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아의 장풍
최영희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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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단순한 공상과학 아동·청소년 동화나 소설이라 생각했다. 최배달도 등장하기에 무협지의 기운(?)도 느껴진다. 읽어가면서 공상과학 이야기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사는 청소년이나 사람이 삶을 살아가면서 이루고자하는 꿈이나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나 본질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차가운 수치와 기호로 이루어진 데이터로만 분석하고 결정하고 만드는 지적 설계자들의 세계와 이들이 만든 시뮬레이션 지구의 따스한 심장을 가진 무작위성(자유의지)의 지성체인 인간 이야기이다.

 

오류X가 아닌 깨어진 가정의 아픔을 가지고 있으나 아이돌 덕질로 외로움을 달래던 요즘 아이 현아가 우연히(?) 꽃다발 선물처럼 받게 된 락싸멘툼(장풍)을 홍익인간의 마음으로 사용하며 살아가려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좌충우돌 성장기라고도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정말로 다른 사람(존재)을 안다는 것은 무엇인지 설계자 손미카가 현아를 경험하며 알아가는 것을 통해 보여준다. 정의를 위해 살던 연인 루이즈의 불의한 죽음 때문에 지구를 멸망시키려던 설계자이자 군인인 수거함의 삶도 등장한다.

 

현아에게 입력된 최배달의 데이터를 통해 끊임없는 물음이 삶을 가른다고 이야기하는 부분, 수거함과 최배달이 정의에 대해 마이클 샌델과 무도인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부분과 한 사람의 불의한 죽음은 한 세계의 종말등을 통해 이야기책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인문학 또는 철학서이기도 한 것처럼 만든다.

 

여짓여짓, 갈마드는, 매조지 등의 순우리말이 아주 적절한 상황과 맥락 속에 자연스럽게 사용되어 이야기의 감칠맛을 더 해준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나니아 연대기를 떠올리게 하는 구절들도 보이고, ‘기억이라는 것을 통해 미카가 다시 시뮬레이션 지구에 올 수 있었던 것을 보며 세월호도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설계자가 이 지구에 내려오는 모습은 터미네이터나 기독교에서 말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 부활을 연상시키기도 한다(한편으로는 기독교인은 설계자들의 모습이 오류가 많고, 불완전하게 보여 불편할 수도 있다). , 작가가 과학적인 지식을 제대로 알고 이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등장하는 과학 이론이나 지식, 개념을 이해하는 것에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이와 사랑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자 하나 어그러졌을 때의 외로움, 아픔과 고통도 느낄 수 있다. 이 외로움, 아픔과 고통을 등장인물들이 각자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삶의 색깔이나 모양이 다른 것도 볼 수 있다. 때로는 현아나 미카처럼 죽움도 마다하지 않는 삶을 선택하기도 한다. 어떠한 삶을 살아가느냐 하는 선택의 부분은 이 책을 읽는 사람의 몫이다. 현아 말처럼 사람은 훈계질을 싫어하는 무작위성을 가진 지성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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