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장기 농성하고 있는 곳.텐트들이 늘어서 있는 광경이 이상했는지 젊은 엄마와 함께 가던 어린 남자아이가 엄마에게 묻습니다.엄마! 이게 뭐야? 그 젊은 엄마 왈.너도 공부 안 하면 이렇게 돼!
다카하시 데쓰야 상이 한겨레 신문에 글을 싣고 있더군요. 서경식 씨가 높이 평가한다는 일본의 지식인이죠.그가 이번 한겨레 신문 10월 4일 토요일에 쓴 글은 일본의 교육현실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었습니다.일본에서 일어나 충격을 준 묻지마 칼부림의 용의자는 평소 공부도 열심히 한 모범적인 남학생이었답니다.그런데 범행을 저지를 무렵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거기에 부모는 잔소리를 한 모양입니다.다카하시 상은 이 학생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가토(살인을 저지른 남학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성적 우수라는 조건부였다.성적이 우수한 동안에는 부모는 가토를 '사랑'한 것처럼 보이지만,그것은 가토의 '성적'에 대한 '사랑'에 지나지 않고,가토라는 사람에 대한,자식의 존재 그 자체에 대한 무조건의 사랑은 아니었다.부모가 생각하는 기준에 맞는 아들만을 긍정하고 적합하지 않게 되면 부정한다.아마 가토는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장래의 우등생이 될 것이라는 부모의 기대를 받고,그 한도에서만 애정을 받았던 것은 아닐까.여기에는 태어난 아이에 대한,생명에 대한,무조건의 긍정이 없다."
가토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부모의 이기심이 내 꿈을 갉아먹고 있다." 성적지상주의가 낳은 폐해라며 일본의 현실을 걱정하기엔 우리도 만만치 않게 심각하죠.자식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우리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도 중요하지요.하지만 비정규직 농성 현장에서 자기의 어린 아들에게 너도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된다! 고 말하는 부모 이야기를 보면 가토의 부모와 같은 사람이 우리나라에도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사실 어찌 보면 어린이나 청소년 교육보다 부모 교육이 더 시급한 과제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