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랑별 때때롱 (양장) 개똥이네 책방 1
권정생 지음, 정승희 그림 / 보리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학교 아이들이 이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에 합창과 단역으로 한 부분을 맡게 되었다. 다음주(123)에는 800여명의 관객이 들어갈 수 있는 공연장에도 선다. 원작을 읽어보게 하자는 학교 선생님들의 의견이 모아져 책을 구입해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읽게 되었다.

 

권정생 선생님께서 머리말에 다시 읽어 보니 재미있다가 없다가, 어쨌든 그다지 잘 쓴 동화 같지는 않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강아지똥이나 몽실언니가 얼마나 재미있었는데, 이 이야기를 쓰신 권정생 선생님이 쓰신 동화가 재미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야기 시작부터 500년 전의 세계로 가기까지는 분량도 충분하며 길지만 지루하지 않다. 바탕도 탄탄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방귀 이야기도 웃긴다. 새달이와 때때롱이 겉으로는 서로 대화하거나 편지를 보내며 놀리거나 싸우는 것 같지만 실제는 노는 것도 재미있다. 선녀님이나 천도복숭아에 대한 유래나 랑랑별로 가는 방법도 기발한 상상력이 발휘되어 단숨에 읽어나갈 수 있었고 재미가 솟아나고 미소나 웃음도 터진다.

 

결말까지 읽어보니 선생님의 말씀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지금까지 떠오르는 이유는 세 가지이다. 첫째는 급하게 결말이 지어지고, 분명하고 직접적으로 주제가 드러나서가 아닌가 한다. 그런데 500년 전의 세상에서 만난 인간들과의 만남 이야기는 너무 분량이 짧게 느껴졌다. 복제 인간이나 생명공학에 대한 지식이 깊지 않기에 충분히 풀어내기 어려웠던 것이 아닐까? 한 편의 설교보다 백편의 동화가 더 설득적이라는 말이 있는데, 주제가 강아지똥이나 몽실언니보다 더 분명하고 직접적으로 드러나서 재미가 덜 했던 것이 아닐까?

 

두 번째는 이 이야기가 권정생 선생님의 유작이라고 한다. 주제를 선생님의 다른 동화들처럼 충분히 은유적이나 간접적으로 풀어서 이야기 해주시기에는 건강이 다른 이야기들을 쓰실 때보다 더 여의치 않으셨던 것이 아닐까?

 

세 번째는 IQ는 높고 모두 미남미녀이지만 EQ는 없는 사람들(놀 줄 모르고, 울 줄 모르고, 웃을 줄 모르고, 화낼 줄도 모르는 범생이들)이 사는 세상의 끔찍함은 충분히 재미없을만 한 이유가 된다고 공감이 된다.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얼굴이 점점 못 생겨지고, 자연환경 속에 있는 생물들도 고통을 받는 세상은 재미도 없고 무섭기도 할 것이다. 이런 것들을 이야기를 쓰시며 먼저 맛보셨기에 재미없던 것이 아닐까? 여전히 멈추지 않고 사랑을 모르는 이런 세상으로 달려가는 인간들의 모습이 슬프셔서 재미없던 것은 아닐까? 때때롱 엄마가 운 것이 이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500년 전의 세상 이야기를 짧게 쓰신 것이 이런 슬픔이나 아픔을 덜 느끼게 하시려는 배려는 아니었을까?

 

이런 여러 생각들이 두더지 게임처럼 떠오르며 123일 뮤지컬에서는 어떻게 표현이 되었을까 궁금하고 기대가 커진다. 로봇같은 인간이 아닌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며 놀 줄 아는 잘 생기고 귀여운(욕심이 적은)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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