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스토리 3 - 아웃케이스 없음
리 언크리치 감독, 조앤 쿠삭 외 목소리 / 월트디즈니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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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남과 이별 - 다시 소중해 지기 위해서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3]

CG 애니메이션의 원조를 말하라면 여러분을 어떤 만화를 대실 것인가요? 뭐 이견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의 영화 [토이 스토리]를 말하지 않을까요? 1편이 개봉 된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수많은 CG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그 자리를 공고히 하면서도 캐릭터의 아기자기함까지 유지하는 [토이 스토리]는 확실히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영화임이 분명합니다.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모든 세대들이 향수를 가지고 있는 추억의 장난감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고, 유년의 아련한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너무나 당연한 상상일지는 모르겠지만 유년의 따뜻한 시간을 보내지 않은 어른들이란 없을 테니까요. 물론 현재진행형인 아이들은 말할 나위 없고요. 자신만의 꿈을 달래줄 수 있고, 순수한 상상력으로 가는 가장 환상적인 통로는 장남감이 아닐까요? 저 또한 떠올려 보면 저와 같이 나란히 성장하다시피 했던 장난감들이 떠올라 추억에 잠기게 됩니다. 그러면서 문득 드는 생각. 그 많은 장난감들은 다 어떻게 되었을까?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그 많은 장난감들 다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요?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마지막 편 격인 [토이 스토리 3]는 헤어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헤어짐에 대한 이야기라...... 디즈니와 픽사의 이야기치고는 좀 슬프다고요? 하지만 어떻게 보면 아주 적절한 선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면 이런 선택은 어떨까 하는 의도가 적절하면서도 나름 꽤 명민하고도 따뜻한 마무리로 매듭을 짓고 있기 때문입니다. 헤어짐이면서도 또 다른 만남의 이야기를 아우르는 결말의 미묘한 분위기도 좋고요. 무엇보다도 어쩔 수 없는 헤어짐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이 애니메이션의 여운이 발군입니다. 제가 예전 어디에 두었는지도 모를 만큼 무심했던 내 소중한 장난감들까지 생각하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앤디는 이제는 집을 떠나 대학을 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방을 비우고 떠나야 할 앤디에게 엄마는 이제는 버려야 할 것들은 버려야 하지 않냐고 종용을 하고 있네요. 한동안 들여다보지 않았던 장난감 상자를 열어보고 앤디는 망설입니다. 엄마의 말대로 이 장난감을 처분해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엄마는 차라리 탁아소에 장난감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를 하는 것은 어떠냐고 말합니다. 앤디는 망설이다가 누군가에게 기부하느니 다락에 놓아두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일이 꼬여서 그만 장난감들이 들어 있는 비닐봉지가 엄마의 기부 상자에 들어가 버렸네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앤디의 장난감들은 서니 사이드 탁아소로 가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앤디의 장난감들, 그러니깐 우디와 버즈 그리고 다른 장난감들의 예상치 못했던 험난한(?) 여정이 시작됩니다. 
 

유일하게 앤디의 선택을 받은 우디는 앤디와 함께 대학에 가는 일로 들떠 있지만 우디의 동료이자 친구들인 버즈를 포함한 다른 장난감들은 새로운 만남을 선택합니다. 서니 사이드 탁아소에는 그렇게 아이들에게 버려진 장난감들이 가득 있었고, 그들은 탁아소에서 다른 주인을 만나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으니까요. 우디는 자신들의 친구들을 설득하지만 마음이 돌아선 장난감 친구들은 집으로 가는 것을 거부합니다. 새로운 만남을 택한 것이지요. 오랫동안 잊혀 졌으며, 이제는 성인이 되어버린 앤디에게 더 이상 유년의 추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알았던 것이지요. 우디 또한 그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서니 사이드 탁아소에서는 라쏘라고 하는 딸기 향내가 풍기는 곰 인형이 총괄하는 느낌입니다. 우디는 마음을 정한 친구들과 다소 섭섭한 작별을 하네요. 그런데 아무래도 행복할 것 같은 써니 사이드 탁아소가 조금 수상해 보입니다. 
 

모든 유기된 사물이나 사람 혹은 동물들도 그렇겠지만 버려짐에서 파생되는 상처는 커다란 아픔을 파생시킵니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또한 이겨내는 데에도 여러 방법이 있겠지요. 어떤 이들은 그 아픔을 이겨내고 새로운 희망과 만남을 향해서 한 걸음 나아가기도 하고 또한 어떤 이들은 그 아픔 안에 영원히 갇혀 어둠 속에 잠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써니 사이드 탁아소의 라쏘는 주인에게 버려진 상처를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의 괴물이 되어 버리는 후자의 길을 선택합니다.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고, 마음을 닫은 채, 밟고 올라가지 않으면 내 스스로 무너진다고 생각하는 그런 독재자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렇기에 자신과 함께 버려진 빅 베이비를 속이고 광대인형인 처클스까지 져버리면서 서니 싸이드를 그만의 이기적인 왕국으로 변모시킵니다. 계급을 나누고, 또한 마음을 나누고 받아들이는 일은 사치라고 여깁니다. 한없이 귀여운 인상과는 달리 마음은 차갑게 얼어버린 것이지요. 우디는 무사히 빠져 나갔지만 다른 친구들은 라쏘의 이런 이중적인 마음을 너무 늦게 알아버립니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갇혀 버린 그들에게 마지막 희망이 아직 남아 있군요. 그래요. 우디가 그 주인공입니다.

우디를 포함한 친구들의 여정은 활극을 연상시키면서도 코믹하고 때로는 감동적입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기를 원하는 장난감의 특성상 그들에게 새 주인은 절실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엄연히 따져서 앤디는 그의 장난감을 버리지는 않은 것이지요. 어떻게 주인에게 돌아갈까 하는 여정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때 살짝 뒤통수를 치는 마지막 장면은 슬픔과 헤어짐 그렇지만 또 다른 만남의 기대와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장면입니다. 우디를 포함한 그들의 장난감 친구는 그 모두를 아끼고 사랑해 줄 또 다른 주인을 만나게 되니까요.

앤디는 자신의 장난감을 아껴 줄 여자 아이 보니와 헤어지며 마지막으로 우디를 바라봅니다. 자신의 소중한 추억과 이제는 영원한 이별을 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는 것을 직감한 것이지요. 그것은 우디와 버즈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을 사랑했던 주인과 헤어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헤어짐을 소중한 발판으로 또 다른 만남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아이러니한 순간이 다가왔다는 것. 얼마나 많은 헤어짐과 또한 버려짐이 산재할지 모르는 세상일지 모르지만 그 반면에 그것을 완화시키는 이런 만남과 따뜻함이 세상에는 엄연히 존재합니다. 외로움에게 마음이 먹혀 어두운 방에 갇혀 살아 영원히 마음을 변화시키지 못했던 딸기 곰 라쏘와는 달리 다른 만남에 마음을 여는 용기는 더욱 대단해 보입니다. 전자의 선택은 차라리 어쩌면 쉬운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상처받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은 한결 같고 그 마음을 여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니까요. 선택은 개인의 몫이겠지만 여전히 저에게는 후자의 것이 훌륭해 보입니다. 우디와 버즈 그리고 친구들은 라쏘와는 달리 후자의 길을 선택했군요. 참으로 기특해 보이네요.

각설하고, 이 영화는 참으로 따뜻하고 사랑스럽습니다. 하지만 마냥 따뜻함과는 다른 슬픔 또한 동시에 존재합니다. 헤어짐과 만남, 이 둘의 상반될 듯 보이는 사건은 사실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영원한 만남과 헤어짐이 없듯이 이 둘은 항상 서로에게 모자란 부분을 꼭 채워주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슬픔도 기쁨으로 채워지고 기쁨도 슬픔으로 인해 고개를 숙이는 법인가 봅니다. 만남과 헤어짐. 이 관계의 변주 점을 한 없이 오가는 우리들에게도 이 애니메이션은 여러 가지 시사하는 바도 많고 풍부한 감동도 전해줍니다. 결국 그렇게 두 가지 극점을 반복하며 오고가는 우리들 역시 서로에게 더욱 소중해지기 위해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지 않나 하는 감상 아닌 감상까지 더듬으면서 말이지요. 안 보셨다면 추천해 드립니다. 이 영화 [토이 스토리 3]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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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9 18: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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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소녀 (1disc)
호소다 마모루 감독, 이시다 타쿠야 외 목소리 / CJ 엔터테인먼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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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매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 리뷰  


마코토? 시간을 건너온 소녀, 마코토? 대단하지 않아? 왈가닥에 선머슴 같은 면이 있지만 네 말대로 딱히 잘하는 것도 없고 못하는 것도 없지만, 시간을 건너뛴다니, 그런 능력은 아무나 가지고 있지 않은 거라고. 가령 마코토 네가 고친 사소한 일상도 그렇지만, 정말 대단한 일에 쓸 수도 있으니까. 그런 능력이라는 것은 말이지. 늦잠을 자고 학교에 지각하는 일에서 줄줄이 머피의 법칙처럼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너의 능력을 쓴다는 것도 좋지만 말이야. 그럼 자질구레하고 조금은 피곤한 일상들이 깔끔히 정리되겠지. 물론 이 관점은 지극히 너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거니 그것만은 명심해 둬. 마코토 네가 마녀라고 놀리듯이 부르는 너의 이모가 말한, 수정한 과거가 마코토 네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있으니까. 
 

그렇게 본다면 언제나 제자리인 거야. 한 번 흘러간 시간이 결정하는 모든 사건의 근원이라는 것이 가만히 들여다보면 출발하는 그 순간부터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지. 어떻게 고치든 그 결과를 알고 있는 마코토 네가 정말 원하는 최선의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야. 가령, 마코토가 자전거 사고가 날 그 시점을 너의 그 능력을 이용해서 살짝 옮겨 보면, 끊임없이 또 다른 사건과 불행들이 너를 비껴가 친구들에게 일어나는 것을 보았으니까. 넌 차라리 그 처음의 순간이 그대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위험한 생각도 할지 모를 거야. 그러니 시간은 비가역이라는 말은 맞는 것 같아. 한쪽으로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 아인슈타인의 그 머리 아픈 상대성 이론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이론상 가능하다는 타임 워프나, 타임 리프를 차치하고서라도, 이미 한 번 움직인 시간을 돌리는 일이라는 것이, 일상의 사소한 것들이라면 모를까 너무 커다란 것들을 건드린다면, 그 결과를 감당하는 일이 더 힘들지 않을까 해서 말이야.  


 물론 나도 그러고 싶은 적이 있었어. 응? 그래 타임 리프. 마코토의 팔꿈치에 찍혀 버린 타임 리프의 숫자처럼 충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 꼭 다시 가서 고쳐보고 싶은 과거가 말이지. 물론 그 안의 내가 나를 만나면 이론상으로는 큰일이 생긴다고는 하지만 새로운 길을 걷는다는 것이 흥미롭지 않아? 맞아. 듣고 싶지 않은 고백을 피할 수도 있고, 갑작스러운 싸움에 말려들지 않아도 돼. 그리고 마코토 너처럼 여러 가지 좋은 일들을 대신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말이야. 그런데 가령...... 그렇게 한다면 이미 겪었던 그 당시 혹독했던 결과가 부드럽게 변한다 해도 그 결과 자체가 생경해서 난 좀 걱정이 될 것 같아. 그래, 아까 말했던 비가역적인 시간을 움직여서 내가 겪었던 최악의 선택이 조금 나아지더라도 그것이 파생시킬 또 다른 결과의 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워. 거기에는 내가 당해야 할 아픔이나 사고를 고스란히 다른 사람이 겪어야 한다는 죄책감이 섞여 있겠지. 죽음이나 사고를 피하고 싶은 절박했던 과거를 다시 되돌려 내 소중한 사람을 다시 찾을 수 있다면...... 가령 마코토가 이렇게 물어본다면 난 참 오래도록 생각을 해야 할지도 몰라. 정말 어려운 문제이니까. 너무나 끔찍한 결과에 비길 또 다른 끔찍한 결과가 과연 생길 수 있을까 생각하니 머리가 좀 아프지만, 그것도 내가 결정할 결과의 무게감을 생각한다면 그것도 나에게는 엄청난 짐이면서 부담이겠지.  


치에키는 특이한 아이야. 코스케도 그렇고. 그 둘이 마코토 네가 건너는 시간에 쉴 새 없이 얽히고 있으니 과히 시간을 건너는 능력은 조금 버거운 면이 있어. 가령, 네가 시간을 건너는 횟수가 제한이 되어 있다거나, 그 능력에 버금가는 책임감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면 지각을 면하기 위해서 그렇게 그 능력을 소비하는 것이 조금 아까웠을 수도 있었을 거야. 아니다. 책임감을 이야기한다면 그런 사소함에만 신경을 쓴 마코토의 소박한 소망이 다행이었는지도 모르겠어. 그건 대단한 능력이고 사람들은 그 대단한 능력을 조금은, 뭐라고 해야 하나, 욕망을 위해서 쓸 수도 있으니까. 아! 아! 나에게는 이런 질문 물어 보지 말아줘. 노코멘트. 난감한 질문이니까.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는 얼굴부터 짓고 있군 원.  

  마지막 타임 리프를 쓰고 나서 왜 그렇게 울었던 거야? 마코토가 우는 이유를 이해하고 있지만 누군가 만날 수 없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보다는, 그 만난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면 되잖아. 결국 말하지 못한 ‘나 너를 좋아해’ 이 말을 못해서 아쉬웠어? 그 애는 잘 알거야. 다시 만나자고 했잖아. 기다린다고. 그리고 아까 말했던 시간이 부리는 결과의 무거움도  잘 아는 마코토가 이렇게라도 다행인 모습으로 마무리되는 차분한 결과가 안심이 되잖아.

마코토, 어이~ 시간을 건너는 소녀. 아니다 시간을 건넜던 소녀. 마녀 이모의 말처럼 다른 결과도 상상하니 좀 어때? 실은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마코토는 너무 많은 것들을 알아버렸어. 다른 사람들은 너의 그 수많은 사건들을 하나도 모르는데, 단 1초만 지났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그래 딱 한 사람을 빼 놓고는 말이야. 째깍, 이 초침의 움직임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겪은 거야? 결국은 똑같은 자리에 돌아오고야 말 것을. 그래도 나름대로 재미있었다고?

그래. 알았어. 재촉하지 말고. 솔직히 말해 보라고? 타임 리프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 글쎄...... 나는 마코토와는 다르니 그 호두가 생긴다면 가령...... 나는...... 말이지?.....

가령...... 가령......

가령......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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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노케 히메
미야자키 하야오 (Hayao Miyazaki) 감독, 다나카 유코 외 목소리 / 대원DVD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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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저의 마음을 홀라당 사로잡은 애니메이션입니다..

 

 목요일에 방영되는 후지티비의 <노이타미나> 시리즈의 일환인, <모노노케>.

 

 사실 나온지 몇 년 됏는데..전 이제야 봤군요.

 

 

1. 굉장한 포스의 주인공- '약장수' 씨.

 

아악.

 

 

 쿠스리요리 상!!!!!!!!!!!!! (주인공이자 퇴마사인 '약장수')

 여태까지 퇴마사는 흔하게 있었지만, 이런 매룍남은 첨 봅니다. ㅎㅎ...

 여동생 말로는 '여성용 기모노'를 입고 있는 것부터가 특출나다고 하더군요. (!)
 

 하지만 화려한 패션은 그저 맛보기일 뿐. 말투와 성격도 정말 개성적입니다.

 알 수 없는 미소를 띄고 사람들을 지그시 응시하는 그는...

필요한 말 아니면 잘 꺼내질 않습니다. 말을 한다고 해도 3/4 음절씩 끊어 

서 천천히 내뱉는 것이

독특하지요.. 예를 들어,
 

나는 평범한 약장수요.' 라고 말할 때도...
 

나는................평범한................약장수라오.

이런 식입니다. 들어보면 느낌이 올겁니다..ㅎㅎ

아무튼.. 그는 커다란 약상자를 짊어지고 어디든 돌아다니는데, 완결이 날 때까지도 그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여러 시대도 넘나드는 듯 하여, 과연 인간인가? 싶을 때도 있구요.

예를 들어, <모노노케>의 마지막 편인 <바케네코> 편의 무대는 .. 전동차가 다니는 메이지 시대입니다. 

정체도 정체지만... 그가 들고 있는 도 굉장하지요.

개인적인 생각으론 가면라이더를 능가하는 변신아이템입니다.

그가 가진 퇴마의 검은 평소에는 뽑히지 않는 단도인데- 모노노케의 형태, 내력, 까닭만 밝혀지게 되면

쓸 수 있게 됩니다. 이 때 약장수는 "해방하노라!" 라고 외치죠..




  모노노케라면 어디든지 가는 쿠스리요리 상...그가 당신을 지그시 응시한다면...당신은 뭔가 잘못이 있는 것이다?!

          

퇴마의 검 해방 때의 모습. 평소와 전혀 다르죠? 게다가 능력도 천지차이랍니다.. 



일단 검을 해방한 후엔.... 모노노케를 상대할 수 있는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죠...

 

 사실 약장수의 프로필이나 정체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습니다. 심지어 이름도 그냥 약장수인 채로..


하지만 활약상으로 추측해보건데... 모노노케를 정화하기 위해 인간의 몸을 하고 돌아다니는 

고대의 신이 아닐런지.... (어디까지나 멋대로의 생각입니다...^^;;)

여동생은... 그의 캐릭터 디자인이 마치 '구스타브 클림트'의 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다는

예리한 지적을 해줬습니다. (!)





  클림트의 대표적인 캐릭터인...... 황금의 색채. 비슷한 느낌이 드시나요??

 
2. 화려한 연출

 말그대로 색채의 향연입니다. 사치스럽다고 느껴질만큼 배경에 공을 들였는데....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사실 배경에서도 클림트의 느낌이 강하게 날때가 많이 있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5OJW9gZL33Q

누가 편집해놓은 영상인데... 한 번 보시면 이해가 가실 듯 합니다. ㅎㅎ

 3. 주제- 인간만큼 더러운 것이 없어!!

 시리즈 중 <우미보즈-바다의 승려> 편에 나오는 구절에..

요괴의 수는 신들의 수와 같은 800만..(거의 무한하다는 뜻),

 그 중 '모노노케'는 '사람을 질병처럼 미워하는 존재'. 즉 이 세상 것이 아닌 존재 중에서도

 인간을 미워하는 것이 모노노케라고 하지요.

약장수는 이런 모노노케를 찾아 헤매면서, 그들을 베어버립니다.

하지만 아무때나 휙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 대해 세 가지를 알고자 하죠.

형상, 내력, 까닭. 특히 까닭은..작품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키입니다.

모노노케가 왜 생겼나에는.... 인간들의 추악한 이면이 꼭 얽혀있으니까요. 작품의 주된 내용도

모노노케의 '까닭'을 밝혀가는데 있습니다.

결국 모든 것을 알고 나면..... '요괴보다도 무서운 것이 사람'이라고 새삼 느끼게 되지요..^^;;;

우리 사정만 해도, 예전에는 호환, 마마, 천연두, 호랑이,

불량불법 영상물, 공산당(?) 등이 그렇게 무서운 존재였다면

지금은, 연쇄살인마, 사이코패스, 삽질 정치인(?), 성범죄자 등이 무서운 존재지요.

4. 에피소드 별 리뷰

 

 모노노케의 개성 강한 다 섯개 에피소드를 간단하게 소개할까 합니다. (네타 없음!)

 

 좌부동자-

 

 추적추적 내리는 비, 쫒기는 임산부, 화려하지만 어딘가 수상한 여관, 
 

 무언가 숨기고 있는 여관주인과 하인. 그리고 약장수.

하룻밤 안에 벌어지는 기괴한 일들을 통해 우리는 '괴물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우미보즈-

 

 <모노노케> 중 가장 화려하고 흥미진진한 에피소드. 에도로 향하는 무역선에

 퇴마사를 자처하는 수험자와 탐욕스러운 상인, 수수께끼의 사무라이, 지체높은 중과 그 제자,

일자리를 찾아떠나는 아가씨, 그리고 약장수가 탑니다.

아무 일이 없다면- 에도에 금방 도착했을 배는 알 수 없는 음모에 휘말려

요괴의 바다인 '용의 삼각'으로 가게 되지요. 거기서 일행은 온갖 기묘한 일을 겪으며

뜻밖의 진실에 다가가게 됩니다....

  '우미보즈' 편은 스토리의 흥미진진함과 반전, 화려한 연출이 잘 나타나있습니다..ㅎㅎ 

 특히 '우미자토- 바다 악사'가 등장하는 씬은 잊을 수 없군요. 

  달걀귀신-

일가 식구를 모조리 참살하고, 사형수가 된 여인. 그리고 그녀와 감옥에서 우연히 만난

약장수. 그들의 앞에 홀연히 나타난 '가면의 요괴(달걀귀신- 놋페이)'.

요괴는 여인을 데리고 탈옥하고- 약장수는 그들을 쫒습니다. 사실, 여인의 잔혹한 살인행각에는

모노노케의 소행이 관련되있는데.... 약장수는 과연 모든 진실을 밝힐 수 있을지?

이 에피소드에는... 에도시대 여인들의 비극적인 삶이 잘 나타나있습니다. 

 우리나라 나 일본이나.. 여자들 살기 참 안좋앗군요.-_-

 누에-

향을 피워 즐기는 놀이- 문향. 이 문향의 맥을 이어가며 살고 있다는 '루리히메'에게

4명의 신랑후보가 찾아옵니다. 조정의 관료, 무역상, 시골무사, 그리고 약장수.

원래 약장수의 자리에는 '짓손지'라는 후보가 있습니다만 무슨 까닭인지 당일에
 

 오지 않아- 약장수가 그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죠. 

 4명의 후보는 '문향'을 통해, 누가 루리히메의 신랑이 될 것인가 겨룹니다.

하지만 전혀 뜻밖의 일이 벌어지면서- 한 겨울의 '문향'은 죽음의 게임이 되고 마는데.....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지막 씬의 연출은 개인적으로 인상깊었습니다.

 
바케네코-

 마지막 에피소드로, 시대를 훌쩍 건너뛰어 일본의 메이지 유신 이후로 갑니다.

철도역이 개통되는 날 열린 기념 기승식에서, 우연히 같은 칸에 모이게 된

시장, 기관사, 형사, 신문기자, 미망인, 우유배달소년, 카페의 웨이트리스.

 이들은 열차를 타고 가던 도중... 열차 안에 고립되게 되죠. 한 마디로,

절대 나갈 수 없는 상황. 그 와중에 그들이 갇힌 칸에 약장수가 홀연히 끼어듭니다.

그들을 고립시킨 건 바로 고양이요괴로, 그 내력과 까닭에는

개통식 전에 의문의 죽음을 맞은 여기자가 깊게 관계되있는 듯합니다.

전철의 좁은 칸 안에서 벌어지는 공포의 시간들을 통해- 약장수와 사람들은

진실에 다가가게 됩니다.

전의  4개 에피소드와는 색다른 배경과 연출이 인상적이구요.. 반전 역시 있습니다.ㅎㅎ

 <모노노케> 포스팅은 그만 마쳐야겠군요.

 백문이 불여일견. 일단 보고 나면, 누구나 이 작품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스타일인지라, 이런 작품 앞으로도 많이 만났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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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마인드
톰 맥그래스 감독, 윌 페렐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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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웰메이드 명작이 나왔다.
가족 영화이기 때문에 '명작' 이라 부르기에는 좀 가볍게 보일수 있지만, 흔히 '명작' 이라 불리는 작품처럼 진지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또하나의 작품.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다.
아이들과 함께 볼수도 있지만, 어른들을 위해서도 전혀 손색이 없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비쥬얼 면에서도 진보한 미국 애니메이션의 기술을 확실히 느낄수 있으며, 최근 유행에 따라 3D로 개봉.


안티 히어로물이다.
간단하게 정의 내리자면 안티 히어로물의 범주에 넣을 수 있겠지만,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좀더 심오한 스토리를 느낄 수 있다.
Anti-Hero 는 기존의 통념을 비트는 방식이다.
고전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선' 과 '악' 을 분명하게 구분짓고, 흑백논리로 평가를 내리지만,
근래에 유행하고 있는 안티히어로 스토리는 이런 경계가 모호하고, 구분하는것이 상당히 무의미 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줄거리(스포일러)-----------------------------------------------------------
시작부터 코미디다.
시작하는 스토리는 유명한 '슈퍼맨' 의 이야기를 차용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비틀기가 시작된다.
외계의 어느별.
어느날 갑자기 그들의 행성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서 궤멸할 위기에 처한다.
파란색의 큰머리 외계인 부부는 그들의 아이를 소형 비행선에 태워서 탈출시킨다.
아이가 블랙홀을 뒤로하고 날아가는 그때, 그 아이와 동시에 탈출하는 다른 소형 비행선이 있었으니,
그 비행선에는 하얀색 피부의 아이다.


그렇다.
그 하얀색 피부의 아이가 바로 슈퍼맨을 연상 시키는 그 아이다.
둘은 지구에 동시에 도착을 하는데, 파란색의 아이는 하얀색 피부의 아이가 탄 비행선과 부딪히면서, 하얀색 피부의 아이는 중산층 가정의 집에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도착하고, 파란색 피부의 아이는 교도소에 불시착한다.
자랄때부터 두 아이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자라난다.
파란색의 머리큰 아이는 교도소에서 자라기 때문에 '선' 과 '악' 을 판단하는 기준이 범죄자의 기준에 맞춰 양육된다.
반대로, 쇼맨십이 좋고 대인관계도 좋은 하얀색 아이는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며 자란다.
둘이 같은 학교에 다닐 무렵, 하얀색 아이는 모든 아이들의 우상이 되고, 파란색 아이는 왕따가 된다.
그렇게 두 아이가 성장해서, 하얀색 아이는 도시를 지키는 메트로 맨이 되고, 나쁜짓 밖에는 잘하는게 없이 자란 파란색 아이는 스스로 악당이 되어 메가마인드라고 이름을 짓는다.


고전적인 히어로물이 그렇듯이, 정의의 사도는 악당을 절대 죽이지는 않고 반드시 생포해서 감옥에 잡아넣는다.
메트로맨과 메가마인드의 관계는 그런 고전적인 스타일의 앙숙 관계.
메트로맨이 메가마인드를 잡아 넣으면 번번히 탈출해서 영웅과 악당의 관계가 유지되오던 어느날,
메가마인드가 설치한 함정에 빠진 메트로맨이 탈출하지 못하고 죽고 만다.
이것은 도시의 사람들도, 악당인 메가마인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이다.
마침내 도시는 메가마인드의 수중에 들어가고, 메가마인드는 마음껏 범죄를 저지르고 살게 되지만, 이내 그런 생활도 지쳐버린다.
메가마인드가 악당으로써 자신의 삶을 의미있게 해주었던 것은, 숙적인 메트로맨이 있었기 때문이다.
메가마인드 조차도 메트로맨을 그리워하던 어느날, 메가마인드는 메트로맨이 입고 있던 옷에 떨어진 비듬의 DNA 를 분석하여,
메트로맨이 가졌던 힘을 추출해내고, 정의로운 누군가에게 광선을 쪼여서 영웅을 만들어낼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미처 좋은 사람을 찾아내기 전에 실수로 발사된 광선에 한 남자가 맞게 되고..
메가마인드는 그 남자를 타이탄이라 이름지어주고, 영화 슈퍼맨에서 영상으로 '아버지' 가 나타나 교육을 시켰듯이, 자신도 그런 행세를 하며 타이탄을 교육 시킨다.
하지만, 태생이 게으르고 자기밖에 모르는 신세대에 왕따 스타일인 그 남자는 영웅 놀이 따위는 관심이 없다.
유일하게 관심있었던 것은 앵커우먼 록산느의 카메라맨으로 일하며 록산느를 좋아하게 된 것인데,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록산느와 사랑에 빠진 메가마인드가 그 점을 이용해서 타이탄을 부추기자 타이탄은 최악의 악당이 되어 도시를 파괴하기 시작한다.
혼란에 빠진 메가마인드.
자기와 싸울 영웅을 만드려 했던것이, 오히려 자기보다 더 무시무시한 악당을 만든 꼴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방황하던 어느날 메트로맨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되지만, 영웅놀이에 지친 메트로맨은 재기할 생각이 없다.
악이 등장하면 반대로 선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하는 메트로맨.
메가마인드는 타이탄에 대항하는 영웅이 되기로 결심한다.
록산느와 함께 타이탄과 맞서 싸우는 메가마인드.
간신히 타이탄을 평범한 사람으로 만드는 광선을 쏘여서 소란은 마무리 되고, 메가마인드는 도시의 새로운 영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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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마인드는 악당이다.
태어나서 부터 악당으로 교육받으며 자랐고, 잘하는 짓이라고는 악당짓 밖에 없는 천성이 악당인 인물.
천성이 악당이긴 하지만, 사실은 왕따당한 아픔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들의 사랑을 갈구하는 애정결핍한 인물이다.
항상 메트로맨이 영웅 노릇을 할때 희생양이 되는 메가마인드.
두 아이의 어린 시절이 그러했다.
외모에서부터, 메트로맨은 슈퍼맨을 닮았고, 메가마인드는 큰 빡빡머리에 외계인을 닮았다.
아이들은 메가마인드를 왕따 시켰고, 메트로맨만을 좋아했다.
자랄때부터 본인의 의지와 다르게 다른 삶을 살아온 메가마인드.
어느날, 메가마인드(아직 그 이름을 짓기전에)는 결심을 한다.
이럴거면, 차라리 자기가 잘하는 악당노릇을 하자고.


영웅인 메트로맨과 싸움을 벌이며 인생의 재미를 느끼던 메가마인드.
하지만, 메트로맨이 죽은척 위장해서 잠적해버리는 바람에 자신과 놀아줄(?) 상대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누군가가 메트로맨의 빈자리를 채워주기 바라지만, 자신의 아이디어로 만들어낸 타이탄은 오히려 더 악독한 악당이 되어버린다.
타이탄이 눈 레이저로 자신을 녹여버릴 위험에 처하자, 메가마인드는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영웅놀이, 악당놀이 따위는 메트로맨과 메가마인드 같은 관계에서나 성립한다는 것을.
그런것은 옛날 영화에서나 나오는 상투적인 스토리일 뿐이라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진짜 악당 '타이탄' 을 제압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메트로맨은 은퇴선언을 했으니, 타이탄에 대적할만한 인물은 메가마인드 밖에 없는 셈이다.
그래서, 메가마인드는 안티 히어로가 되는 셈이다.
그리고, 악당들은 절대고 여자를 사랑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뛰어넘어, 록산느와 사랑하게 된다.


가족영화로 만들지 않고 좀더 진지하게 만들어졌다면, 누구나 쉽게 '명작이다' 라고 할만했겠지만,
아무래도 가족영화로 만들어지다보니, 코믹한 요소도 많고 가벼운듯한 분위기가 많다.
하지만, 스토리를 생각해보면, 정말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라 하겠다.


메트로맨 목소리가 브래드 피트란다.
목소리 정말 멋지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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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팬더2 - Kung Fu Panda 2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쿵푸팬더1
 




[청룡시네마 박근영의 영화본심/<쿵푸팬더2>] "이번 상대는 누군가요? 해적인가요? 말만하세요." 팥 만주 40개를 한입에 집어넣는 쿵푸 팬더 포의 대사다. 디즈니에 아기 곰 푸(Pooh)가 있다면, 드림웍스에는 팬더 곰 포(Po)가 있다. 쿵푸 시합을 구경하러 갔다 얼떨결에 용의 전사가 됐던 포가 쿵푸를 지키기 위해 무적의 5인방과 길을 떠난다. 거위를 아버지로 둔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채 평화를 지켜야 한다. <쿵푸팬더2>이다.

2편에서도 쿵푸 권법을 동물로 형상화한 5인방은 그대로다. 원숭이(몽키), 학(크레인), 사마귀(맴티스), 뱀(바이퍼), 호랑이(타이그리스)다. 이들의 스승 너구리 시푸 사부는 마음의 평화를 위해 수련을 거듭한다. 혈통에 국수 국물이 흐른다던 포의 아버지 거위 핑은 여전히 열심히 요리한다.

그러나 악당은 바뀌었다. 1편에서는 표범 타이렁이 악당이고, 2편에서는 공작새 셴이 악당이다. 남성적 악당인 타이렁이 자신의 근육과 권법으로 싸웠다면, 중성적인 셴은 권력을 앞세운 무기와 군대로 싸운다. 악의 특성으로만 보자면 셴은 타이렁보다 사악하다. 부모를 배신하고, 공맨 시를 파괴하고, 팬더 족을 멸족시킨다. 셴은 기질적으로 타인의 고통과 두려움을 즐기는 악당에 속한다. 악당 셴 덕분에 <쿵푸팬더>의 무대는 넓어졌다. 그러나 셴의 악한 특성에도 불구하고, 대결의 측면에서 보자면 처음부터 어색한 대진표다. 흥미진진한 대결의 기본은 맞수를 만나야 한다는 점이다. 권법은 권법과 싸우고, 검은 검과 싸워야 한다. 그런데 여러 개의 대포와 맞서는 권법이라니? 물론 승리하면 쿵푸가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보일 수 있지만, 쿵푸 대련장면의 재미는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





쿵푸팬더2
 




대신 <쿵푸팬더2>의 포와 셴의 대결에서는 심리적 문제의 비중이 높아졌다. 둘은 쿵푸 맞수가 아니라 심리적 맞수다. 시작부터 끝까지 내적 평화를 강조하는 이유다. 포는 왜 부모가 자기를 순무 통에 버렸는가가 고민이다. 셴은 왜 부모가 자기를 왕국에서 쫓아냈는지가 고민이다. 포와 셴은 같은 심리적 문제를 갖고 있는 셈이다. '부모가 나를 버렸다'는 생각이다. 이 생각은 실제일 수도 있고, 상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린 아동에게는 이런 갈등이 빈번하고 생생할 수 있다. 대개 만 2세 전후부터 시작해서 분리-개별화 단계가 안정될 때까지다.

뉴욕 정신분석학회 회원이었던 말러(Mahler)는 아동의 심리적 탄생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영아는 태어날 때 자아 개념이 없다. 외부세계와 자신을 분리시키는 능력이 생기면서 자아가 발달한다. 그러나 자기(me)와 자기가 아닌 것(not-me)을 구별할 수 있다고 해서, 곧바로 사람에 대한 대상 영속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부모가 눈에 안보이면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여긴다. 혹은 자신을 화나게 하고 좌절시키는 부모는 진짜 부모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즉 어린 아동이 부모를 지각하고 인식하는 방식은 어른들과 다르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들의 상상 속에는 부모에게 버림받는 두려움과 진짜 부모에 대한 환상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구전 동화에 가짜 부모나 버림받은 영웅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이유 중 하나다. 출생의 비밀이 성인용 드라마에 나오는 경우와는 역할이 다르다. 아동용 이야기에 나오는 출생의 비밀은 아동의 내면에 있는 불안과 상상을 끄집어내서 놀 수 있게 해준다. 상상-놀이-현실을 이어주는 이행적 중간적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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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와 셴이 부모로부터 버림받는다는 불안을 다루는 방식은 다르다. 포는 주변 사람의 사랑으로 부모의 부재를 채우고, 셴은 주변 사람의 두려움으로 부모의 부재를 채운다. 포의 경우는 부모와 좋은 관계를 맺은 발달 유형이다. 아동이 따뜻한 보살핌을 받은 경우에는 부모가 자신을 돌보지 못하거나 만족을 줄 수 없는 경우에도 부모에 대해 정서적인 안정성을 보인다. 그 결과 부모가 옆에 없을 때라도 또래와 놀이를 즐기며 부재를 견딜 수 있다. 물론 좋은 부모 역할은 엄마 같은 아빠 거위, 미스터 핑이 해냈다. 반면 셴은 자기 뜻대로 해주지 않는 부모에 대해 분노와 좌절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부모에게 집착한다. 아버지의 왕좌를 파괴하고 부모의 성을 다 부숴버린다. 셴의 부모는 좋은 통치자였지만, 좋은 부모였다고 하긴 어렵다. 셴은 포에게 '버림받은 자식'이라고 윽박지르며 포에게 자신과 같은 좌절을 주려 하지만 실패한다.

쿵푸대결이 심리적 대결이 되어 버린 것은 악당 셴의 특성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대결이 포의 특성과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부가 전통적 훈련법을 포기하고 만두로 훈련을 시켰던 포가 아닌가. 전체 관람가 등급 만화에서 스토리가 단순한 것은 별 흠이 아니다. 아이들에겐 어떤 이야기든 새롭다. 그리고 단순한 이야기는 공감 연령이 넓다.





쿵푸팬더2
 




3D 영상은 장면마다 감탄이 나올 만큼 아름답다. 오프닝격인 셴의 회상 장면은 단순한 선과 강렬한 색체가 젠디 타르타코브스키의 <사무라이 잭>을 떠오르게 한다. 여인영 감독이 색채와 이미지를 다루는 방식은 만화 전체를 통해 빛난다. 예를 들어, 내면의 평화를 나타내는 물방울을 보자. 이슬 같은 물방울이 빗방울로 변하고, 차가운 빗방울은 포의 상처 난 몸을 감싸고 돌면서 뜨거운 눈물로 변한다. 이 장면은 포와 어머니의 이별 장면과 교차 편집됐다. 그리고 포의 손끝에서 떨어질 때는 풀잎을 적시는 가벼운 물방울이 된다. 그리고 물은 불과 융합된다. 불을 다루는 방식도 하나의 이미지로 완결된다. 불꽃은 화포가 되고 타오르는 기억이 된다. 불의 이미지는 셴의 붉은 깃털 무늬와 계속 교차한다. 그리고 파괴적 화력이 다시 축제의 불꽃이 된다.

<쿵푸팬더2>는 시각적으로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이 장점은 3D일 때만 느낄 수 있었다. 입체 영상이 아닌 경우에는 평이했다. 둘째, 3D영상을 보는 경우라 하더라도, 만화를 이런 심미적 관점에서 볼 사람이 많은가 하는 점이다. 호오가 나뉠 부분이다. 또한 포의 캐릭터 특성에 정적인 내면의 평화가 어울리는지도 다시 생각해볼 부분이다. <심리학박사·분당제생병원 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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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9 18: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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