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이 바뀐다 교육이 바뀐다 함께 걷는 교육
교육의봄 외 17인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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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선생님의 장편동화 랑랑별 때때롱에는 500년 전에 발달한 세상을 스스로 포기하고 호롱불과 뒷간이라는 말로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덜 발전(?)된 세상을 선택한 랑랑별의 이야기가 있다. 500년전 세상의 아이(보탈)는 수십명의 정자와 난자에서 뛰어나고 우수한 DNA만 조립해서 엄마의 자궁이 아닌 알처럼 생긴 아기집에서 만들어진 아이이기에 10살만 되어도 어른 못지 않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혼자 멍하니 있고 행복하지 않다. ‘놀 줄도 기뻐할 줄도 슬퍼할 줄도 화낼 줄도 재미있는 것도 사랑할 줄도 모른다.

 

이 책에서 비추어지는 현재의 우리 교육의 모습이 꼭 랑랑별 때때롱의 유전자 조립 아이를 만들어내는 아기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적으로는 뛰어난 자를 생산하고 있지만, 진짜 기업이나 사회,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있어야 하는 역량은 없는 로봇(인공지능)을 찍어내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교육과정이나 교육방법에서 역량을 키워주고자하는 몸부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역량이라는 말이나 협력학습, 프로젝트학습, 토론, 과정중심평가 등 진짜 사람을 성장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주류라고 할 수는 없다. 수능으로 대표되는 대학입시의 장벽 때문이다. 수능도 정시보다는 수시나 포트폴리오 등으로 선발이 이루어지다 공정성이나 객관성의 거짓된 신화에 흔들려 수능 성적(필기시험)의 비율을 높이는 시험에 특화된 5%를 위한 교육의 역주행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참 이상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이런 사회에 다윗의 물맷돌 같은 역할이랄까? 물펌프의 마중물 같은 기능을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IT기업, 외국계 기업, 공기업, 금융권, 대기업의 인사 담당자와 전문가들이 채용 현실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유전자 조합(스펙, 학벌 등)만이 채용을 좌지우지 하지 않는다고 팩트체크하고 있다.

 

경쟁에서 밟고 일어서는 자보다는 동료에게 도움을 주고 성장시키는 사람, 홀로 뛰어난 업무 성과를 내기보다는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 현재의 자기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려는 지적 겸손을 가진 사람을 뽑는다고 한다. 지식(IQ)보다는 역량이나 태도(저는 감성(EQ)이라 표현하고 싶습니다)를 더 많이 보려고 한다. 현 시대의 일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유행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코로나로 대표되는 현재 세상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인재이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을 찾아내고 채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유미코아, 보쉬는 세계적으로는 유명하고 일류의 기업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지원자가 적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이런 기업들 또한 투명하게 기업은 물론 채용과정까지 다 드러내고 있기에 한편으로는 이런 것을 구글링을 통해 알아내는 적극성이나 열정도 역량의 하나라고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직무기술서가 상세한 기업, 채용과정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기업일수록 이직률도 적고,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뽑을 확률이 높은 것도 이 책에서 볼 수 있다. 포럼에서 발표자가 발표하는 내용은 물론이고 종합토론이나 질의응답에서의 날카로운 질문과 답변들도 책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시사점과 채용 정보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책에서 자세히 풀기는 했지만 책만이 아니라 이 포럼을 녹화한 실황도 보면 더 실감나고 확실할 것 같아 유튜브를 검색해보았지만, 이 포럼 동영상은 없는 것 같다. 대신에 질의응답 등에서 나온 역량이나 블라인드, NCS, 면접 등에 대한 시사점이나 궁금증을 더 파고 든 포럼이나 동영상 등이 있었다.

 

물론 이 책에서 드러내고 있는 채용 현실이 긍정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생물학적 사랑의 유통기한이 3년인 것처럼 졸업 후 3년이 지나면 스펙이나 학벌은 보지 않을 정도로 약화되기는 했지만, 대기업들에서는 인문계열 쪽의 직무나 전공의 학생들을 뽑을 때는 여전히 학벌이나 스펙이 채용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블라인드 채용이나 학벌이나 스펙보다 역량을 중시하는 채용의 이득이 명확하게 드러난 것도 있지만, 아직 그 효과를 검증할 부분이 존재하는 것도 이 책은 말해준다. 유튜브 교육의봄 채널에 이와 관련된 동영상이 올라가 있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살아남고 많은 이익을 보기 위해 지금의 랑랑별처럼 덜 발전된 세상을 선택하려고 외국의 기업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들도 움직이고 있다. 이 책에서 400여쪽 가까이 방대한 기록으로 자세히 남긴 것은 지식만 많은 혼자 있는 보탈이 같은 인간이 아닌 함께 성장하고 배우는 사람을 뽑으려고 하는 이 세상의 기업들의 풍경이다. 이 책은 이 풍경을 더 아름답게 그리는 이 일에 동참하자고 설득력 있게 호소한다.

 

#채용이_바뀐다_교육이_바뀐다

이 책은 교육의봄(서평단 이벤트)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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