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산티아고 순례기
서영은 지음 / 열림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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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2019년에 나온 영화 극한직업에서 나온 대사 중에 광고나 개그 등에 수없이 패러디 된 대사이다. 책을 몇 주 전에 다 읽었지만, 서평을 쓰기가 어려웠다. 이 책은 어떤 장르의 도서인지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이 책도 이렇게 바꾸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이런 책은 없었다. 기행문인가? 소설인가? 신앙서적인가? 심리상담서인가?” 작가도 산티아고를 다녀온 후 40일의 묵상기도 기간을 가진 것처럼, 이제야 몇 자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산티아고 순례기라는 제목과 표지 사진, 처음 글이 시작되기 전까지 보여주는 사진들과 지도를 통해 기행문이라는 생각이 컸기에 처음에 읽기가 쉽지 않았다. 기행문은 많이 읽지도 않았지만, 제가 별로 좋아하는 장르의 글이나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책 전체가 그렇지만, 특히 스페인으로 떠나기 전까지의 이야기의 전개는 마치 소설로 보였다. 이 책을 쓴 이가 문학상 심사도 하는 유명한 소설가라서 그런지 실제 같기도 하고 그럴듯한 허구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였다. 소설처럼 느껴져서인지 기행문과 달리 지루하지 않고 재미도 있고, 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바쁘게 작가라는 자신을 잃고 심사비라는 물질에 노예나 세속에 물들어 있는 작가 자신을 묘사한다. 산티아고로 떠날 수 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상황이나 이유를 그린다.

  존 번연의 천로역정처럼 순례길 곳곳에서 성경 말씀을 묵상한 내용이 나오기도 하고, 기도도 하며, 발람의 당나귀와 비슷한 체험, 꿈에서 주님을 만나는 등 여러 가지 이적(?) 등을 경험하기도 한다. 작가는 신앙을 가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그 말씀이나 신앙의 깊이가 신앙 연수의 비해 참 깊다고 느껴졌다.

  가족, 친구, 지인들과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상처, 성격적인 어려움, 순례길을 동행한 표범과의 관계에서 부딪치는 심리적인 문제나 갈등 등 이런 것들을 드러내고 이야기하며 해결하거나 치유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하기에 심리상담서 같기도 하다. 등장인물들에게 보이는 여러 모습들 중에 어떤 것은 저을 비추기도 하였다. 이기적인 제 모습을 비춘 것이다. 책이 거울 역할을 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도무지 이 책의 정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이 책의 정체를 알려주는 노란 화살표를 찾아서 떠나 보았다. 이 여정은 쉽지 않은 길이었다. 하지만, 서영은 작가도 결국은 산티아고로 상징하는 자신을 찾지 않았나? 또 주님을 만나지 않았나? 실제 길에 그려진 노란화살표, 다양한 사람이라는 노란 화살표, 성경말씀이라는 화살표, 자신이라는 노란 화살표 등을 통해서 도착했다. 세속의 때를 씻어낸다. 세상에 찌들어 있던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며 마치 가상현실이나 아바타처럼 글쓴이가 순례길에서 한 경험이나 체험을 함께 하는 것 같은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 글쓴이 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이도 때가 벗겨진 진짜 자신을 만날 수도 있다.

  기나 긴, 최대한 짐을 버려야 하는 험난하고 힘든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430여쪽의 두꺼운 책을 어떻게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일까? 이런 복합적인 장르들로 글쓴이가 노란 화살표를 삼았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 극한직업 안에서도 또 영화 밖 실제 지금도 유명하다고 하는 수원왕갈비통닭처럼 어색함이나 이질감 없이 잘 녹아 융합되도록 하였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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