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송건호가 아직 젊은 40대였던 1974년 <여성동아>에 실은, '살기 어려운 세상'이라는 글의 일부입니다.당시는 종이에 글 쓰는 시절이었지만 그 내용은 오히려 개인 블로그를 통해 그 누구나 글을 쓰는 요즘에 더 새겨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옮깁니다. 

 "글쓰는 사람은 따라서 절대로 기분에 따라 이렇게 혹은 저렇게 횡설수설해서는 안된다.그 글에는 논리가 일관되어 있어야 하고 전에 쓴 글과 다음에 쓴 글 사이에 모순이 없어야 한다.어떤 때는 이런 소리를 하고 어떤 때는 저런 소리를 하는 식의 글을 써서는 안된다.한줄의 글도 마음에 없는 글을 무책임하게 쓰는 일이 없어야 한다." 

  "글이라는 것은 활자가 되어 오래 오래 남는다.남는 데 그치지 않고 어느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어 별의별 사람들이 다 읽는다.글을 쓰는 당사자는 그때 그때 별생각 없이,또 궁한 나머지 원고료 몇 푼 때문에 마지 못해 원고용지를 메우는 경우도 있지만 일단 활자가 되면 이미 그 글은 필자의 손을 떠나게 된다." 

 "글쓰는 사람은 글의 내용과 자기의 생활에 모순이 있어서는 안된다.글로는 부정부패를 증오하는 듯 주장하면서도 실생활은 글 내용과 전혀 다른 생활을 하는 이들이 있다.부패의 지탄을 받는 인사가 부패를 가장 증오하는 듯한 글을 쓰는 것은 사람을 웃긴다." 

 "정치인이 국민에 이것 저것 공약을 했으면 지켜야 하듯 문필가도 독자 앞에 어떤 주장을 했을 때 그런 생각과 최소한 모순되는 생활을 하지 말아야 한다.글과 생활은 한 인간의 인격을 통일시켜야 한다."

     송건호<민족지성의 탐구>(창작과 비평사1978) 318~319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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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9-05-21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언젠가부터 생각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진중권이 예전 쓴 '글쓰기의 영도'라는 글이 생각나네요. ^^

노이에자이트 2009-05-21 23:21   좋아요 0 | URL
오...그런 생각을 하셨군요.

비로그인 2009-05-21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긴장하라는 일침이네요.

노이에자이트 2009-05-21 23:22   좋아요 0 | URL
예.글은 끝까지 남으니까요.

쟈니 2009-05-22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활자가 되면 이미 그 글은 필자의 손을 떠나게 된다" 이 부분은 저도 무척 주장을 많이 했던 부분입니다. 글은 써서 한명이라도 읽은 이상 쉽게 수정해서나 지워서도 안된다고 생각해요.. 아무튼, 글이란 신중하게 써야한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됩니다. 실천없는 글쓰기는 무의미하다는 생각도...

노이에자이트 2009-05-22 16:02   좋아요 0 | URL
남에게 보일 것을 예상한 글쓰기는 특히 그래야죠.

후애(厚愛) 2009-05-22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쓰기가 쉬운 줄 알았는데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을 쓸 때 신중하고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노이에자이트 2009-05-22 16:02   좋아요 0 | URL
말과 글로 친구도 만들 수 있고 적을 만들 수도 있으니까요.

率路 2009-05-23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구글에서 제 아이디 넣고 검색했더니 참 민망하더라구요.
사소한 글이라도 아무 생각없이 막쓸것이 아니구나 뭐 그랬죠..-_-;;;;;

노이에자이트 2009-05-23 15:25   좋아요 0 | URL
감정적으로 감당 못할 일이 있을 땐 하루 쯤 지나 글을 쓰든가 그럴 때일수록 더 자제하며 글을 써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