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노태우 정부 때엔 드러나지 않던 박정희 찬양론은 문민정부라는 김영삼 정부 때 나타나기 시작하여 열풍이라는 말을 써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습니다.박정희를 긍정적으로 보는가 부정적으로 보는가 를 떠나서 왜 김영삼 정부 때부터 그런 흐름이 생겼는지도 흥미로운 연구과제가 될 것입니다.1997년 7월호 월간 말 지에 박정희 열풍에 관해 강만길 씨가 한 말이 있어서 여기 인용해 봅니다.
---역사를 해석하면 가장 나쁜 것이 뭔지 알아요.왕이나 대통령 같은 지도자 개인에 초점을 맞춰서 그 시대를 보는 것이 가장 나쁜 역사해석 방법입니다.흔히 영웅이 시대를 만드느냐 시대가 영웅을 만드느냐 하는 소리를 하고 있지만 어느 개인의 지도력에 의해서 거대한 역사가, 한 민족의 역사가 움직이지는 않습니다.그것은 역사학의 에이비시입니다.
질문:꼭 박정희가 아니었더라도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을 거란 말입니까?
---박정희가 없었더라도 우리는 60년대 산업화로 갈 수 밖에 없었어요.그런데 군인인,특히 일본군 출신인 박정희가 산업화 과정을 지도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재벌중심의 경제체제로 되어 엄청난 부작용을 남기고 있잖습니까.정치,사회.문화적으로도 군사정권의 독소가 구석구석까지 미치고 있고요.그걸 하나하나 제거해 가는 데도 얼마나 많은 시간을 바쳐야 할 지 모릅니다.
질문:그런데 선생님의 제자들인 고대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박정희가 복제하고 싶은 인물로 나왔더군요.
---고려대 학생들에게서 그런 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말을 듣고 내가 학생들에게 이런 얘길 했어요.자살하고 싶은 심정이라고.우리의 역사교육이 얼마나 잘못되었으면...우리 역사를 ,뭐랄까요.근현대사를 중요하게 가르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옳게도 못가르쳤어요.물론 나를 포함해서...내가 이런 말을 하면 뭣하지만 역사학계의 책임이 큽니다...이하 생략.
올 여름인가 인터넷 여론광장에 박정희 논쟁이 벌어졌는데 댓글 중에 아주 흥미로운 것이 있어서 지금도 그 주요내용을 기억하고 있습니다."저희 부모님은 박정희 대톨령과 육영수 여사께서 무료로 나누어 준 식량을 타서 당시 사람들이 굶주림을 면했다고 말씀하십니다."이런 내용인데 글쎄요.저도 어린 시절이긴 하지만 박정희 장군이 집권하던 시절 무료로 식량을 나누어 주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습니다.댓글에 나온 홈피를 찾아가 봤더니 글쓴이는 20대 초중반의 남자였습니다.아마 1950년대 미군의 구호물자로 나온 밀가루를 받은 것을 착각했나 봅니다.박정희 사망 이후 태어난 사람이라서 이승만 시대,제2공화국,박졍희 시대가 기억속에서 막 헝크러진 상태가 아니었을까요? 초중고교의 한국사 시간에도 현대사 분야는 잘 배우지도 않거니와 대학의 역사학과에도 현대사 전공교수는 드뭅니다.현대사는 그동안 역사학자보다는 정치학자나 저널리스트들이 하던 분야라는 느낌이 더 강했으니까요.
요즘 박정희 찬양론자들의 글을 천천히 읽어보고 있습니다.조갑제,이인화,이동하 등이지요.일본의 구로다 가쓰히로,가미야 후지,다나카 아키라 의 글도 읽어 보려고 합니다.제가 생각하는 박정희는 좋다 싫다를 떠나서 무섭다는 느낌이 듭니다.냉정한 철권통치자...그런 인상이 강하지요.그런데 10.26사태 직전인 1979년 10월에 찍은 사진엔 그의 애견인 방울이가 나와 있습니다.당시 20대였던 박근혜 씨가 어린애 안듯 안고 아버지인 박정희 장군과 찍은 사진인데 그 개가 굉장히 귀여웠거든요.그 사진을 보니 10,26 이후 그 귀여운 개가 어떻게 되었는지 갑자기 궁금해지네요.옛말에 사람은 미워해도 개는 미워하지 말라...그런 말이 있었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