강하다는 말이 사실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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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5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25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펠릭스 2009-09-25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의 역사 역시 몇 가지로 요약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매우 단순해짐을 느낍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9-25 22:43   좋아요 0 | URL
만약 그렇게 안 된다면 이 세상 나무가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종이가 많이 소비되겠지요.

비로그인 2009-09-25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인도네시아도 티모르를 괴롭혔던 걸로 알고 있는데 맞나요? 한 때 신문지상의 국제면에 신생독립국 동티모르 라는 말이 꽤 잘 나왔었던 걸로 기억해요. 화란이 물러가자 인도네시아가 티모를 점령,핍박했다는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나네요.

전 오락실에서 게임하면서 홀란드라는 명칭을 알았죠. 때론 오락도 교양에 도움이 되나봐요.

노이에자이트 2009-09-26 09:43   좋아요 0 | URL
수하르토는 부패와 함께 대학살 지도자라는 악명을 떨쳤습니다.수하르토를 밀어내고 쿠데타로 집권하면서부터 좌익척결을 내세워 수십만을 학살하고 나중엔 동티모르에서도 학살...20세기 대학살자 명단에 안 빠지는 독재자입니다.

오락실에서도...배우려고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나 가능하죠.

푸른바다 2009-09-29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식이름은 네델란드 왕국입니다. 홀란드는 네델란드의 한 지역이름이고 좋지 않은 뉘앙스를 갖고 있어서 네델란드 사람을 만나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라고 부르는 나라의 공식이름은 헬라스 공화국이고 그리스는 한 부족명에 불과한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