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터 - 나는 AI로 인생을 바꿨다
비기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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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흔을 넘긴 나이에 ‘AI’니 ‘프롬프트’니 하는 단어들을 접하는 일은 그리 녹록지 않다. 세상이 변하는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네모난 스크린 너머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우리 세대가 평생 흙을 일구고 붓을 쥐며 쌓아온 노동의 감각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저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물결이 인간의 영역을 어디까지 대체할 것인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먼저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저자 비기가 쓴 <크래프터>를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나는 이 책이 단순한 첨단 기술의 사용 설명서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의 ‘장인정신’에 관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저자는 특별한 기술이나 거창한 스펙 없이 출발해 인공지능이라는 생소한 도구를 만나 자신의 일과 삶을 정성스레 개척해 나간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저자가 AI를 대하는 자세는 무턱대고 신기술에 끌려다니거나 기술의 화려함에 현혹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수백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기계와 대화하는 법을 익히고, 자신이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 질문을 정제하고 지시를 설계하는 과정은, 옛날 목수가 나무의 결을 읽고 대팻날을 다듬던 고심의 시간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도구는 비록 디지털이라는 낯선 옷을 입었을지언정, 그 도구를 주도적으로 길들이고 빚어내는 주체는 결국 인간의 생각과 의지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 책의 장점은 명확하고 직관적인 구성에 있다. 나이가 들수록 복잡한 수식이나 나열식 이론보다는, 본질을 꿰뚫는 실행의 과정이 한눈에 들어오는 법이다. 저자는 기술적 난해함에 매몰되지 않고, AI라는 거대한 연장통에서 어떻게 필요한 연장을 꺼내어 나만의 연장으로 다듬을 수 있는지를 단계별로 정갈하게 짚어준다. 특히 AI에게 수동적으로 답을 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매개체를 '통제하고 활용하는 직조자(Crafter)'의 위치로 바로 세우는 발상의 전환은 매우 인상적이다. 스크린 위의 막막한 여백을 질문과 상상력으로 채워나가는 모습은 여백 위에 붓 끝으로 농담을 조절하던 우리 세대의 오랜 경험과도 궤를 같이한다.

 


물론 평생을 아날로그의 질감 속에서 살아온 이들에게는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디지털 용어나 긴박한 실무적 테크닉들이 처음에는 생소하게 다가올 수 있다. 천천히 관조하고 깊이 사색하는 맛보다는 빠른 응용과 현장성에 초점이 맞춰진 구성 역시 전통적인 독서 방식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다소 서먹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도구를 탐구하고 수없이 단련하여 마침내 숙련의 경지에 다다르고자 하는 저자의 묵직한 집념은, 평생에 걸쳐 자기 삶을 단단히 일구어온 노년의 눈으로 보아도 충분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진정성을 품고 있다.

 

결국 <크래프터>는 시대를 뛰어넘어 인간과 도구의 올바른 관계를 다시금 성찰하게 만드는 참신한 안내서다. 변화의 기로에서 길을 찾는 젊은이들에게는 신기술을 자신의 무기로 만드는 정교한 지도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황혼기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때도 현대 디지털 시각 문화와 기술의 흐름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넓은 창문이 되어준다. 세월이 흘러 세상의 연장이 아무리 바뀌어도, 아름답고 유용한 가치를 창조해 내는 힘은 사람의 단단한 생각에서 비롯된다는 진리를 다시금 확인시켜 준 기분 좋은 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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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적 영감을 히트곡으로 만드는 수노 AI 작사 작곡 - 쉽고 빠르게 프로처럼 완성하는 작사 · 작곡 · 편곡 · 리믹스 ㅣ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이은하수 지음 / 보누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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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은하수 저자의 <천재적 영감을 히트곡으로 만드는 수노 AI 작사 작곡>을 일곱 고개를 넘어선 나이에 집어 들었을 때, 주변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황혼의 길목에서 신기술이라니, 그것도 청년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인공지능(AI)으로 음악을 만든다니 생소하게 느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 세대야말로 골목길 가방 속에 조그만 트랜지스터라디오를 품고 다니며 음악과 함께 청춘을 보냈던 이들이 아닌가. 옛 시절 LP판의 따뜻한 지직거림에 삶의 위로를 얻던 소년이, 이제는 컴퓨터와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기술의 바다 앞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된 셈이다.

 

이 책은 단순히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루는 단조로운 기술 지침서가 아니다. 저자는 수노 AI라는 신기술을 통해 음악이라는 예술적 언어를 어떻게 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지를 아주 명쾌하고 친절하게 풀어내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기기나 디지털 도구를 접할 때 왠지 모를 두려움과 막막함이 앞서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책은 낯선 전문 용어로 독자를 기죽이지 않는다. 화면을 하나하나 짚어주듯 차분하게 설명해 나가는 저자의 문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생경했던 AI 프로그램이 친숙한 도구로 다가오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책을 읽으며 가장 가슴 깊이 울림을 주었던 대목은 AI 기술의 놀라움 그 자체보다는, 그 기술을 다루는 '인간의 마음'과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였다. 수노 AI는 훌륭한 곡을 순식간에 뽑아내는 기묘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정작 그 곡에 영혼과 온기를 불어넣는 것은 인간이 입력하는 프롬프트, 즉 우리가 품고 있는 삶의 궤적과 문장들이다. 이 지점에서 70대라는 나의 나이는 걸림돌이 아니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칠십 평생을 살아오며 가슴속에 켜켜이 쌓아둔 수많은 사연과 감정들이 있다. 젊은 날의 격렬했던 열정, 치열하게 삶을 일궈내며 겪었던 좌절과 보람, 그리고 자식들을 다 키워놓고 비로소 맞이하는 노년의 정적과 쓸쓸함까지. 이 모든 세월의 앙금들은 젊은이들이 감히 단기간에 따라 할 수 없는 깊이 있는 가사가 되고 멜로디의 소재가 된다. 이 책은 늙어가는 내 안의 이야기들이 AI라는 날개를 달았을 때 어떻게 세상 하나뿐인 울림 깊은 노래로 재탄생할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실제로 책의 안내를 따라 나만의 가사를 적어보고 분위기를 설정해 노래를 만들어보는 과정은 마치 어린 시절 흙장난을 치던 때로 돌아간 듯한 동심과 설렘을 선사했다. 악기를 전혀 다룰 줄 몰라도, 계명조차 제대로 읽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그저 내 지나온 삶의 한 조각을 글귀로 써 내려가자, AI는 순식간에 아름다운 선율을 붙여 내가 꿈꾸던 음악을 들려주었다. 내가 살아온 인생이 비로소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취미생활을 넘어,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치유하는 고귀한 영적 체화의 경험이었다.

 

물론 나이가 나이니만큼 디지털 기기의 화면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거나 세밀한 명령어를 조율하는 과정이 매번 쉽지만은 않다. 때로는 원하는 느낌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고개가 갸우뚱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가 안내하는 다양한 예시와 실전 노하우를 하나씩 적용해 가며 나와 맞는 음색을 찾아가는 길은, 그 자체로 황혼기에 찾아온 커다란 삶의 활력소다. 머릿속으로만 그려보던 추억의 풍경들이 멜로디가 되어 귓가를 울릴 때의 감동은 이 나이에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이 책은 단순히 최첨단 AI 기술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나이라는 한계와 제약에 갇혀 지내기 쉬운 노년층에게 "당신의 삶도 여전히 창작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하는 따뜻한 손길과 같다. 백세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과거의 추억만 먹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황혼의 계절을 지나고 있는 수많은 동년배들에게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손주들에게 들려줄 나만의 노랫말을 만들고, 지나온 세월을 아름다운 선율로 채워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주저 없이 이 책의 첫장을 넘겨보길 권한다. 인공지능이라는 첨단 문물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며, 우리의 깊은 인생 경험과 만났을 때 비로소 가장 찬란하고 깊이 있는 히트곡으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똑똑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세월의 깊이를 음악으로 바꾸는 이 특별한 여정은, 내 삶의 황혼을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고 아름답게 물들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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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붕의 AI 트렌드 2027 - 질문에 답하는 AI에서, 스스로 진화하는 AI로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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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칠십 평생을 살며 참으로 많은 세상의 변혁을 목도했다. 검은 수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돌리던 청년 시절을 지나,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컴퓨터인 ‘스마트폰’에 겨우 적응했더니, 이제 세상은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끌고 우리 앞마당까지 밀려들었다. 젊은이들이 뉴스나 TV에서 AI니, 챗GPT니 하며 소란을 떨 때마다 솔직히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내 나이에 이제 와서 기술을 배워서 무엇하겠나”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재붕 교수의 신작 <최재붕의 AI 트렌드 2027>을 집어 들고 책장을 넘기면서, 이러한 생각이 참으로 안이한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이 책은 단순히 복잡한 AI의 기술적 알고리즘을 나열하거나 개발자들을 위해 쓰인 지침서가 아니다. 오히려 기술이 일상과 산업, 문화를 어떻게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지 보여주는 ‘문명사적 보고서’에 가깝다. 저자는 거창한 담론에 갇히지 않고 반도체, 국방, 콘텐츠, 금융, 의료 등 우리 삶과 밀접한 8개 분야의 구체적인 현장을 들추며, AI가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생태계이자 환경으로 자리 잡았음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70대의 눈으로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대목은, AI 혁명이 결코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는 대한민국이 과거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고,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스마트폰 문명에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로 우리 국민 특유의 남다른 학습 열정과 도전 정신을 꼽는다. 그러면서 나이와 상관없이 하루에 단 30분이라도 AI라는 새로운 도구를 접하고 익히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강조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세대는 서슬 퍼런 전쟁의 폐허 속에서 태어나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정보화의 격랑을 모두 몸으로 막아내며 살아왔다. 공중전화 카드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세월의 변화를 온몸으로 견뎌낸 이들이 바로 지금의 실버 세대다. 그렇기에 AI 역시 멀리서 지켜볼 구경거리가 아닌, 황혼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존엄하게 가꿔줄 새로운 도구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깨달음이 들었다. 병원 예약이나 건강 관리, 혹은 외로움을 달래주는 대화 상대부터 자녀·손주들과의 소통에 이르기까지, AI를 이해하는 것은 결국 세상과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교양인 셈이다.

 

물론 세상을 다 살아본 이의 관점에서 책을 읽다 보면 은근한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모든 판단과 결정을 컴퓨터 알고리즘에 맡기는 세상이 과연 행복하기만 할까 하는 의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AI의 빠른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속도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이며, 그 운전대는 결국 인간이 잡아야 한다고 명확히 짚어낸다. 인간 고유의 통찰력, 삶의 궤적에서 얻은 지혜, 그리고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야말로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가치라는 뜻이다. AI라는 냉정한 기술 위로 따뜻한 인간성을 입히는 일, 그것이야말로 굴곡진 삶을 먼저 살아낸 노년층이 청년 세대에게 전해줄 수 있는 경륜이 아닐까.

 

책을 다 읽고 나니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한층 밝아진 기분이다. <최재붕의 AI 트렌드 2027>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호기심으로 바꿔주는 미덕을 지녔다. 은퇴 후 일상의 정적 속에서 자칫 소외감을 느끼기 쉬운 시니어들에게, 이 책은 여전히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준다. “나이가 많아서”라는 핑계 뒤에 숨기보다, 당장 오늘부터라도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친구에게 인사를 건네 보고 싶다. 세상은 여전히 배울 것으로 가득 차 있고, 삶의 지평을 넓히는 데 늦은 나이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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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문득, ‘그만 살까?’ 이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 더 늦기 전에 ‘벼랑 끝 마음’ 끌어안기!
스에키 하지메 지음, 김정우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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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생의 가파른 언덕을 하나씩 넘어 어느덧 70대에 들어서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전과 사뭇 달라진다. 젊은 시절을 치열하게 견디며 살아왔고, 사회적 역할이나 가장으로서의 무거운 짐도 내려놓은 지금, 마음 한구석에는 뜻밖의 공허함이나 적막함이 찾아들곤 한다. 스에키 하지메의 <어느 날 문득, ‘그만 살까?’ 이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는 바로 이러한 인생의 후반전, 혹은 예기치 않은 삶의 그늘 속에서 피어나는 불안과 허무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는 책이다.

 

제목부터 자극적이고 다소 무겁게 다가올 수 있지만, 저자는 결코 감상적이거나 과장된 언어로 독자를 자극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살 예방과 정신건강 분야를 오랫동안 다뤄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아주 담담하고 차분하게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인간의 심리를 파헤친다. 70대의 눈으로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말하는 ‘그만 살까’라는 무서운 생각이 결단코 어떤 특별하고 극단적인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적인 약화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 사회적 관계의 축소, 그리고 ‘내가 과연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에 부딪히게 된다. 이 책은 삶의 어느 순간, 누구나 마음속 벼랑 끝에 서는 순간이 올 수 있음을 솔직하게 인정한다. 그리고 그 순간 들려오는 내면의 어두운 목소리를 부정하거나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그널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진짜 죽고 싶다는 욕망이라기보다, ‘지금의 고통이나 외로움을 어떻게든 끝내고 싶다’는 간절한 비명이자 삶에 대한 역설적인 갈망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위로는 ‘힘내라’거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식의 상투적이고 무책임한 조언을 건네지 않는다는 점이다. 삶의 무게를 깊이 체감해 본 나이가 되면, 그런 가벼운 위로는 오히려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저자는 고통을 겪고 있는 이에게 함부로 긍정을 강요하는 것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정확히 짚어낸다. 대신, 어둠 속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그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필요한 아주 작고 현실적인 걸음들을 제안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인간관계와 연대의 중요성에 대한 깊은 통찰이다. 70대라는 시기는 고립되기 쉬운 계절이다.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할 때는 자연스럽게 유지되던 관계들이 하나둘 정리되면서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고립이라는 단단한 벽에 갇히기 십상이다. 저자는 자신이 느끼는 괴로움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 있는 아주 적은 수의 관계, 혹은 단 한 사람의 온기만으로도 사람이 삶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마음의 짐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은 사람일 수도 있고, 때로는 동물이나 자연, 혹은 책이나 글쓰기 같은 고요한 소통일 수도 있다.

 

70대의 관점에서 본 이 책은 단순한 자살 예방서나 심리 치료서에 그치지 않는다. 이것은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록이다. 죽음에 대한 고민은 역설적으로 어떻게 남아있는 삶을 가치 있게 채울 것인가로 연결된다. 오늘 하루 걸어보는 조용한 산책길, 서재에서 책장을 넘기는 고요한 시간, 혹은 가족이나 지인에게 건네는 따뜻한 안부 인사 한마디가 모두 삶을 단단하게 매어주는 소중한 뼛대가 된다.

 

삶의 노을빛이 짙어지는 시기를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그리고 때때로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에 흔들려본 경험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차분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마음의 어둠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 어둠마저 삶의 일부로 품어 안으며 하루하루를 담담히 살아갈 힘을 얻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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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나이 드는 식사법 - 노화를 늦추는 식탁 ㅣ Stylish Cooking 43
현대그린푸드 지음 / 싸이프레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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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 <천천히 나이 드는 식사법>을 펼쳐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몸을 대하는 방식의 전환’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몸은 정직하다. 젊은 시절에는 아무거나 때워도, 밤을 새워도 다음 날이면 털고 일어설 수 있었다. 하지만 70대에 접어든 지금, 한 끼 한 끼의 식사는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일을 넘어 내일의 내 기력과 삶의 질을 결정짓는 절대적인 요소가 된다. 이 책은 현대그린푸드의 전문적인 영양·식품 지식을 바탕으로 저속 노화를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식사 전략을 제시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핵심은 명확하다. 먹는 음식이 곧 나 자신이 된다는 정직한 진리다. 노년기에 접어들면 식욕이 떨어지고 소화력이 약해지면서 ‘그냥 간단하게 밥에 물 말아 김치나 올려 먹지’ 하는 생각이 들기 쉽다. 그러나 책은 이러한 식습관이야말로 정제 탄수화물 과다 섭취와 영양 불균형을 초래해 노화를 촉진하고 만성 질환을 부르는 지름길이라고 경고한다.

 

특히 70대의 관점에서 유익했던 대목은 근감소증 예방과 혈당 관리를 위한 단백질 및 채소 중심의 식단 구성 방식이다. 책에서는 무작정 칼로리를 줄이거나 덜 먹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내 몸의 생체 리듬과 대사에 맞는 식재료를 어떻게 고르고 어떻게 조리해야 하는지를 상세히 일러준다. 세 끼 식사에서 단백질을 균등하게 나누어 섭취하는 법, 당독소(AGEs)를 줄이는 저온 조리법,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식이섬유 활용법 등은 당장 오늘 저녁 식탁에 적용해볼 만한 지혜들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비단 세월의 무게를 견디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세월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변하는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변화에 맞춰 생활 방식을 유연하게 바꾸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많은 이들이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원하지만, 막상 구체적인 방법을 몰라 시중의 자극적인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곤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최고의 약은 바로 매일 접하는 식탁 위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한 의학 이론서라기보다는, 내 건강을 곁에서 세심하게 챙겨주는 친절한 영양 컨설턴트를 둔 듯한 든든함을 느꼈다. 제시된 레시피와 식단 가이드는 복잡하지 않고 실생활에서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음식을 씹고 소화하는 능력이 예전만 못해진 노년층의 특성을 고려해 부드러우면서도 영양을 최대로 살리는 조리법을 안내하는 점도 깊은 배려로 다가왔다.

 

건강한 식습관은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스스로 건강을 통제하고 있다는 자신감, 매일 깨끗하고 정갈한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 그리고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고 내 발로 유유히 산책길을 걸을 수 있는 체력을 선물한다. ‘천천히 나이 드는 것’은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는 욕심이 아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더욱 가치 있고 단단하게 채워나가는 우아한 삶의 태도다.

 

오늘도 내 서재를 벗어나 식탁으로 향한다. 정성스럽게 차려진 채소와 담백한 단백질 반찬을 보며, 내 몸을 인격적으로 대우하는 식사의 소중함을 새삼 되새긴다. 나이가 들어감을 서글퍼하기보다, 더 정갈하고 지혜로운 식사법으로 나를 돌볼 수 있음에 감사해진다. 황혼의 길목에서 건강하고 품격 있는 삶을 꿈꾸는 또래의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일독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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