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팬더2 - Kung Fu Panda 2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쿵푸팬더1
 




[청룡시네마 박근영의 영화본심/<쿵푸팬더2>] "이번 상대는 누군가요? 해적인가요? 말만하세요." 팥 만주 40개를 한입에 집어넣는 쿵푸 팬더 포의 대사다. 디즈니에 아기 곰 푸(Pooh)가 있다면, 드림웍스에는 팬더 곰 포(Po)가 있다. 쿵푸 시합을 구경하러 갔다 얼떨결에 용의 전사가 됐던 포가 쿵푸를 지키기 위해 무적의 5인방과 길을 떠난다. 거위를 아버지로 둔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채 평화를 지켜야 한다. <쿵푸팬더2>이다.

2편에서도 쿵푸 권법을 동물로 형상화한 5인방은 그대로다. 원숭이(몽키), 학(크레인), 사마귀(맴티스), 뱀(바이퍼), 호랑이(타이그리스)다. 이들의 스승 너구리 시푸 사부는 마음의 평화를 위해 수련을 거듭한다. 혈통에 국수 국물이 흐른다던 포의 아버지 거위 핑은 여전히 열심히 요리한다.

그러나 악당은 바뀌었다. 1편에서는 표범 타이렁이 악당이고, 2편에서는 공작새 셴이 악당이다. 남성적 악당인 타이렁이 자신의 근육과 권법으로 싸웠다면, 중성적인 셴은 권력을 앞세운 무기와 군대로 싸운다. 악의 특성으로만 보자면 셴은 타이렁보다 사악하다. 부모를 배신하고, 공맨 시를 파괴하고, 팬더 족을 멸족시킨다. 셴은 기질적으로 타인의 고통과 두려움을 즐기는 악당에 속한다. 악당 셴 덕분에 <쿵푸팬더>의 무대는 넓어졌다. 그러나 셴의 악한 특성에도 불구하고, 대결의 측면에서 보자면 처음부터 어색한 대진표다. 흥미진진한 대결의 기본은 맞수를 만나야 한다는 점이다. 권법은 권법과 싸우고, 검은 검과 싸워야 한다. 그런데 여러 개의 대포와 맞서는 권법이라니? 물론 승리하면 쿵푸가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보일 수 있지만, 쿵푸 대련장면의 재미는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





쿵푸팬더2
 




대신 <쿵푸팬더2>의 포와 셴의 대결에서는 심리적 문제의 비중이 높아졌다. 둘은 쿵푸 맞수가 아니라 심리적 맞수다. 시작부터 끝까지 내적 평화를 강조하는 이유다. 포는 왜 부모가 자기를 순무 통에 버렸는가가 고민이다. 셴은 왜 부모가 자기를 왕국에서 쫓아냈는지가 고민이다. 포와 셴은 같은 심리적 문제를 갖고 있는 셈이다. '부모가 나를 버렸다'는 생각이다. 이 생각은 실제일 수도 있고, 상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린 아동에게는 이런 갈등이 빈번하고 생생할 수 있다. 대개 만 2세 전후부터 시작해서 분리-개별화 단계가 안정될 때까지다.

뉴욕 정신분석학회 회원이었던 말러(Mahler)는 아동의 심리적 탄생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영아는 태어날 때 자아 개념이 없다. 외부세계와 자신을 분리시키는 능력이 생기면서 자아가 발달한다. 그러나 자기(me)와 자기가 아닌 것(not-me)을 구별할 수 있다고 해서, 곧바로 사람에 대한 대상 영속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부모가 눈에 안보이면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여긴다. 혹은 자신을 화나게 하고 좌절시키는 부모는 진짜 부모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즉 어린 아동이 부모를 지각하고 인식하는 방식은 어른들과 다르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들의 상상 속에는 부모에게 버림받는 두려움과 진짜 부모에 대한 환상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구전 동화에 가짜 부모나 버림받은 영웅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이유 중 하나다. 출생의 비밀이 성인용 드라마에 나오는 경우와는 역할이 다르다. 아동용 이야기에 나오는 출생의 비밀은 아동의 내면에 있는 불안과 상상을 끄집어내서 놀 수 있게 해준다. 상상-놀이-현실을 이어주는 이행적 중간적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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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와 셴이 부모로부터 버림받는다는 불안을 다루는 방식은 다르다. 포는 주변 사람의 사랑으로 부모의 부재를 채우고, 셴은 주변 사람의 두려움으로 부모의 부재를 채운다. 포의 경우는 부모와 좋은 관계를 맺은 발달 유형이다. 아동이 따뜻한 보살핌을 받은 경우에는 부모가 자신을 돌보지 못하거나 만족을 줄 수 없는 경우에도 부모에 대해 정서적인 안정성을 보인다. 그 결과 부모가 옆에 없을 때라도 또래와 놀이를 즐기며 부재를 견딜 수 있다. 물론 좋은 부모 역할은 엄마 같은 아빠 거위, 미스터 핑이 해냈다. 반면 셴은 자기 뜻대로 해주지 않는 부모에 대해 분노와 좌절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부모에게 집착한다. 아버지의 왕좌를 파괴하고 부모의 성을 다 부숴버린다. 셴의 부모는 좋은 통치자였지만, 좋은 부모였다고 하긴 어렵다. 셴은 포에게 '버림받은 자식'이라고 윽박지르며 포에게 자신과 같은 좌절을 주려 하지만 실패한다.

쿵푸대결이 심리적 대결이 되어 버린 것은 악당 셴의 특성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대결이 포의 특성과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부가 전통적 훈련법을 포기하고 만두로 훈련을 시켰던 포가 아닌가. 전체 관람가 등급 만화에서 스토리가 단순한 것은 별 흠이 아니다. 아이들에겐 어떤 이야기든 새롭다. 그리고 단순한 이야기는 공감 연령이 넓다.





쿵푸팬더2
 




3D 영상은 장면마다 감탄이 나올 만큼 아름답다. 오프닝격인 셴의 회상 장면은 단순한 선과 강렬한 색체가 젠디 타르타코브스키의 <사무라이 잭>을 떠오르게 한다. 여인영 감독이 색채와 이미지를 다루는 방식은 만화 전체를 통해 빛난다. 예를 들어, 내면의 평화를 나타내는 물방울을 보자. 이슬 같은 물방울이 빗방울로 변하고, 차가운 빗방울은 포의 상처 난 몸을 감싸고 돌면서 뜨거운 눈물로 변한다. 이 장면은 포와 어머니의 이별 장면과 교차 편집됐다. 그리고 포의 손끝에서 떨어질 때는 풀잎을 적시는 가벼운 물방울이 된다. 그리고 물은 불과 융합된다. 불을 다루는 방식도 하나의 이미지로 완결된다. 불꽃은 화포가 되고 타오르는 기억이 된다. 불의 이미지는 셴의 붉은 깃털 무늬와 계속 교차한다. 그리고 파괴적 화력이 다시 축제의 불꽃이 된다.

<쿵푸팬더2>는 시각적으로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이 장점은 3D일 때만 느낄 수 있었다. 입체 영상이 아닌 경우에는 평이했다. 둘째, 3D영상을 보는 경우라 하더라도, 만화를 이런 심미적 관점에서 볼 사람이 많은가 하는 점이다. 호오가 나뉠 부분이다. 또한 포의 캐릭터 특성에 정적인 내면의 평화가 어울리는지도 다시 생각해볼 부분이다. <심리학박사·분당제생병원 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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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9 18: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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