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난 개가 별로다. 어렸을 때 동네 개한테 코를 깨물린 아픈
"버려졌어. 이 개, 종은 잘 모르겠는데, 아마 이것저것 있..
"개 좋아해?"
추억이 있다.
겠지 뭐, 성별은……."
순희가 들고 있던 개를 빼앗아 중요 부위를 확인하였다.
"암놈이네. 암놈."
어쩐지 날 바라보는 눈길이 예사롭지 않더라니. 또다시 개를슬쩍 밀고 돌아서는데, 순희가 내 뒤통수에 대고 개를 가져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죽일 거야."
나는 뒤도 돌지 않았다.
"보호소 가면 말이야. 그러니까 그냥 네가 키워."
별로 예쁜 개는 아니다. 그렇다고 작은 개도 아니다. 깨끗하지도 않고 변태성도 약간 있는 것 같았다. 보호소 가면 어차피입양도 되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죽는 것보단 낫잖아. 안 그래?"
순희가 정곡을 찔린 듯 조용해졌다.
그래, 너 들으라고 한 얘기 맞다.
- P1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늘 그렇다면 진짜 힘드시겠어요.
- 글쎄, 바로 그것을 잘 모르겠어요. 이런 생각이 진짜 힘들고 괴로운 것인지…. 늘 스위치가 켜져 있는 것 같아요. 언제나 죽음에 관해 생각하다 보니 이것을 단순히괴롭다‘ 또는 ‘즐겁다‘는 감각으로 나눌 수 없는 것 같아요. 전등이 환하게 켜져 있으면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사람도 있겠지만 또 누군가는 밝아도 여봐란듯이 쉽게잠들곤 하잖아요. 제 경우는 이제 스위치를 켜둔 채 잘자는 편이 된 것 같아요..
- P151

- 죽은 사람 집 하나를 완전히 정리하는 데 돈이 얼마나드나요?
병원이 아니라 집에서 돌아가셨나요?
- 네. 그렇다 치고….

그렇다 치다니, 뜨악한 대답이다. 세상에는 그렇다 치고,
넘어가도 될 여유작작한 대화법이 수도 없이 많겠지만, 나같은 사람에게 죽음은 그렇게 유보적이고 미적지근한 가정법으로 접근할 만한 것이 아니다. 내 일은 누군가가 죽어야성립되는 비즈니스다. 그런 아이러니에서 존명해나가는 것이 이 직업의 숙명이다.

-네, 집에서 돌아가셨다면 아파트, 원룸, 다세대주택… 어떤 타입인가요?
-주택이에요.
- P19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것은 무엇입니까? 길 위에 길게 늘어서 있는쇠로 만든 상자 같은 것들 말이에요."
이번에는 넷째 난쟁이가 물었습니다.
"자동차랍니다. 가장 멋진 발명품이지요.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아주 빨리 갈 때 이용합니다....."
"그런데 왜 움직이지 않아요?"
넷째 난쟁이가 다시 물었습니다.
우주 탐험가는 당황해서 대답했습니다.
"그건… 보다시피, 자동차가 너무 많아서종종 길이 막히기도 하지요..…."
"그러면 길가에 누워 있는 다친 사람들은 뭡니까?"
넷째 난쟁이가 또 물었습니다.
"교통이 막히지 않을 때 너무 서둘러 달리다가그러자 넷째 난쟁이가 말했습니다.
"저 상자들은 너무 많을 때는 앞으로 가지 못하고,앞으로 갈 때는 사람들이 다치는군요. 참 안됐어요."
- P1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만들어놓은 이해 불가의 쓰레기를 수습하러 온 나는 누구인가?
내가 이곳에 있는 진짜 이유는 무엇이고, 지금 나는 무엇을 발견하려고 하는가?
그는 왜 나라는 인간에게 이해되어야 하는가?
굳이 내 판단의 사슬에 그를 옥죄어야만 하는가?
그의 쓰레기를 대신해서 치우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내 삶에 산적한 보이지 않는 쓰레기를 치우는 것 같다. 내 부단한하루하루의 인생은 결국 쓰레기를 치우기 위한 것인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 P65

이 집을 치우며 지독한 고독을 보았다면 그것은 결국, 내관념 속의 해묵은 고독을 다시금 바라본 것이다. 이 죽음에서 고통과 절망을 보았다면, 여태껏 손 놓지 못하고 품어온내 인생의 고통과 절망을 꺼내 이 지하의 끔찍한 상황에 투사한 것일 뿐이다. 젊은 나이에 미쳐서 스스로 돌보지도 못하고 죽어버린 한 불행한 남자를 보았다면, 마치 인생의 보물인 양 부질없이 간직해온 내 과거의 불행함을 그 남자에게 그대로 전가하고는, 나는 결백하답시고 시치미 떼고 있을 뿐이다. 나는 언제나 나 자신을 바라보듯 타인과 세상을바라보는 것 같다. 그것이 내가 이 지하 방에 관해 알게 된유일한 진실이다.
- P1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