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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베어
해나 골드 지음, 레비 핀폴드 그림, 이민희 옮김 / 창비교육 / 2022년 3월
평점 :
<라스트 베어>는 오래전에 방영되었던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이 떠오르는 책이다. ‘북극의 눈물’이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라스트 베어’는 있음직한 이야기이다. 북극의 얼음은 녹으면 안 되지만, 요즈음의 핫이슈인 탄소중립, 지구온난화, 환경보존이 잘 녹아 있는 이야기이다.
‘라스트 베어’가 일반적인 이야기와 달리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 또는 교훈이 은근히 배어 나오지 않고 아주 선명함에도, 도덕 교과서나 신파극에 이야기처럼 식상하고 재미없는 이야기 또는 억지로 눈물이나 감동을 짜내지 않으면서도 단숨에 읽도록 하는 흡입력이 강한 까닭은 무엇일까?
곰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에이프릴, 에이프릴의 말을 들어주는 곰의 사랑이 아닐까? 에이프릴의 아빠는 에이프릴의 엄마가 사고로 죽은 이후로 자신을 듣지 않음은 물론이고, 에이프릴을 듣지 못하고 있다. 한 예로 에이프릴의 아빠는 섬에 곰이 있다는 에이프릴의 말을 에이프릴의 환상이라고 여긴다. 유일하게 곰만 에이프릴을 들어주고 있다. 마음도 치유되고 있다. 곰이 반려동물이 된 것 같다. 곰도 이 베어 아일랜드에 온 이후로 들어주는 이가 없이 인간이 버린 쓰레기들(특히 플라스틱, 그물 등)에 발에 상처를 입고 힘들어하다 에이프릴이 들어 준 이후로 발도 치료가 된다.
서로를 들어주는 힘이 커지다 보니 곰에게 듣는 법과 포효하는 법을 배우기는 하지만, 지구의 소리까지 듣게 된다. 서로를 깊이 듣다 보니 잘 경청하지 못하기에 지구가 죽어가도 가만히 보고만 있는 어른(?)들이 보기에 무모한 짓까지 작은 여자 아이인 에이프릴은 계획하고 실행을 한다. 개나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처럼 곰을 소유하고 가두려 하지 않고, 곰의 고향인 스발바르로 작은 배를 이용해서 데려다 주려고 한다. 이런 경청의 힘이 나중에는 잘 듣지 못하던 에이프릴의 아빠가 모차르트를 좋아하는 이유를 에이프릴에게 말해준다. 모차르트를 좋아하는 이유가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작곡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음에 소리에 따라 살 때 거짓말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내를 잃은 이후로 듣지 못하던 것이 치유되며 조금씩 듣게 되며 플라스틱을 퇴비로 만드는 일을 시작하도록 움직이게 만든다.
이런 이야기들의 짜임새가 탄탄한 이야기가 <라스트 베어>이다. 지구 온난화나 탄소중립이라는 큰 이야기가 에이프릴과 곰의 서로를 들어주는 우정과 사랑의 작은 이야기에 잘 버무려져 있다.
삽화도 주로 어두운 계통의 색을 사용했다. 검거나 회색빛이다. 지금의 지구의 탄식 때문이 아닐까? 곰이나 에이프릴이 포효하듯 지구가 포효하고 있는 것을 시각적으로 나타낸 것 같았다. 침묵하지 않고 살려달라고 하는 것이거나 인간들에게 너희들도 위험하다고 경고하는 외침이 아닐까? 이것을 들으라고 아주 크게 외치는 것으로 보인다. 책에도 인용된 ‘프리루프트스릴브(Frilufrsliv)’라는 노르웨이 말처럼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즐거움’을 함께 되찾자고 하는 것이 아닐까?
치유과 즐거움을 되찾고 싶으면 우리도 함께 서로를 들어보면 어른들처럼 가만히 있지 않고, 에이프릴처럼 움직이게 되지 않을까? 에이프릴이 행동하는 부분을 읽으면서도 무모하거나 헛되어 보이지 않은 것처럼, 우공이산의 고사처럼 결국은 산(지구 온난화, 환경파괴 등)이 옮겨지지 않을까?
#라스트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