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소녀 (1disc)
호소다 마모루 감독, 이시다 타쿠야 외 목소리 / CJ 엔터테인먼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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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애니매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 리뷰  


마코토? 시간을 건너온 소녀, 마코토? 대단하지 않아? 왈가닥에 선머슴 같은 면이 있지만 네 말대로 딱히 잘하는 것도 없고 못하는 것도 없지만, 시간을 건너뛴다니, 그런 능력은 아무나 가지고 있지 않은 거라고. 가령 마코토 네가 고친 사소한 일상도 그렇지만, 정말 대단한 일에 쓸 수도 있으니까. 그런 능력이라는 것은 말이지. 늦잠을 자고 학교에 지각하는 일에서 줄줄이 머피의 법칙처럼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너의 능력을 쓴다는 것도 좋지만 말이야. 그럼 자질구레하고 조금은 피곤한 일상들이 깔끔히 정리되겠지. 물론 이 관점은 지극히 너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거니 그것만은 명심해 둬. 마코토 네가 마녀라고 놀리듯이 부르는 너의 이모가 말한, 수정한 과거가 마코토 네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있으니까. 
 

그렇게 본다면 언제나 제자리인 거야. 한 번 흘러간 시간이 결정하는 모든 사건의 근원이라는 것이 가만히 들여다보면 출발하는 그 순간부터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지. 어떻게 고치든 그 결과를 알고 있는 마코토 네가 정말 원하는 최선의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야. 가령, 마코토가 자전거 사고가 날 그 시점을 너의 그 능력을 이용해서 살짝 옮겨 보면, 끊임없이 또 다른 사건과 불행들이 너를 비껴가 친구들에게 일어나는 것을 보았으니까. 넌 차라리 그 처음의 순간이 그대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위험한 생각도 할지 모를 거야. 그러니 시간은 비가역이라는 말은 맞는 것 같아. 한쪽으로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 아인슈타인의 그 머리 아픈 상대성 이론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이론상 가능하다는 타임 워프나, 타임 리프를 차치하고서라도, 이미 한 번 움직인 시간을 돌리는 일이라는 것이, 일상의 사소한 것들이라면 모를까 너무 커다란 것들을 건드린다면, 그 결과를 감당하는 일이 더 힘들지 않을까 해서 말이야.  


 물론 나도 그러고 싶은 적이 있었어. 응? 그래 타임 리프. 마코토의 팔꿈치에 찍혀 버린 타임 리프의 숫자처럼 충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 꼭 다시 가서 고쳐보고 싶은 과거가 말이지. 물론 그 안의 내가 나를 만나면 이론상으로는 큰일이 생긴다고는 하지만 새로운 길을 걷는다는 것이 흥미롭지 않아? 맞아. 듣고 싶지 않은 고백을 피할 수도 있고, 갑작스러운 싸움에 말려들지 않아도 돼. 그리고 마코토 너처럼 여러 가지 좋은 일들을 대신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말이야. 그런데 가령...... 그렇게 한다면 이미 겪었던 그 당시 혹독했던 결과가 부드럽게 변한다 해도 그 결과 자체가 생경해서 난 좀 걱정이 될 것 같아. 그래, 아까 말했던 비가역적인 시간을 움직여서 내가 겪었던 최악의 선택이 조금 나아지더라도 그것이 파생시킬 또 다른 결과의 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워. 거기에는 내가 당해야 할 아픔이나 사고를 고스란히 다른 사람이 겪어야 한다는 죄책감이 섞여 있겠지. 죽음이나 사고를 피하고 싶은 절박했던 과거를 다시 되돌려 내 소중한 사람을 다시 찾을 수 있다면...... 가령 마코토가 이렇게 물어본다면 난 참 오래도록 생각을 해야 할지도 몰라. 정말 어려운 문제이니까. 너무나 끔찍한 결과에 비길 또 다른 끔찍한 결과가 과연 생길 수 있을까 생각하니 머리가 좀 아프지만, 그것도 내가 결정할 결과의 무게감을 생각한다면 그것도 나에게는 엄청난 짐이면서 부담이겠지.  


치에키는 특이한 아이야. 코스케도 그렇고. 그 둘이 마코토 네가 건너는 시간에 쉴 새 없이 얽히고 있으니 과히 시간을 건너는 능력은 조금 버거운 면이 있어. 가령, 네가 시간을 건너는 횟수가 제한이 되어 있다거나, 그 능력에 버금가는 책임감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면 지각을 면하기 위해서 그렇게 그 능력을 소비하는 것이 조금 아까웠을 수도 있었을 거야. 아니다. 책임감을 이야기한다면 그런 사소함에만 신경을 쓴 마코토의 소박한 소망이 다행이었는지도 모르겠어. 그건 대단한 능력이고 사람들은 그 대단한 능력을 조금은, 뭐라고 해야 하나, 욕망을 위해서 쓸 수도 있으니까. 아! 아! 나에게는 이런 질문 물어 보지 말아줘. 노코멘트. 난감한 질문이니까.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는 얼굴부터 짓고 있군 원.  

  마지막 타임 리프를 쓰고 나서 왜 그렇게 울었던 거야? 마코토가 우는 이유를 이해하고 있지만 누군가 만날 수 없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보다는, 그 만난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면 되잖아. 결국 말하지 못한 ‘나 너를 좋아해’ 이 말을 못해서 아쉬웠어? 그 애는 잘 알거야. 다시 만나자고 했잖아. 기다린다고. 그리고 아까 말했던 시간이 부리는 결과의 무거움도  잘 아는 마코토가 이렇게라도 다행인 모습으로 마무리되는 차분한 결과가 안심이 되잖아.

마코토, 어이~ 시간을 건너는 소녀. 아니다 시간을 건넜던 소녀. 마녀 이모의 말처럼 다른 결과도 상상하니 좀 어때? 실은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마코토는 너무 많은 것들을 알아버렸어. 다른 사람들은 너의 그 수많은 사건들을 하나도 모르는데, 단 1초만 지났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그래 딱 한 사람을 빼 놓고는 말이야. 째깍, 이 초침의 움직임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겪은 거야? 결국은 똑같은 자리에 돌아오고야 말 것을. 그래도 나름대로 재미있었다고?

그래. 알았어. 재촉하지 말고. 솔직히 말해 보라고? 타임 리프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 글쎄...... 나는 마코토와는 다르니 그 호두가 생긴다면 가령...... 나는...... 말이지?.....

가령...... 가령......

가령......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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