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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나 오리지널 1
라가와 마리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7월
평점 :
90년대 중반 탁자와 소파가 있던 만화방이 아닌, 만화 대여점이 아파트 단지 상가나 주택가에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시절에 항상 신간 인기 코너를 자리 잡았던 순정만화 [아기와 나]가 다시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이슈]라는 격주 만화 잡지에 연재되었던 작품이라서 서점에서 매주 1일과 15일을 기다려서 한 화를 보던 그 때였다. TMI지만, 나는 당시 단행본을 구매해서 모으던 열혈 팬 중 한 사람이기도 하였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719/pimg_7819021643028269.jpg)
아기와 나 오리지널 버젼 초판 한정판 부록은 일러스트 카드가 동봉되어있다.
단행본 [아기와 나 오리지널] 판이 새롭게 나온 배경에 대해서
당시 만화 대여점에 나온 일본 만화들은 등장인물과 배경이 한국으로 설정되어 나왔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 이름은 한국식 작명에, 학교나 회사도 일본어 한자어를 한국식으로 표기하던가 일본식 표기면 임의의 단어로 대체하던 시절이었다. Z세대에게는 왜 그런지 의문이 들겠지만, 1998년 일본 문화 개방 이전에는 일본 문화는 국내 문화 반입이 금지되었던 시대로, 일본 문화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반일 감정이 있었다. (지금의 양국의 대립과는 또 다른 차원의 갈등이었다.)
지금과 달리 90년대에는 일본 만화의 규모는 우리 만화 시장과는 콘텐츠 양과 시장규모가 차이가 많았고 만화 출판업계에 있어서 일본만화 콘텐츠는 많은 비중을 차지하던 시대였다. 당시 [드래곤볼], [슬램덩크]라는 대작을 기반으로 다양한 작품이 국내에 들어왔고, 전세계적으로 인기리에 있는 만화 작품을 일본 만화라는 이유로 전부 배제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리하여 이들 작품의 등장인물 이름을 한국식으로 표기를 바꿔서 심의를 통과하는 방식으로 국내 정식 유입이 되던 시기였다. (우리는 강백호와 서태웅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추가능한 애기겠으나, 굳이 언급하자면, [아기와 나]도 일본 문화 개방 이전에 나온 작품으로 초등학교 5학년인 '진'이과 아기 남동생인 '신'이로 접한 만화이다.
어린 동생을 키우는 초등학생 소년의 육아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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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잃은 두 형제와 미남 아빠 그리고 진이의 친구들 가족과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당시에 이 만화를 읽던 초등학교 시절에도 매번 울면서 읽었었다. 오래 전 기억이지만, 그 기억을 다시 되돌려 보면, 눈물이 또르륵 흘렀던 포인트는 겨우 12살인 소년 진이가 어린 동생을 보살피며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외치는 장면에서 울었던 것 같다.
그런데 만화도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읽으면 또 다른 관점이 보인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금 알게 되었다. 이제는 울음의 요소가 어린 소년인 진이가 동생 신이를 보살피며 겪게 되면 현실적인 모습과 이를 헤쳐가는 모습에서 오는 성장기라는 점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12살짜리 소년이 어린 동생을 보살피며 동생을 이해하려고 하고 깨달으며 성장하는 모습에서 오는 대견함이라는 점이다. 아직 말도 떼지 못한 어린 동생 신이를 키우는 '육아'를 겪고 있는 진이라니...
이건 한 장면 한 장면이 육아 그 지옥같은 현실을 그려내고 있던 것이었다. 어린 시절에 볼 때는 그저 동생을 키우는가 보다 하며 넘겼던 것들이 이제는 하나하나 보이더라. 아이를 한 시라도 그냥 둘 수 없이 신경을 써야 하고 아이와의 상호작용의 중요성이 바로 이 만화는 에피소드마다 녹아있다. 거기다 곧 사춘기에 접어드는 10대 초반의 소년에 대한 심정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관점에서 깊은 이야기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719/pimg_7819021643028274.jpg)
한 화마다 매번 감동과 깊이를 주는 [아기와 나] 오리지널판은 애장판 형식이 아닌 기본 단형본 판형으로 출판되어 있어 더욱 이전의 느낌을 살렸다는 점에서 높이 평하할 수 있다. 물론 표지에는 홀로그램 코팅을 씌워서 산뜻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어린 시절 용돈 아껴가며 샀던 만화를 이제는 내가 번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점은 감회가 새롭다.
20년이 넘은 만화이건만 그림체는 물론 시대상이 그리 느껴지지는 않는다. 큰 눈망울과 귀여운 신이의 이미지는 시간이 지나도 통할 비주얼이라 놀랍기까지 하다. 물론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은 등장하지는 않는다. 집 전화기로 진이는 친구 장수에게 연락을 하니깐 말이다. ㅎㅎ
오랜만에 다시 읽은 [아기와 나] 이번에도 여김없이 매 화마다 눈물을 훔치며 읽었지만, 역시 좋은 만화는 시간이 지나도 변화지 않은 따뜻한 여운을 남기는 걸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