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문득, ‘그만 살까?’ 이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 더 늦기 전에 ‘벼랑 끝 마음’ 끌어안기!
스에키 하지메 지음, 김정우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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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생의 가파른 언덕을 하나씩 넘어 어느덧 70대에 들어서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전과 사뭇 달라진다. 젊은 시절을 치열하게 견디며 살아왔고, 사회적 역할이나 가장으로서의 무거운 짐도 내려놓은 지금, 마음 한구석에는 뜻밖의 공허함이나 적막함이 찾아들곤 한다. 스에키 하지메의 <어느 날 문득, ‘그만 살까?’ 이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는 바로 이러한 인생의 후반전, 혹은 예기치 않은 삶의 그늘 속에서 피어나는 불안과 허무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는 책이다.

 

제목부터 자극적이고 다소 무겁게 다가올 수 있지만, 저자는 결코 감상적이거나 과장된 언어로 독자를 자극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살 예방과 정신건강 분야를 오랫동안 다뤄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아주 담담하고 차분하게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인간의 심리를 파헤친다. 70대의 눈으로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말하는 ‘그만 살까’라는 무서운 생각이 결단코 어떤 특별하고 극단적인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적인 약화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 사회적 관계의 축소, 그리고 ‘내가 과연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에 부딪히게 된다. 이 책은 삶의 어느 순간, 누구나 마음속 벼랑 끝에 서는 순간이 올 수 있음을 솔직하게 인정한다. 그리고 그 순간 들려오는 내면의 어두운 목소리를 부정하거나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그널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진짜 죽고 싶다는 욕망이라기보다, ‘지금의 고통이나 외로움을 어떻게든 끝내고 싶다’는 간절한 비명이자 삶에 대한 역설적인 갈망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위로는 ‘힘내라’거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식의 상투적이고 무책임한 조언을 건네지 않는다는 점이다. 삶의 무게를 깊이 체감해 본 나이가 되면, 그런 가벼운 위로는 오히려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저자는 고통을 겪고 있는 이에게 함부로 긍정을 강요하는 것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정확히 짚어낸다. 대신, 어둠 속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그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필요한 아주 작고 현실적인 걸음들을 제안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인간관계와 연대의 중요성에 대한 깊은 통찰이다. 70대라는 시기는 고립되기 쉬운 계절이다.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할 때는 자연스럽게 유지되던 관계들이 하나둘 정리되면서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고립이라는 단단한 벽에 갇히기 십상이다. 저자는 자신이 느끼는 괴로움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 있는 아주 적은 수의 관계, 혹은 단 한 사람의 온기만으로도 사람이 삶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마음의 짐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은 사람일 수도 있고, 때로는 동물이나 자연, 혹은 책이나 글쓰기 같은 고요한 소통일 수도 있다.

 

70대의 관점에서 본 이 책은 단순한 자살 예방서나 심리 치료서에 그치지 않는다. 이것은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록이다. 죽음에 대한 고민은 역설적으로 어떻게 남아있는 삶을 가치 있게 채울 것인가로 연결된다. 오늘 하루 걸어보는 조용한 산책길, 서재에서 책장을 넘기는 고요한 시간, 혹은 가족이나 지인에게 건네는 따뜻한 안부 인사 한마디가 모두 삶을 단단하게 매어주는 소중한 뼛대가 된다.

 

삶의 노을빛이 짙어지는 시기를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그리고 때때로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에 흔들려본 경험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차분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마음의 어둠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 어둠마저 삶의 일부로 품어 안으며 하루하루를 담담히 살아갈 힘을 얻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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