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저것 책을 읽는 편이지만 지금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습니다.다음의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요? 

1,노예에게 자비롭게 대하지만 정작 노예해방은 반대하는 노예주와, 노예해방의 열렬한 투사이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흑인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나이...누가 더 나쁜가요? 

2.열렬한 페미니스트이지만 정작 자기 올케에겐 철저하게 못된 시누이 노릇하면서 가부장제적인 횡포를 부리는 여인과, 올케에게 따뜻하게 대하면서도  가족법 개정 등에는 반대하면서 보수적인 운동을 하는 여인...누가 더 나쁜가요? 

3.정당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부당한 수단을 쓰는 자와 부당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당한 수단을 쓰는 자...누가 더 나쁜가요? 

4.구조적 폭력의 희생자와 혁명적 폭력의 희생자...어느 쪽의 희생자 수가 더 많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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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9-02-25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너무 어렵군요. -_- 2번과 같은 현실을 목격하거나 경험할 때가 종종 있죠.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일 수 있는데, 갑자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한 분이 인터뷰에서였는지, 책에서였는지 모르겠는데, 이런 말을 한 게 생각나요. (정확한 문장은 아닌데) "저는 평화를 사랑하지만, K1이나 격투기를 보는 것이 즐겁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데서 어떤 '모순감'을 느낀다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모두 같은 이름으로 불리지만 개개인마다 조금씩 그 선언의 이유는 다를 수 있죠. 그래서 저는 이게 모순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데, 그 섬세한 이유들을 비켜나가 덩어리로 볼 때는 모순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09-02-26 00:17   좋아요 0 | URL
2번은 일상생활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제 친구는 명절날 처가집에 갔는데 늘 남녀 평등을 강조하던 아내가 얼마나 못되게 시누이 노릇을 하던지 한마디 했다가 난리가 났다고 합니다.
운동경기는 싸움이나 폭력은 아니라고 하면 될까요? 예를 들어 복싱이나 격투기에서 두 선수가 감정이 격해져서 시합이 아니라 거의 싸움까지 하게 되면 심판은 경기를 중지시키고 두 선수에게 주의를 주지요.분명히 일정한 규칙을 지키고 싸우는 게 운동이니까요.

비로그인 2009-02-26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어려운 질문이네요. 당장에 답을 못하더라도 자신이 이 질문이 묻는 곳에 서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 그게 긴장이라고 생각해요. 학교 교육 현장에서도 이런 질문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이런 질문을 통해 미리 그 입장이 돼보면 훗날 질문의 의미를 현실로써 절감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질문들이 없으니까 공무원들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횡령하는 것 같아요. 롯데월드 관련 공군의 태도도 그렇고요.

노이에자이트 2009-02-26 01:06   좋아요 0 | URL
대답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상당히 불편하기도 하지요? 저 먼 구름 속에 살 것 같은 사람들 욕하는 건 쉽지만 정작 자신의 잘못은 합리화하면서 사는 게 인간이니까요.

turnleft 2009-02-26 0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질문의 의도를 벗어나는 답이겠지만(^^;), 저한테는 누가 더 나쁜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도덕적 판단의 목적은 남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데 있다고 보거든요. 질문과 같은 양자택일로 제 도덕적 선택의 가능성을 제한할 필요는 없겠죠..

노이에자이트 2009-02-26 23:30   좋아요 0 | URL
자기자신에 대한 성찰이 중요하지요.

비로그인 2009-02-26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롭군요. 일견 저로서는 쉬운 선택입니다.

1. 후자
2. 전자
3. 후자
4. 전자

전 일단 이렇게 설정하고 출발하겠습니다. ^^

노이에자이트 2009-02-26 23:30   좋아요 0 | URL
하하하...아주 명쾌합니다.

[해이] 2009-02-26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Gene님과 뜻을 같이 하네요ㅋㅋ 다 후자입니다ㅎㅎㅎ 물론 문제는 많지만 ㅠ

노이에자이트 2009-02-26 23:31   좋아요 0 | URL
오호라...

Mephistopheles 2009-02-26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Gene님과 뜻이 같습니다. 1,2번은 위선으로 보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2-26 23:31   좋아요 0 | URL
좀 더 자세한 말씀을...궁금궁금...

2009-02-27 1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27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28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28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땡땡 2009-02-26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학을 공부하게 되면 제도 안에서든 밖에서든 여성학 방법론(인식론)을 배우거나 공부하게 됩니다. 거기서 남겨야 할 단 한 가지 단어가 있다면 "맥락(Context)"이라고 생각합니다(최소한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많은 분들이 제게 동의할 것이라 믿습니다).

'맥락'을 강조하는 것은, 단순히 그 사건이 놓인 상황을 잘 살펴보자는 얘기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A냐 B냐만 가능하게 할 뿐, 그 모든 것일 수도 그 모든 것이 아닐 수도 있는 그 모든 것들을 배제하는 이분법, 그리고 그에 기반한 차별에 대한 반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맥락 없이 이분법적으로 던져진, 2번과 같은 질문에는 답할 수가 없습니다. 그 사람이 평소에 어떻게 '열렬한 페미니스트'인지, '철저하게 못된 시누이' 노릇이란 어떤 것인지, 저는 잘 모르겠거든요. 예를 들어 저는, 평소 제 어머니께 전화 한 통 없는 오빠의 배우자가 좀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화통화 자체를 싫어하는 제 오빠의 배우자는 이런 간섭을 '잔소리'나 '시누이 노릇'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어떤 사람이 스스로를 여성주의자(페미니스트)라고 부르기 위해서는 자신의 일상부터 인생까지, 자신의 모든 언행을 성찰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므로 전화 한 통 없는 오빠의 배우자를 욕하기 이전에 제가 해야 할 것은, 왜 우리는 이런 것들을 '오빠'가 아닌 '새언니'에게 요구하나? 오빠는 자기 부모에게 안부전화 한 통 안 하고 뭐 하나? 그는 배우자의 부모님께 얼마나 자주 연락하나? 전화통화 자체를 싫어하는 오빠의 배우자를 이해하고 넘어갈 여지는 없나? 아니 결혼했다고 왜 새삼스럽게 안부전화 같은 걸 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일 것입니다.

말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데 아무튼, 그 특별한 태생 때문이라도 성찰하지 않는 여성주의는 모순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건 모든 실천적 주의에 해당하는 말이겠지만요(따라서 이 댓글은 1번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합니다). 그럼, 초면에 실례 많았습니다 (__)

- 어떤 사람의 무심한 동생이자 또 어떤 사람의 속을 알 수 없는 시누이이자 또 어떤 사람의 한심한 딸이자 또또 어떤 사람의 둘도 없는 애인이자 또 어떤 사람에게는 나이 들어 결혼도 안 하는 대책 없는 사돈처녀일, 한 여성주의자 올림

노이에자이트 2009-02-26 23:34   좋아요 0 | URL
네번째 문단에 전적으로 찬성합니다.꼼꼼하게 긴 댓글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Kir 2009-02-28 0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라온 페이퍼를 처음 읽은 때부터, 계속 생각하고 있는데요... 정말 어렵습니다. 일부러 머리가 가장 맑은 시간에 다시 읽으면서 고심하는데, 그래도 여전히 모르겠어요.

노이에자이트 2009-02-28 14:58   좋아요 0 | URL
사실은 제가 잘 모르니까 올려놓고 도움을 구하는 거예요.원래는 훨씬 더 무거운 질문을 올릴까 하다가 많이 수위를 낮춘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