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드라마가 많은 한국에서 <발리에서 생긴 일>은 특이하죠.상류층 남자를 만나 계급상승을 하려는 여인의 소원은 죽음으로 끝나고 마니까요.몇 회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주인공 소지섭이 옥탑방에 사는 하지원을 찾아오는 장면이 있어요.소지섭이 바바리 코트(트렌치 코트가 맞다고 하는데 왠지 그런 단어를 쓰면 좀 잘 난 체하는 것 같은 느낌)를 입고 방문하여 문을 두드리니 하지원이 나오죠.그때 소지섭이 안토니오 그람시의 <옥중수고> 번역본을 건넵니다.거름에서 나온 책이죠(똥통에서 나왔다는 뜻 아닌 거 알죠?).소지섭이 그때 이렇게 얘기해요.정확히 생각은 안 나지만 일종의 계급정체성을 찾으라는 애기였어요.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가 상류층으로 올라가고 싶은 생각에 허위의식을 갖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게 안타까웠던 거죠.
하지원은 친구로 나온 신이와의 대화에서 그람시를 언급하죠.하지만 신이는 무슨 말이냐는 듯 웃어 넘깁니다.사투리로 뭣땜시 그람시? 하고 농담을 합니다.옥중수고는 여기서 중요한 소품구실을 하지요.그람시가 헤게모니 개념을 연구하게 된 계기는 자기 고향인 이태리 남부가 그렇게도 가난에 찌든 동네인데 왜 주민들이 가장 보수적인 정파를 지지할까 하는 의문을 풀어보려고 그랬답니다.단순히 경제토대 뿐 아니라 문화와 이념까지 재생산하는 지배층의 주도권을 그람시는 헤게모니로 설명하려 했지요.소지섭의 마음은 그런 헤게모니를 행사하는 지배층에 포섭되지 말아라는 뜻이었지만 결국 드라마 내용으로 봐서 소지섭의 의도는 좌절됩니다.아무리 열심히 지지해줘도 지배층은 계급정체성이 희미한 피지배 계급을 자기의 동료로 인정해주지 않죠.그냥 이용만 해먹구요.뭐 이태리 남부 뿐입니까.계급배반 투표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죠.하지원도 그 희생자가 될 뿐입니다.
남자들도 여자 못지 않게 시기질투가 많습니다.멋진 남자에 대해 이런 저런 험담을 많이 하죠.저는 소지섭이나 조인성이 좋던데 주변에선 남자들은 별로 안 좋아하더라구요.<발리에서 생긴 일>엔 제가 제일 좋아하는 하지원 누나도 나오고 박예진 등 좋아하는 연기자들이 많이 나와서 열심히 봤습니다.주제가도 좋았죠.노래가 세 개 나와요.이정섭의 <My Love>,조은 <안되겠니>,오현란 <Remember >.이정섭 노래와 조은의 노래가 헷갈리다고 하는 분이 많은데 "난 안 되겠니 이생에서 다음 생에서 되겠니...."로 시작하면 이정섭 거구요."살아선 난 안되겠니..".하고 시작하다가 후렴에 "그리워 난 네가 너무 그리워..."가 나오면 조은 거예요.조은 노래는 나중에 백지영이 다시 불렀는데 저는 남자라서 그런지 그게 더 좋더라구요.오현란 노래는 하지원 누나도 불렀어요.
소지섭이 하지원에게 옥중수고를 전해줄 때 그 모습은 정말 멋있어서 남자인 제가 봐도 야!!! 하고 탄성을 질렀죠.6척 장신(요즘엔 이런 표현 잘 안쓰는데 제가 헌책을 많이 보다 보니....)에 옷거리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어요.키는 커도 옷거리 안 좋은 남녀도 많잖아요.다른 사람들은 결혼을 앞둔 조인성이 하지원에게 전화하면서 우는 장면을 명장면으로 많이 꼽던데 저는 옥탑방에 찾아가서 책을 건네주는 그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결국 하지원은 책을 다 못보고 며칠 후 잘 봤어요...하면서 돌려주지요.
오현란의 주제가 <Remember>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더라구요.제가 좋아하는 가수 중 하난데 또 괜찮은 노래가 있어요.그 노래도 드라마 주제가예요.저는 안 봤는데 드라마 <로펌>에서 나오는 노래라네요.가사가 애절해서 10대,20대 여성들이 노래방에서 가끔 부르더라구요.노래 못부르는 여성이 부르면 진짜 깨는 노래죠.제가 좋아해서 한번 불렀더니 다음에 그 노래 부르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오현란------<원> 원곡은 이장희 사,곡 조영남 노래인 <불꺼진 창>인데 가사는 바뀌었어요.물론 편곡도 새로 했죠.분위기가 전혀 달라요.
더는 바라지 않아 더는 원하지 않아 이렇게 네 곁에만 있게 해줘 이대로 볼 수 있게만
아냐 나를 바라봐 아냐 내 곁에 있어줘 알아도 모르는 척 하는 거니 이렇게 바라보는 날
그래 나는 안 되겠니 그래 나는 아닌 거니 이토록 아픈 게 사랑인 거니 나를 견딜 수 없게 해
사랑이 머물 수 없도록 사랑이 살 수 없도록 가슴이 죽어 버렸으면 해 더는 너를 찾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