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을 밝혀라."
나는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나는 떠돌이 기사로서 신분 따위는 없었다. 사람들은 꽤나 근본을 중시했다. 원산지를 따져가며 농수산물을 사 먹듯 인간도 누구에게서 생산되었는지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내가 누구에게서 비롯되었는지 모른다는 것이그렇게 큰 문제일까? 나는 그냥 나다. 물론 나를 태어나게 한 생물학적 부모는 존재할 테지만, 내가 그들을 모른다고 해서, 그들에게서 키워지지 않았다 해서 불완전한 인간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ㅡ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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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직접 아이를 맡아 키우겠다는 의미였다. 부모가 낳은 아이를 키우기 원치 않을 때 정부에서 그 아이를 데려와 키우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NC 센터가 세워졌고, 우리는 국가의 아이들(nationschildren)이라고 불렸다.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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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그래서 더 고약하게도 기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부가넘쳐나는 이 지구상에서 해마다 수백만 명이 기아로 대량학살을 당하는 현실은 분명 우리 시대가 낳은 수치스러운 스캔들이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힘없이 팔다리를 떨며 초점 없는 눈동자로 허공을 응시하는 어린아이들, 영양 결핍이 만들어낸 희생자들이 점점 더 넓은 지역에서,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2016년판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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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시립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서점이에 꽂혀 거의 사람들의 손을 타지 않은 신간들의 냄새가 훨사했다. 주인공의 삶에 생기를 불어봉고 하의이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고 삶의 무대와 사건을 창조해내는 작가처럼 앨리스는 언제나 새로운 영감의 원천을 찾고 싶었다. 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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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가! 로빈이 두려워했던 게 바로 그거라구."
앨리스는 책꽂이 앞에 멈춰 서서 책들을 빤히 바라봤다. 마지머릿속에서 윙윙거리며 떠다니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라는하려는 듯이.
책은 앨리스한테 언제나 위안과 피난처가 되어주었다. 하지만지금 책꽂이 속의 책들은 차갑고 냉정하게 마치 자기들과는 아무상관 없다는 듯 앨리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데도 집에 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앨리스는 격한 감정에 휩싸여서 중얼거리며 카트야를 돌아봤다.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셔, 오늘도 늘 입에 달고 사는 ‘그래, 오늘 학교는 즐거웠니?‘ 타령만 했다니까. 로빈은 고개를 끄덕였고,
우린 모두 안심했지."
앨리스는 마음이 착잡했다. 우리가 주고받는 일상적인 인사가실은 얼마나 겉치레에 불과한가. 오늘 즐거웠니? 그래, 그렇다면다 괜찮은 거지, 얘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괜찮은 건 아무것도 없다.
앨리스는 카트야가 놀란 눈으로 자기를 쳐다보는 걸 느꼈다.
"그러니까 그게 오늘이 처음은 아니라는 거니?"
1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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