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송건호가 아직 젊은 40대였던 1974년 <여성동아>에 실은, '살기 어려운 세상'이라는 글의 일부입니다.당시는 종이에 글 쓰는 시절이었지만 그 내용은 오히려 개인 블로그를 통해 그 누구나 글을 쓰는 요즘에 더 새겨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옮깁니다.
"글쓰는 사람은 따라서 절대로 기분에 따라 이렇게 혹은 저렇게 횡설수설해서는 안된다.그 글에는 논리가 일관되어 있어야 하고 전에 쓴 글과 다음에 쓴 글 사이에 모순이 없어야 한다.어떤 때는 이런 소리를 하고 어떤 때는 저런 소리를 하는 식의 글을 써서는 안된다.한줄의 글도 마음에 없는 글을 무책임하게 쓰는 일이 없어야 한다."
"글이라는 것은 활자가 되어 오래 오래 남는다.남는 데 그치지 않고 어느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어 별의별 사람들이 다 읽는다.글을 쓰는 당사자는 그때 그때 별생각 없이,또 궁한 나머지 원고료 몇 푼 때문에 마지 못해 원고용지를 메우는 경우도 있지만 일단 활자가 되면 이미 그 글은 필자의 손을 떠나게 된다."
"글쓰는 사람은 글의 내용과 자기의 생활에 모순이 있어서는 안된다.글로는 부정부패를 증오하는 듯 주장하면서도 실생활은 글 내용과 전혀 다른 생활을 하는 이들이 있다.부패의 지탄을 받는 인사가 부패를 가장 증오하는 듯한 글을 쓰는 것은 사람을 웃긴다."
"정치인이 국민에 이것 저것 공약을 했으면 지켜야 하듯 문필가도 독자 앞에 어떤 주장을 했을 때 그런 생각과 최소한 모순되는 생활을 하지 말아야 한다.글과 생활은 한 인간의 인격을 통일시켜야 한다."
송건호<민족지성의 탐구>(창작과 비평사1978) 318~319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