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이나 자유가 서구적 가치라면서 독재를 합리화하는 일들이 있습니다.그들을 꼬집는 글 

이안 부르마 ----      권위주의적 통치자들은 서방세계에 대해서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그들은 과거에 제국주의로 부터 해방되기 위해 싸웠고 종종 서양의 민주주의 사상에 고취되기도 했다.......그러면서도 그들은 제국주의자들이 자기 통치를 정당화하려고 이용했던 사상에 영향을 받기도 했다.예를 들어 아시아인들이 독립하여 새로운 길을 가게 되자 이 신생국의 지도자들은 "아시아인들은 아직 민주주의를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제국주의자들의 식민사상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아시아인들은 교육을 더 받아야 한다거나, 더 국민소득이 높아져야 민주주의를 할 수 있다거나, 더 덕망을 쌓아야 한다거나 등 등...한 마디로 한다면 이 독재자들에게 국민들이란 '단지,아직은...정도가 아니라 영원히 민주주의를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민주주의와 아시아적 가치>   타임 에세이 콜렉션 97년 영한대역판에서  

  에드윈 라이샤워------근대화가 서구에서 먼저 일어났기 때문에 사람들은 보통 근대화를 서구화와 동일시하는 잘못을 저질러 왔다.확실히 이 변화가 서양에서 먼저 일어났기 때문에 근대화과정에 서양색채가 가미된 면이 있기는 했다.한지만 근대적 기술과 태도는 어떤 의미에서도 특정지역의 전유물이 되거나 특정지역에 국한될 수 없는 것이다.,,,...확대된 교육과 높은 생산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더 많은 자유와 그들 스스로 정치참여를 요구하게 한다.그 결과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향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나타난다.   <동아시아의 근대화와 민주주의>신동아 1987년 9월호에서 

  아시아적 가치가 쟁점이 된 계기는 1994년, 김대중(당시 대선에 패하고 일시 정계은퇴 중)과 이관유(당시 싱가폴 수상)가 벌인 논쟁입니다(이관유가 '포린 어페어즈'3~4월호에서 인터뷰한 내용에 대한 반박으로 김대중이 11~12월호에 글을 기고함).김대중은 "아시아인들도 민주주의를 할 수 있다.민주주의는 서구적인 가치라면서 독재 통치를 합리화하면 안된다"고 했고 이관유는 아시아인들은 민주주의나 인권같은 서양적 가치와는 다른 아시아만의 가치가 있다고 했습니다.이안 부르마는 이관유나 말레이지아의 당시 총리 마하티르를 비판하면서 위의 글을 썼습니다. 

  라이샤워는 하버드 대학에서 "중국학은 존 패어뱅크스,일본학은 라이샤워"로 통했는데 근대화론의 주도자 중 한명이었습니다.근대화론은 냉전 이후 미국의 헤게모니 구축의 기반이 되었지만 같은 근대화론자이면서도 월트 로스토우나 사무엘 헌팅톤은 반공만 하면 독재자도 지지한 반면 라이샤워는 제 3세계의 인권탄압에도 비판목소리를 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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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8-13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독재자들에게 국민들이란 '단지,아직은...정도가 아니라 영원히 민주주의를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독재자의 심리를 꿰뚫고 있네요. 집권연장을 위해 무슨짓이든 하는 독재자들의 말로는 추방되거나 총을 맞거나. 그런거 보면 북조선은 참 불가사의해요.

노이에자이트 2009-08-14 00:19   좋아요 0 | URL
이안 부르마는 역시 일급의 통찰력을 가지고 있지요.
조지 부시 행정부 때 국무장관을 하던 콜린 파월이 북한은 치밀한 협상을 하는 나라라고 인정했더군요.1994년 김일성 사망 때도 곧 북한이 붕괴한다고 한 전문가들이 많았는데 아직도 북한은 건재하지요.

카스피 2009-08-13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시아적 가치는 이미 한물 간 코드아닌가요? 세습 독재를 추구하는 싱가폴의 이광요나 김정일정도만 전가의 보도처럼 쓸 단어지요.

노이에자이트 2009-08-14 00:17   좋아요 0 | URL
단지 권력자들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보통사람들도 많이 악용하고 있지요.권위주의적인 인습을 정당화하는 이들은 단지 정치지도자에 국한되지 않습니다.위에서 언급한 이광요의 글을 보시면 문화나 전통으로 합리화되는 일상의 인습이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람혼 2009-10-22 0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싱가포르에 공연하러 갔다가 극장관계자 중 20대 초반의 한 분과 싱가포르 정치와 아시아 정세에 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리콴유(李光耀) 수상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보면서 특히 놀랐던 점은, 싱가포르의 젊은 층은 대체로 리콴유 수상의 '장기집권체제'에 대해 거의 문제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그들은 계속해서 잘 해왔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 그리고 반대로 오히려 이른바 '구세대'들이 오히려 '리콴유 체제'에 대해 염증과 불만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른바 '아시아적 가치'는 박정희의 '유신 체제'와 김일성의 '주체 사상' 이후에도 현재까지 계속해서 변주되고 재생산되는 느낌이 여전히 있습니다. 이는 사실 일제시대나 해방공간에서 임화나 안함광 등 카프의 핵심 구성원들이 겪었던 '국제주의-민족주의' 논쟁을 연상시키는 감이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임화가 안함광보다 더 치열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이에 맞닿아 있는데요, 이식문학론 이후 임화 사상의 기저와 주위에는 항상 저 '아시아적 가치'라는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글쓰기의 실행도 언젠가 꼭 감행해보겠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8-14 16:27   좋아요 0 | URL
싱가폴에서 좋은 정보를 얻어오셨군요.역시 여행도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지요.이광요는 학벌도 좋아서 그런지 그 양반 주장은 상당히 해박한 지식과 나름대로의 논리가 설득력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맥락을 모르는 사람을 휘어잡는 데가 있지요.

용어는 다르지만 아시아적 가치와 비슷한 논리는 역사에 사례가 많을 것입니다.일제시대 때 특히 중일전쟁에서 일본이 승승장구할 때 무렵 상당수의 조선지식인이 일본의 저력에 찬탄하기 시작하고 특히 태평양 전쟁 발발 이후 '근대의 초극'문제는 상당수 지식인들을 매혹시킨 것 같습니다.역시 서구에 대항하는 논리로서의 아시아 운운하는 담론은 여러가지로 변하면서 계속 증식해 나가고 있지요.

람혼 님의 글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