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 오디세이 - 놀란 감독 영화 《오디세이》 원작 대서사!!
호메로스 원작, 손길영 편저 / 스타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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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생의 반환점을 지나 칠순을 넘어선 나이가 되면, 세상의 소음은 점차 아득해지고 지난 삶의 궤적이 마치 한 편의 긴 아침 안개처럼 눈앞에 펼쳐지곤 한다. 한때는 세상을 다 가질 듯 거침없이 내달렸고, 가정과 일터라는 거친 바다 위에서 수많은 풍랑을 맞닥뜨렸다. 모든 직함과 명함을 내려놓은 지금, 황혼의 서재에 앉아 호메로스의 <초역 오디세이>를 펼쳐 들었을 때 가슴 깊은 곳에서 아련한 파도 소리가 다시 들려오는 듯했다. 이 오래된 신화는 청년의 눈에는 흥미진진한 모험담으로 읽히겠지만, 세파를 다 겪어낸 노년의 눈에는 인생이라는 긴 항해에 관한 묵직한 성찰록으로 다가온다.

 

트로이 전쟁을 끝내고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의 10년 세월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네 인간의 삶과 어쩌면 그리도 닮아 있는지 모른다. 외눈박이 거인 외경의 위협, 달콤한 유혹으로 정신을 마비시키는 파이아케스 섬의 연회, 영원히 늙지 않는 불사의 삶을 제안했던 칼립소 여신의 달콤한 덫까지. 오디세우스가 헤쳐 나간 시련들은 결국 우리가 인생길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욕망과 유혹, 그리고 좌절의 또 다른 이름이다.

 

책장을 넘기며 나는 지나온 70년의 시간을 가만히 복기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나만의 이타카를 향해 돛을 올렸던 선장이었다. 때로는 욕심에 눈이 어두워 거센 풍랑 속으로 스스로 배를 몰고 들어가기도 했고, 때로는 예기치 못한 인생의 풍랑에 배가 좌초되어 망연자실 바위에 앉아 울먹이던 날들도 있었다. 오디세우스가 온갖 시련 속에서도 고향으로 향하는 키를 놓지 않았듯, 나 또한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인의 이름으로 삶의 키를 놓지 않고 버텨왔다. 지나온 날들의 흉터와 주름살이 바로 그 거친 항해의 훈장이 아니겠는가.

 

특히 가슴을 서늘하게 때린 대목은 칼립소 여신의 불사 제안을 거절하는 오디세우스의 선택이었다. 영원히 죽지 않고 늙지 않는 신의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고, 그가 택한 것은 결국 늙고 병들어 언젠가는 죽게 될 인간으로서의 삶고향으로의 귀환이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신체적인 쇠퇴를 뜻하기도 하지만, 인간이 가진 한계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지혜를 얻는 과정이기도 하다. 오디세우스의 거절은 한계가 있기에 더욱 눈부시고 아름다운 인간의 삶을 온전히 긍정하는 위대한 선언처럼 느껴졌다.

 

번잡한 원문의 구조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다듬어낸 저자의 초역덕분에, 고전이 주는 특유의 중압감 없이 사유의 깊이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거침없는 서사 속에 흐르는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은, 단순히 2천 년 전의 신화를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영혼을 쥐고 흔드는 힘이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삶의 정답을 새로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지나온 내 삶의 모든 순간을 있는 그대로 품어 안는 일이다.

 

<초역 오디세이>는 인생이라는 긴 항해를 마쳐가는 노년의 독자에게는 지나온 시련들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다정한 찬가를, 여전히 거친 바다 한가운데서 방황하고 있을 젊은이들에게는 삶의 방향을 일깨워주는 든든한 이정표를 선물한다. 남은 삶의 항로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온전히 나다운 끝맺음을 준비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고전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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