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크레이머의 시장을 이기는 투자 - 펀드 1개, 주식 5개, 헤지 수단 1개면 충분하다!
짐 크레이머 지음, 이주영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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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흔을 넘긴 나이에 서재 창가에 앉아 금융 시장의 요동치는 그래프를 보고 있노라면, 세상은 과연 무엇을 향해 그리 급하게 달리는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월가의 화려한 스타이자 미국 CNBC의 간판 앵커인 짐 크레이머의 <시장을 이기는 투자>는 뜨거운 열기와 빠른 판단을 요구하는 주식 시장의 최전선을 담고 있는 책이다. 그러나 산전수전을 다 겪고 인생의 후반전을 지나가는 노년의 눈으로 읽어 내려간 이 책은 단순히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는가’를 넘어, ‘변동하는 욕망 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지킬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던져준다.

 

크레이머는 특유의 솔직함과 역동적인 어조로 개인 투자자들에게 충고한다. 시장을 이기기 위해서는 막연한 기대나 남들의 소문이 아니라, 철저한 조사와 엄격한 원칙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 끊임없이 ‘숙제’를 하라고 강조한다. 자신이 소유한 기업이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재무적 구조를 가졌는지 매주 단 몇 십 분이라도 파악하지 않는다면 투자 자격이 없다는 그의 일침은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날카롭다.


 

하지만 내가 이 책에서 가장 무게를 두고 읽은 대목은 공격적인 자산 증식이 아닌 ‘매도 전략’과 ‘위험 관리’의 기술이다. 저자는 ‘원칙은 언제나 확신보다 앞서야 한다’며 일정 수준 상승했을 때 현금을 확보하는 법칙을 주창한다. 이는 젊은 날의 호기심이나 과욕으로 단기적 고점에 눈이 멀었던 수많은 투자자들의 뼈아픈 실수를 관통하는 통찰이다. 젊은 시절에는 더 큰 수익률에 목을 매고, 한순간의 타이밍으로 일확천금을 꿈꾸기 쉽다. 그러나 일흔의 삶이 가르쳐준 가장 큰 지혜는 ‘지키는 일’이 ‘벌어들이는 일’보다 훨씬 어렵고 고귀하다는 사실이다.

 

월가의 화려한 조명 뒤에 감춰진 크레이머의 진짜 메시지는 어쩌면 ‘시장을 완벽히 통제할 수 없다’는 겸손에 있다. 수많은 악재와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이 난무하는 시장에서,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는 자기 통제력뿐이다. 욕심이 눈을 가릴 때 과감히 이익을 실현하여 현금을 쥐는 절제, 손실에 대한 미련으로 수렁에 빠지기 전에 손절매를 감행하는 판단력은 비단 주식 시장에만 적용되는 원칙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삶의 지혜다.

 

물론 그가 제시하는 빠른 시장 대응법이나 넘치는 에너지 중심의 접근법이 노년의 조용하고 안정된 삶에 전부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말처럼 하루 종일 시세표를 바라보며 민첩하게 매매를 이어가는 것은 이 나이에 삶의 균형을 깨트릴 위험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우리가 스스로의 자산을 지키고 나아가 우리의 마음을 어떻게 단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선명한 이정표를 보여준다.

 

인생의 후반부에서 투자란 단순한 수익 추구가 아니라, 내가 걸어온 길을 스스로 책임지는 하나의 성숙한 태도여야 한다. 크레이머의 뜨거운 격정 속에서 차가운 원칙과 절제를 발견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세월이 주는 시선이자 이 책을 읽으며 거두어들인 가장 값진 열매가 아닐까 한다. 광풍이 불어오는 시장의 한복판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자기 관리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묵직한 가르침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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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오디세이 - 놀란 감독 영화 《오디세이》 원작 대서사!!
호메로스 원작, 손길영 편저 / 스타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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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생의 반환점을 지나 칠순을 넘어선 나이가 되면, 세상의 소음은 점차 아득해지고 지난 삶의 궤적이 마치 한 편의 긴 아침 안개처럼 눈앞에 펼쳐지곤 한다. 한때는 세상을 다 가질 듯 거침없이 내달렸고, 가정과 일터라는 거친 바다 위에서 수많은 풍랑을 맞닥뜨렸다. 모든 직함과 명함을 내려놓은 지금, 황혼의 서재에 앉아 호메로스의 <초역 오디세이>를 펼쳐 들었을 때 가슴 깊은 곳에서 아련한 파도 소리가 다시 들려오는 듯했다. 이 오래된 신화는 청년의 눈에는 흥미진진한 모험담으로 읽히겠지만, 세파를 다 겪어낸 노년의 눈에는 인생이라는 긴 항해에 관한 묵직한 성찰록으로 다가온다.

 

트로이 전쟁을 끝내고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의 10년 세월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네 인간의 삶과 어쩌면 그리도 닮아 있는지 모른다. 외눈박이 거인 외경의 위협, 달콤한 유혹으로 정신을 마비시키는 파이아케스 섬의 연회, 영원히 늙지 않는 불사의 삶을 제안했던 칼립소 여신의 달콤한 덫까지. 오디세우스가 헤쳐 나간 시련들은 결국 우리가 인생길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욕망과 유혹, 그리고 좌절의 또 다른 이름이다.

 

책장을 넘기며 나는 지나온 70년의 시간을 가만히 복기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나만의 ‘이타카’를 향해 돛을 올렸던 선장이었다. 때로는 욕심에 눈이 어두워 거센 풍랑 속으로 스스로 배를 몰고 들어가기도 했고, 때로는 예기치 못한 인생의 풍랑에 배가 좌초되어 망연자실 바위에 앉아 울먹이던 날들도 있었다. 오디세우스가 온갖 시련 속에서도 고향으로 향하는 키를 놓지 않았듯, 나 또한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인의 이름으로 삶의 키를 놓지 않고 버텨왔다. 지나온 날들의 흉터와 주름살이 바로 그 거친 항해의 훈장이 아니겠는가.

 

특히 가슴을 서늘하게 때린 대목은 칼립소 여신의 불사 제안을 거절하는 오디세우스의 선택이었다. 영원히 죽지 않고 늙지 않는 신의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고, 그가 택한 것은 결국 늙고 병들어 언젠가는 죽게 될 ‘인간으로서의 삶’과 ‘고향으로의 귀환’이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신체적인 쇠퇴를 뜻하기도 하지만, 인간이 가진 한계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지혜를 얻는 과정이기도 하다. 오디세우스의 거절은 한계가 있기에 더욱 눈부시고 아름다운 인간의 삶을 온전히 긍정하는 위대한 선언처럼 느껴졌다.

 

번잡한 원문의 구조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다듬어낸 저자의 ‘초역’ 덕분에, 고전이 주는 특유의 중압감 없이 사유의 깊이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거침없는 서사 속에 흐르는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은, 단순히 2천 년 전의 신화를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영혼을 쥐고 흔드는 힘이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삶의 정답을 새로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지나온 내 삶의 모든 순간을 있는 그대로 품어 안는 일이다.

 

<초역 오디세이>는 인생이라는 긴 항해를 마쳐가는 노년의 독자에게는 지나온 시련들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다정한 찬가를, 여전히 거친 바다 한가운데서 방황하고 있을 젊은이들에게는 삶의 방향을 일깨워주는 든든한 이정표를 선물한다. 남은 삶의 항로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온전히 나다운 끝맺음을 준비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고전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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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숨 섬 - 마음을 찾는 사람들
김한수 지음 / 생각정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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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흔을 넘긴 나이에 서재 창가에 앉아 가만히 들숨과 날숨을 바라보는 일은 인생이 내게 준 커다란 선물이다. 젊은 날의 삶이란 앞만 보고 내달리는 격렬한 경주와도 같았다. 더 높은 곳을 향해, 더 많은 성과를 이루기 위해 숨 가쁘게 달리던 시절에는 멈추어 서는 법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고개의 능선을 넘어서면서 비로소 깨닫게 된다. 삶을 진정으로 완성하는 것은 치열했던 달려감의 기록이 아니라, 잠시 거름을 멈추고 거두어들이는 고요한 정돈의 시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김한수의 에세이 <쉼 숨 섬>은 바로 이 정돈의 가치와 삶의 본질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건네는 차분한 안내서다.

 

이 책은 세 가지 낱말을 축으로 삼아 이야기를 펼쳐낸다. 바로 ‘쉼’, ‘숨’, 그리고 ‘섬’이다. 세 단어는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삶의 궤적을 그리며 독자의 마음을 두드린다. 저자는 끝없는 경쟁과 번아웃의 시대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살아온 삶의 여백을 하나씩 찾아 나선다. 일흔의 눈으로 읽어 내려간 이 세 가지 키워드는 단순한 휴식이나 일상적 권유를 넘어, 인생의 후반전을 지나가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과 정서적 안식을 가져다준다.

 

첫 번째 키워드인 ‘쉼’은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으름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금까지 쌓아온 욕망의 짐을 내려놓고 마음의 자리를 비워내는 자발적인 내려놓음이다. 젊은 시절 우리는 쉬는 것을 도태나 낙오로 여기곤 했다. 하지만 인생의 바닥을 치고 세월의 벼랑을 지나온 지금, 쉼이란 다음 걸음을 위한 거룩한 준비이자 나 자신과의 정직한 화해임을 안다. 저자가 나열하는 쉼의 순간들은 거창하지 않다. 그저 산책길에 만난 바람, 찻잔에서 피어오르는 김, 계절 따라 바뀌는 나뭇잎의 색깔처럼 작고 소박하다. 세월이 가르쳐준 지혜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삶의 가장 소중한 풍경은 속도를 줄였을 때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다.

 

두 번째 키워드인 ‘숨’에 이르러 나는 깊은 탄식을 뱉었다. 숨이란 우리가 태어나 마시는 첫 들숨부터 세상을 떠날 때 내뱉는 마지막 날숨까지, 삶을 지탱하는 가장 근본적인 생명의 요동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살아가면서 단 한 한 순간도 자신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과도한 중압감과 불안에 짓눌려 얕고 가쁜 숨을 쉬며 살아왔던 날들이 스쳐 지나간다. 저자는 정직하게 숨을 쉬는 행위야말로 스스로를 살리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말한다. 의식적으로 깊은 숨을 내쉬며 가슴속 앙금을 털어내는 일, 그것은 노년에 이르러 비로소 배우게 되는 생명의 호흡법이자 내면을 치유하는 가장 정결한 기도다.

 

마지막으로 ‘섬’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고립된 외로움이 아닌, 홀로 서서 자신을 온전히 마주하는 고독의 공간을 의미한다. 일흔이라는 나이는 가족과 사회, 그리고 수많은 인연으로부터 조금씩 독립하여 나만의 섬으로 돌아가는 시기다. 홀로 있다는 것은 쓸쓸한 일이 아니다. 나만의 섬을 가꾸고 그 안에서 지혜를 갈고닦을 때, 비로소 타인을 향해서도 진정한 온기와 온전한 사랑을 건넬 수 있게 된다. 저자가 그려낸 섬의 풍경은 수많은 관계의 소음에서 벗어나 영혼의 조용함을 되찾는 거룩한 성소와도 같다.

 

이 책의 문장은 거창한 수식이나 위압적인 교훈을 배제하고 대단히 정갈하고 투명하게 흐른다. 저자의 따뜻하고 겸손한 시선은 읽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조율해 준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쉼과 숨, 그리고 섬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삼중주는 지친 현대인들뿐만 아니라, 살아온 날들을 반추하고 남은 날들을 품격 있게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선명한 이정표가 된다.

 

책을 덮고 창밖을 내다본다. 세상은 여전히 분주하게 돌아가고 사람들은 각자의 짐을 짊어진 채 바쁘게 걸음을 옮긴다. 그러나 내 마음의 서재에는 차분한 평평함이 감돈다. 이제 나에게 남은 삶은 더 많이 채우는 삶이 아니라, 제대로 쉬고, 깊게 숨 쉬며, 나만의 섬에서 정성스럽게 익어가는 삶이어야 함을 되새긴다. 지친 삶의 여정에서 잠시 머물러 영혼의 호흡을 되찾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묵직하고 정결한 삶의 온기를 더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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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인문 기행 3 - 고전 들고 떠나는 그리스 문명과 사상 유랑기 ㅣ 그리스 인문 기행 3
남기환 지음 / 상상출판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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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흔을 넘긴 나이에 서재 창가에 앉아 책을 펼치는 일은 젊은 시절의 독서와는 그 결이 사뭇 다르다. 청춘의 독서가 앞을 향해 내닫기 위한 지식의 수집이었다면, 인생의 황혼기에 만나는 책은 지나온 길을 반추하고 생의 의미를 조용히 벼리는 일종의 묵상이다. 남기환 저자의 <그리스 인문 기행 3>은 이러한 황혼의 서재에 더없이 그윽한 인문학적 울림을 전해주는 명작이다.

 

이 책은 단순한 관광 명소 안내서가 아니다. 아테네에서 출발해 헬레스폰토스에 이르기까지, 그리스 문명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고전의 문장과 신화, 그리고 역사의 현장을 엮어낸 ‘지적 유랑기’다. 저자는 웅장한 신전의 폐허와 무심하게 굴러다니는 돌덩이 하나에서도 천년 전 숨 쉬던 인간의 고뇌와 철학을 읽어낸다. 돌기둥의 균열 속에서 세월의 무상함을 보고, 그 너머로 인간이 끊임없이 물었던 삶과 죽음, 정의와 덕에 대한 질문을 되살려낸다.

 

특히 70대의 눈으로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리스의 영웅들과 철학자들이 나누었던 대화가 결코 멀리 있는 고대사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거리에서 던졌던 질문들, 투키디데스가 기록한 전쟁의 참상, 그리고 비극 작가들이 읊조렸던 운명의 무거움은 우리가 살아온 질곡의 현대사와도 닮아 있다. 격동의 세월을 통과하며 산전수전을 겪어본 이들에게 저자가 짚어주는 그리스 고전의 문장들은 가슴 깊은 곳에서 단단한 공명을 일으킨다.

 

저자의 문체 또한 대단히 정갈하고 기품이 있다. 현장의 스케치와 고전 텍스트의 인용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독자를 마치 신화의 바람이 불어오는 지중해 언덕으로 안내하는 듯하다. 화려한 수식어로 감정을 자극하기보다는, 깊이 있는 시선과 통찰로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여 독자 스스로 생각할 여백을 듬뿍 남겨준다. 이러한 여백이야말로 깊은 사색을 즐기는 노년의 독서가들에게 더없이 반가운 선물이다.

 

젊은 날의 여행이 눈으로 보고 발로 뛰는 탐험이었다면, 나이가 들어 떠나는 여행은 마음으로 읽고 영혼으로 느끼는 기행이어야 할 것이다. 건강이나 여건상 지중해의 붉은 노을을 직접 보러 떠나지 못하더라도, 이 책 한 권을 곁에 두고 페이지를 넘기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정신의 기행이 완성된다.

 

이 책을 읽다가보니 그리스에 여행 갔던 일이 떠올랐다.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뒤를 이어 폴리스의 패권을 차지했던 도시의 흥망을 살펴보았으며, 테살로니키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와 알렉산드로스의 이야기를 통해 그리스의 사상이 도시 국가의 경계를 넘어 더 넓은 세계로 뻗어나가는 과정을 들었다.

 

<그리스 인문 기행 3>은 지식을 채우기 위한 책이 아니라, 마음을 비우고 인생의 깊이를 더해주는 묵직한 가이더다. 석양빛이 스며드는 서재에서 고요히 자신만의 시간에 몰입하고 싶은 이들에게, 특히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인문학적 깊이를 벼리고자 하는 노년의 동반자들에게 일독을 적극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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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수정주의란 무엇인가 - 히틀러 찬미, 홀로코스트 부정론에서 법적 규제까지
다케이 아야카 지음, 권용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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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다케이 아야카의 <역사수정주의란 무엇인가>는 오늘날 우리가 맞닥뜨린 사회적·지적 혼란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집요하게 파헤치는 책이다. 칠십 평생을 살아가며 참으로 많은 시대의 변주를 목격했다. 전쟁의 폐허와 가난에서 출발해 급격한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쳤고, 이제는 정보가 넘쳐나다 못해 무엇이 진실인지조차 가리기 힘든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다. 돌이켜보면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할 것인가의 문제는 단 한 순간도 경시된 적이 없었다. 역사는 늘 현재와 호흡하며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역사수정주의’가 단순히 과거의 사실을 새로운 증거에 따라 고쳐 쓰는 학술적 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본래 역사학에서 수정주의는 새로운 사료나 해석이 등장했을 때 기존의 견해를 발전시키는 건강한 학문적 과정이다. 그러나 오늘날 오용되고 있는 정치적 맥락의 역사수정주의는 정반대다. 명백히 입증된 역사적 사실, 특히 침략 전쟁이나 학살, 인권 침해와 같은 어두운 과거를 부정하고 은폐하며, 나아가 피해자를 가해자로 뒤바꾸려는 정치적 선동에 가깝다. 저자는 일본의 우익 운동과 역사 교과서 문제, 위안부 및 강제 동원 부정론 등을 구체적인 사례로 들며 이 교묘한 논리의 구조를 하나하나 해체해 나간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묵직해졌다. 70대라는 나이는 역사의 생생한 현장을 직접 경험했거나, 그 직후의 온기를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다. 그렇기에 역사 부정론자들의 주장처럼 “과거의 일은 이제 그만 묻어두자”거나 “국가의 자긍심을 위해 어두운 역사는 가려야 한다”는 식의 논리가 얼마나 위험한지 몸으로 느낀다. 자국 중심주의와 망각을 무기 삼아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행위는, 당장의 자존심을 채워 줄지는 몰라도 결국 그 사회를 도덕적 고립과 지적 퇴행으로 몰아넣을 뿐이다.

 

특히 저자가 지적하는 ‘소비사회와 역사수정주의의 결합’ 대목은 깊은 울림을 준다. 오늘날 대중은 복잡하고 시련으로 가득 찬 진짜 역사 대신, 입맛에 맞고 듣기 좋은 ‘사이다’ 같은 가짜 서사를 원한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퍼져나가는 가짜 뉴스와 자극적인 주장은 사람들의 지적 게으름을 자극하고, 집단적인 오만을 부추긴다. 이는 단순히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역시 진영 논리에 갇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역사만을 취사선택하고, 상대방의 역사를 폄훼하는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지 않은가.

 

세상을 오래 살아본 이로서 단언하건대, 스스로의 허물을 똑바로 직시하지 못하는 개인이나 국가에게 발전이란 없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성찰하는 진정한 용기만이 스스로를 고귀하게 만든다. 역사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의 잘못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기억하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국격을 세우는 길이며, 다음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유산을 물려주는 바탕이 된다.

 

이 책은 비단 역사학자나 전문가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야 할 노년층은 물론,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진실을 분별해야 하는 젊은 세대 모두가 반드시 읽어야 할 지침서다.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고 남은 삶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고민하는 나이에, 참된 역사의식이란 무엇인지를 다시금 일깨워준 고마운 책이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역사적 진실과 인간존엄의 가치를 믿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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