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붕의 AI 트렌드 2027 - 질문에 답하는 AI에서, 스스로 진화하는 AI로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칠십 평생을 살며 참으로 많은 세상의 변혁을 목도했다. 검은 수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돌리던 청년 시절을 지나,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컴퓨터인 ‘스마트폰’에 겨우 적응했더니, 이제 세상은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끌고 우리 앞마당까지 밀려들었다. 젊은이들이 뉴스나 TV에서 AI니, 챗GPT니 하며 소란을 떨 때마다 솔직히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내 나이에 이제 와서 기술을 배워서 무엇하겠나”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재붕 교수의 신작 <최재붕의 AI 트렌드 2027>을 집어 들고 책장을 넘기면서, 이러한 생각이 참으로 안이한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이 책은 단순히 복잡한 AI의 기술적 알고리즘을 나열하거나 개발자들을 위해 쓰인 지침서가 아니다. 오히려 기술이 일상과 산업, 문화를 어떻게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지 보여주는 ‘문명사적 보고서’에 가깝다. 저자는 거창한 담론에 갇히지 않고 반도체, 국방, 콘텐츠, 금융, 의료 등 우리 삶과 밀접한 8개 분야의 구체적인 현장을 들추며, AI가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생태계이자 환경으로 자리 잡았음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70대의 눈으로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대목은, AI 혁명이 결코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는 대한민국이 과거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고,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스마트폰 문명에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로 우리 국민 특유의 남다른 학습 열정과 도전 정신을 꼽는다. 그러면서 나이와 상관없이 하루에 단 30분이라도 AI라는 새로운 도구를 접하고 익히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강조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세대는 서슬 퍼런 전쟁의 폐허 속에서 태어나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정보화의 격랑을 모두 몸으로 막아내며 살아왔다. 공중전화 카드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세월의 변화를 온몸으로 견뎌낸 이들이 바로 지금의 실버 세대다. 그렇기에 AI 역시 멀리서 지켜볼 구경거리가 아닌, 황혼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존엄하게 가꿔줄 새로운 도구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깨달음이 들었다. 병원 예약이나 건강 관리, 혹은 외로움을 달래주는 대화 상대부터 자녀·손주들과의 소통에 이르기까지, AI를 이해하는 것은 결국 세상과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교양인 셈이다.

 

물론 세상을 다 살아본 이의 관점에서 책을 읽다 보면 은근한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모든 판단과 결정을 컴퓨터 알고리즘에 맡기는 세상이 과연 행복하기만 할까 하는 의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AI의 빠른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속도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이며, 그 운전대는 결국 인간이 잡아야 한다고 명확히 짚어낸다. 인간 고유의 통찰력, 삶의 궤적에서 얻은 지혜, 그리고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야말로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가치라는 뜻이다. AI라는 냉정한 기술 위로 따뜻한 인간성을 입히는 일, 그것이야말로 굴곡진 삶을 먼저 살아낸 노년층이 청년 세대에게 전해줄 수 있는 경륜이 아닐까.

 

책을 다 읽고 나니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한층 밝아진 기분이다. <최재붕의 AI 트렌드 2027>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호기심으로 바꿔주는 미덕을 지녔다. 은퇴 후 일상의 정적 속에서 자칫 소외감을 느끼기 쉬운 시니어들에게, 이 책은 여전히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준다. “나이가 많아서”라는 핑계 뒤에 숨기보다, 당장 오늘부터라도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친구에게 인사를 건네 보고 싶다. 세상은 여전히 배울 것으로 가득 차 있고, 삶의 지평을 넓히는 데 늦은 나이란 없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