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스토리 3 - 아웃케이스 없음
리 언크리치 감독, 조앤 쿠삭 외 목소리 / 월트디즈니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만남과 이별 - 다시 소중해 지기 위해서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3]

CG 애니메이션의 원조를 말하라면 여러분을 어떤 만화를 대실 것인가요? 뭐 이견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의 영화 [토이 스토리]를 말하지 않을까요? 1편이 개봉 된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수많은 CG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그 자리를 공고히 하면서도 캐릭터의 아기자기함까지 유지하는 [토이 스토리]는 확실히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영화임이 분명합니다.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모든 세대들이 향수를 가지고 있는 추억의 장난감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고, 유년의 아련한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너무나 당연한 상상일지는 모르겠지만 유년의 따뜻한 시간을 보내지 않은 어른들이란 없을 테니까요. 물론 현재진행형인 아이들은 말할 나위 없고요. 자신만의 꿈을 달래줄 수 있고, 순수한 상상력으로 가는 가장 환상적인 통로는 장남감이 아닐까요? 저 또한 떠올려 보면 저와 같이 나란히 성장하다시피 했던 장난감들이 떠올라 추억에 잠기게 됩니다. 그러면서 문득 드는 생각. 그 많은 장난감들은 다 어떻게 되었을까?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그 많은 장난감들 다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요?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마지막 편 격인 [토이 스토리 3]는 헤어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헤어짐에 대한 이야기라...... 디즈니와 픽사의 이야기치고는 좀 슬프다고요? 하지만 어떻게 보면 아주 적절한 선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면 이런 선택은 어떨까 하는 의도가 적절하면서도 나름 꽤 명민하고도 따뜻한 마무리로 매듭을 짓고 있기 때문입니다. 헤어짐이면서도 또 다른 만남의 이야기를 아우르는 결말의 미묘한 분위기도 좋고요. 무엇보다도 어쩔 수 없는 헤어짐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이 애니메이션의 여운이 발군입니다. 제가 예전 어디에 두었는지도 모를 만큼 무심했던 내 소중한 장난감들까지 생각하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앤디는 이제는 집을 떠나 대학을 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방을 비우고 떠나야 할 앤디에게 엄마는 이제는 버려야 할 것들은 버려야 하지 않냐고 종용을 하고 있네요. 한동안 들여다보지 않았던 장난감 상자를 열어보고 앤디는 망설입니다. 엄마의 말대로 이 장난감을 처분해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엄마는 차라리 탁아소에 장난감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를 하는 것은 어떠냐고 말합니다. 앤디는 망설이다가 누군가에게 기부하느니 다락에 놓아두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일이 꼬여서 그만 장난감들이 들어 있는 비닐봉지가 엄마의 기부 상자에 들어가 버렸네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앤디의 장난감들은 서니 사이드 탁아소로 가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앤디의 장난감들, 그러니깐 우디와 버즈 그리고 다른 장난감들의 예상치 못했던 험난한(?) 여정이 시작됩니다. 
 

유일하게 앤디의 선택을 받은 우디는 앤디와 함께 대학에 가는 일로 들떠 있지만 우디의 동료이자 친구들인 버즈를 포함한 다른 장난감들은 새로운 만남을 선택합니다. 서니 사이드 탁아소에는 그렇게 아이들에게 버려진 장난감들이 가득 있었고, 그들은 탁아소에서 다른 주인을 만나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으니까요. 우디는 자신들의 친구들을 설득하지만 마음이 돌아선 장난감 친구들은 집으로 가는 것을 거부합니다. 새로운 만남을 택한 것이지요. 오랫동안 잊혀 졌으며, 이제는 성인이 되어버린 앤디에게 더 이상 유년의 추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알았던 것이지요. 우디 또한 그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서니 사이드 탁아소에서는 라쏘라고 하는 딸기 향내가 풍기는 곰 인형이 총괄하는 느낌입니다. 우디는 마음을 정한 친구들과 다소 섭섭한 작별을 하네요. 그런데 아무래도 행복할 것 같은 써니 사이드 탁아소가 조금 수상해 보입니다. 
 

모든 유기된 사물이나 사람 혹은 동물들도 그렇겠지만 버려짐에서 파생되는 상처는 커다란 아픔을 파생시킵니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또한 이겨내는 데에도 여러 방법이 있겠지요. 어떤 이들은 그 아픔을 이겨내고 새로운 희망과 만남을 향해서 한 걸음 나아가기도 하고 또한 어떤 이들은 그 아픔 안에 영원히 갇혀 어둠 속에 잠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써니 사이드 탁아소의 라쏘는 주인에게 버려진 상처를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의 괴물이 되어 버리는 후자의 길을 선택합니다.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고, 마음을 닫은 채, 밟고 올라가지 않으면 내 스스로 무너진다고 생각하는 그런 독재자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렇기에 자신과 함께 버려진 빅 베이비를 속이고 광대인형인 처클스까지 져버리면서 서니 싸이드를 그만의 이기적인 왕국으로 변모시킵니다. 계급을 나누고, 또한 마음을 나누고 받아들이는 일은 사치라고 여깁니다. 한없이 귀여운 인상과는 달리 마음은 차갑게 얼어버린 것이지요. 우디는 무사히 빠져 나갔지만 다른 친구들은 라쏘의 이런 이중적인 마음을 너무 늦게 알아버립니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갇혀 버린 그들에게 마지막 희망이 아직 남아 있군요. 그래요. 우디가 그 주인공입니다.

우디를 포함한 친구들의 여정은 활극을 연상시키면서도 코믹하고 때로는 감동적입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기를 원하는 장난감의 특성상 그들에게 새 주인은 절실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엄연히 따져서 앤디는 그의 장난감을 버리지는 않은 것이지요. 어떻게 주인에게 돌아갈까 하는 여정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때 살짝 뒤통수를 치는 마지막 장면은 슬픔과 헤어짐 그렇지만 또 다른 만남의 기대와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장면입니다. 우디를 포함한 그들의 장난감 친구는 그 모두를 아끼고 사랑해 줄 또 다른 주인을 만나게 되니까요.

앤디는 자신의 장난감을 아껴 줄 여자 아이 보니와 헤어지며 마지막으로 우디를 바라봅니다. 자신의 소중한 추억과 이제는 영원한 이별을 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는 것을 직감한 것이지요. 그것은 우디와 버즈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을 사랑했던 주인과 헤어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헤어짐을 소중한 발판으로 또 다른 만남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아이러니한 순간이 다가왔다는 것. 얼마나 많은 헤어짐과 또한 버려짐이 산재할지 모르는 세상일지 모르지만 그 반면에 그것을 완화시키는 이런 만남과 따뜻함이 세상에는 엄연히 존재합니다. 외로움에게 마음이 먹혀 어두운 방에 갇혀 살아 영원히 마음을 변화시키지 못했던 딸기 곰 라쏘와는 달리 다른 만남에 마음을 여는 용기는 더욱 대단해 보입니다. 전자의 선택은 차라리 어쩌면 쉬운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상처받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은 한결 같고 그 마음을 여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니까요. 선택은 개인의 몫이겠지만 여전히 저에게는 후자의 것이 훌륭해 보입니다. 우디와 버즈 그리고 친구들은 라쏘와는 달리 후자의 길을 선택했군요. 참으로 기특해 보이네요.

각설하고, 이 영화는 참으로 따뜻하고 사랑스럽습니다. 하지만 마냥 따뜻함과는 다른 슬픔 또한 동시에 존재합니다. 헤어짐과 만남, 이 둘의 상반될 듯 보이는 사건은 사실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영원한 만남과 헤어짐이 없듯이 이 둘은 항상 서로에게 모자란 부분을 꼭 채워주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슬픔도 기쁨으로 채워지고 기쁨도 슬픔으로 인해 고개를 숙이는 법인가 봅니다. 만남과 헤어짐. 이 관계의 변주 점을 한 없이 오가는 우리들에게도 이 애니메이션은 여러 가지 시사하는 바도 많고 풍부한 감동도 전해줍니다. 결국 그렇게 두 가지 극점을 반복하며 오고가는 우리들 역시 서로에게 더욱 소중해지기 위해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지 않나 하는 감상 아닌 감상까지 더듬으면서 말이지요. 안 보셨다면 추천해 드립니다. 이 영화 [토이 스토리 3]를.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1-06-09 1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