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 로빈이 두려워했던 게 바로 그거라구."
앨리스는 책꽂이 앞에 멈춰 서서 책들을 빤히 바라봤다. 마지머릿속에서 윙윙거리며 떠다니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라는하려는 듯이.
책은 앨리스한테 언제나 위안과 피난처가 되어주었다. 하지만지금 책꽂이 속의 책들은 차갑고 냉정하게 마치 자기들과는 아무상관 없다는 듯 앨리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데도 집에 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앨리스는 격한 감정에 휩싸여서 중얼거리며 카트야를 돌아봤다.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셔, 오늘도 늘 입에 달고 사는 ‘그래, 오늘 학교는 즐거웠니?‘ 타령만 했다니까. 로빈은 고개를 끄덕였고,
우린 모두 안심했지."
앨리스는 마음이 착잡했다. 우리가 주고받는 일상적인 인사가실은 얼마나 겉치레에 불과한가. 오늘 즐거웠니? 그래, 그렇다면다 괜찮은 거지, 얘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괜찮은 건 아무것도 없다.
앨리스는 카트야가 놀란 눈으로 자기를 쳐다보는 걸 느꼈다.
"그러니까 그게 오늘이 처음은 아니라는 거니?"
1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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