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박상우가 신간을 냈는데 소설이 아니라 소설가 지망생을 위한 책이라더군요.작가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 같아서 책을 냈다고 합니다.쉽게 말해서 등단하기도 어렵지만 그 후에도 어렵다는 것이지요.전업작가의 길은 힘들어서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작가들이 많다는 겁니다.아무래도 작가들 중에 나은 부류가 대학 교수나 초중고 교사직을 하면서 글을 쓰는 경우지요.그렇지 않은 경우는 특히 노년에 어려운 생활을 많이 하나 봅니다.
최근에 소설가 천승세의 근황이 신문에 나왔습니다.바닷가를 배경으로 한 소설로는 호남출신 중에 장흥에 한승원이 있고 목포에 천승세가 있지요.직접 체험을 바탕으로 갯가 냄새 물씬 풍기는 소설을 쓰기로 유명한 천승세...그런 그도 칠십고개에 들어섰는데 생활이 많이 어렵다고 합니다.고향인 목포에서 살고 있는데 최근 계단에서 넘어져 앞니가 빠졌는데 치과 갈 돈이 없을 정도라고 하니까요.그나마 정부에서 보조금이 나오지만 한 달 80만원 정도라고 합니다.천승세가 무명작가도 아니고 문학상도 타고 한때는 꽤 이름도 있었는데도 이 정도니...다른 사람은 더 말할 나위가 없지요.미군기지를 다룬 소설 '분지'로 사상탄압까지 받았던 남정현도 생활이 어렵다고 합니다.전업작가들의 상당수가 노년에 이런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전업작가들 중에서도 이청준이나 이문구 등은 문단권력이라고 할 만한 것을 누리다가 간 작가라고 봐야지요.동인문학상 심사위원을 했으니까요.박완서도 문단에선 거의 왕언니이고 조선일보에 기고도 하니까 형편이 낫습니다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어렵게 사나 봅니다.지금의 젊은 작가들 상당수도 나중에는 그런 길을 답습할 것 같구요.
을유문화사에서 30년 전에 '한국출세작가집'이란 걸 냈습니다.유명작가의 초창기 작품집인데 당연히 천승세 작품도 있습니다.출세작가라는 제목자체도 지금 생각하면 좀 우습지만 그 당시 출세작가들도 이제는 잊혀졌거나 잊혀지지는 않았더라도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 많은가 봅니다.누구나 작가를 지망하는 젊은이라면 자신의 책이 잘 팔려서 돈과 명예를 거머쥐는 꿈을 갖고 있겠지만 현실은 녹록치가 않지요.저번 주 일요일 도전 골든벨 시간에 천승세의 희곡 '만선'이 문제로 나왔습니다.고교생들의 국어시간에도 다루는 작가가 지금은 그렇게 어렵게 살다니...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어선에 고기를 가득 싣고 항구에 들어오는 만선...풍요의 상징이지요.하지만 풍요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면서 병원가기도 어려운 생활을 하는 작가와 묘한 대조를 이루더군요.
아마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작가 지망생들은 더 많을 것입니다.그 출세작가집의 작가들 이름을 훑어 보면서 지금은 이 사람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