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하는 미중 패권 전쟁과 대분열의 시대 - 누가 새로운 승자가 될 것인가
닐 시어링 지음, 임경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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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흔을 넘긴 나이에 세상을 바라보면, 역사란 직진하는 선이 아니라 밀물과 썰물처럼 굽이치는 거대한 파도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우리 세대는 냉전의 분단을 직접 겪었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자본과 사람이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오가는 초세계화의 황금기를 몸소 살아냈다. 국경이 희미해지고 효율성이 최고의 미덕이 되던 그 풍요의 시대를 통과해 온 나에게, 닐 시어링의 <격동하는 미중 패권 경쟁과 대분열의 시대>는 깊은 역사적 감회와 동시에 서늘한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저자는 최근 도처에서 들리는 탈세계화나 세계화의 종말이라는 진단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세계가 과거 1930년대처럼 각자 문을 닫아거는 고립주의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미중 양대 진영을 중심으로 경제 영토가 쪼개지는 분열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통찰이다. , 세계화의 양적 소멸이 아니라 구조와 형태의 전면적인 재편이라는 뜻이다. 평생을 대외 개방과 글로벌 분업의 수혜 속에서 살아온 우리 세대의 기억을 되짚어볼 때, 이 거대한 지각변동은 단순히 경제학적 지표의 변화를 넘어 생존 여건의 근본적 전환으로 다가온다.

 

돌이켜보면 과거의 세계화는 비용을 줄이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자본의 논리에 철저히 충실했다. 그러나 시어링이 날카롭게 지적하듯, 이제 그 효율성의 시대는 저물었다. 바야흐로 지정학의 귀환이다. 미중 갈등은 일시적인 관세 분쟁이나 특정 정권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단기적 소동이 아니다. 공급망, 첨단 기술, 자본 흐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제적 영역이 동맹인가, 적대국인가라는 이분법적 틀 안에서 재배치되고 있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보다 국가의 보이는 주먹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형국이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은 막연한 공포 대신 차분한 나침반을 제시한다는 점에 있다. 저자는 분열된 세계에서 어느 진영이 이익을 얻고 어느 국가가 비용을 치르게 될지 철저하게 데이터와 거시경제적 시각으로 파고든다. 자원이 부족하고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구조에서 이 변화는 더욱 뼈아프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었던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이한 접근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음을 책은 조용히 웅변한다.

 

일흔의 눈으로 이 대분열을 바라보며 느끼는 소회는, 우리가 당연하게 누려온 평화와 번영의 질서가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경제적 영리함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고차원의 지정학적 지혜를 요구받는 거친 세상과 마주하고 있다. 과거의 번영에 취해 변화를 거부하거나, 이념적 편향에 갇혀 격변하는 국제 정세를 오독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닐 시어링의 조언대로 우리는 이 분열의 시대를 다자간의 새로운 연대와 유연한 실리 전략으로 돌파해야 한다. 낡은 규칙이 무너진 자리에는 언제나 새로운 기회가 움트기 마련이다. 비록 세계가 쪼개질지라도 중심을 잃지 않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한 시대를 건너온 눈으로 보기에, 이 책은 다가올 격랑의 바다를 항해해야 할 우리 사회와 젊은 세대 모두가 반드시 읽어야 할 엄중한 지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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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원대로 떠나는 갓성비 유럽 여행 - 낭만을 놓치지 않는 또사라의 실속 여행법
또사라 지음 / 책밥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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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삶의 무게를 덜어내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동경을 마음 한구석에 묻어두는 일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에는 생업과 자식 뒷바라지에 치여 먼 나라로의 여정은 꿈도 꾸지 못했고, 은퇴 후 시간적 여유가 생기니 이제는 만만치 않은 여행 비용과 체력적 부담이 발목을 잡는다. 흔히 유럽 여행이라 하면 수백에서 천만 원에 달하는 거금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기에, 선뜻 용기를 내기란 쉽지 않다. 그러던 중 접한 또사라의 <100만 원대로 떠나는 갓성비 유럽 여행>은 내 고정관념의 벽을 기분 좋게 허물어뜨린 책이다.

 

연간 7회 이상 유럽을 오간다는 젊은 저자의 이력은 처음엔 그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그가 제시하는 갓성비(신이 내린 가성비)’의 논리는 단순히 돈을 아끼는 구두쇠의 기술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지혜로운 태도와 닮아있음을 깨달았다. 저자는 우리의 예산을 무겁게 만드는 것이 유럽의 물가가 아니라, “이왕 가는 김에 최고로 즐겨야 한다는 보상 심리일지도 모른다고 꼬집는다. 이 문장은 묵직한 울림을 주었다. 생각해보면 우리 세대는 늘 무언가를 할 때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고, 체면을 차리느라 불필요한 과소비를 하곤 했다. 유럽을 언제든 다시 갈 수 있는 이웃집 가듯 가벼운 마음으로 바라보라는 조언은, 남은 인생을 조금 더 경쾌하게 살아가고 싶은 내 소망과도 맞닿아 있었다.

 

책은 크게 준비편과 실전편으로 나누어 매우 체계적이고 세밀하게 정보를 제공한다. 항공권을 다 구간으로 예매해 비용을 줄이는 법, 직항 대신 경유를 활용해 숨을 고르는 법, 그리고 한국인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한인 민박이나 현지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다양한 숙소 선택지 등은 실질적이면서도 흥미롭다. 특히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교통편 예약이나 예산 수립 과정은 디지털 기기가 익숙지 않은 노년층에게도 차근차근 따라 해보고 싶은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파리, 런던, 프라하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도시들의 핵심 실전 가이드와 돌발 상황 대처법은 마치 든든한 가이드가 곁에 있는 듯한 안도감을 준다.

 

물론 70대의 신체로 청년들처럼 배낭을 메고 호스텔을 전전하거나 오랜 시간 경유지를 버텨내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이 주는 진정한 가치는 정형화된 패키지여행의 틀에서 벗어나, 내 형편과 체력에 맞게 여정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선택의 자유를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 조금 덜 쓰고 발품을 파는 과정이 고될지 몰라도, 비용의 한계를 넘어서면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세계는 훨씬 넓어진다는 저자의 말은 나이를 불문하고 적용되는 진리다.

 

이 책을 덮으며, 아내와 함께 나눌 다음 여정을 그려보았다. 거창한 패키지 깃발을 따라다니는 로봇 같은 여행 대신, 낯선 유럽의 어느 작은 골목길 카페에 앉아 느긋하게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소박한 사치를 꿈꿔본다. <100만 원대로 떠나는 갓성비 유럽 여행>은 단순히 경비를 아끼는 가이드북을 넘어, 나이듦이라는 한계에 갇혀 지레 겁먹고 있던 내게 새로운 세상으로 걸어 나갈 수 있다는 용기를 준 고마운 나침반이다. 지갑은 가볍게, 그러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게 떠날 준비를 시작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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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웬수 저래두 웬수
김영희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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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 일흔을 넘기고 보니 세상일의 대부분이 그저 덤덤해진다. 왕년에 부리던 고집도, 세상을 바꾸겠다던 치기 어린 열정도 세월의 무게 앞에 닳고 깎여 둥글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나이가 되어도 도무지 무뎌지지 않고 문득문득 속을 뒤집어놓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평생을 머리 맞대고 살아온 배우자라는 존재다. 젊은 시절에는 눈에 콩깍지가 씌어 보이지 않던 단점들이 나이가 들수록 어쩌면 그리도 또렷해지는지. 김영희의 이래도 웬수 저래두 웬수는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가슴 깊은 곳에서 정체 모를 헛기침과 함께 깊은 공감의 미소가 터져 나오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은 대단한 철학이나 거창한 담론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네 이웃집, 아니 당장 우리 집 안방과 거실에서 매일같이 벌어지는 노부부의 지극히 현실적이고도 눈물겨운 일상을 담아냈다. 칠십 평생을 살아오며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목격했지만, 가장 가깝고도 가장 먼 존재인 부부라는 관계의 본질을 이토록 담백하고 유쾌하게 꿰뚫어 본 글은 오랜만이다.

 

저자가 묘사하는 일상들은 눈물겹도록 친숙하다. 밥 먹을 때 쩝쩝거리는 소리, TV 채널을 두고 벌이는 소리 없는 전쟁, 별것도 아닌 일에 고집을 피우는 영감의 뒷모습을 보며 저 웬수소리가 절로 나오는 풍경들. 나 역시 아내와 함께 시골집 마당을 쓸거나 장을 보러 갈 때, 하루에도 몇 번씩 속으로 이래도 웬수, 저래두 웬수를 외치곤 한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두 인간이 늙어가는 처지에 한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어쩌면 매일매일 작은 기적을 행하는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저자가 쓰는 웬수라는 단어는 결코 미움이나 증오의 언어가 아니다. 그것은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서로의 못난 꼴, 잘난 꼴을 다 지켜보고도 끝내 버리지 못하고 곁에 남겨둔 자들만이 부를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애틋한 반어법이다. 젊은 날의 사랑이 뜨거운 불꽃 같았다면, 일흔의 사랑은 다 꺼져가는 숯불 같아서 온기는 적을지언정 오래도록 은근하게 주위를 데운다.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그 은근한 숯불의 온기가 행간마다 배어있음을 느끼게 된다.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어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살점이 되어버린 서로를 향한 깊은 연민이야말로 이 책이 가진 진짜 힘이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면 누구나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게 된다. 나 역시 젊은 시절에는 가정을 책임지느라, 혹은 사회적 성취를 이루느라 정작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그때는 왜 그리도 내 주장만 옳다고 우겼는지, 왜 그리도 사소한 일에 화를 냈는지 이제 와 생각하면 미안함과 후회뿐이다. 이 책의 저자 또한 부부간의 갈등과 화해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결국 어른이 된다는 것은 상대방을 내 뜻대로 바꾸려는 탐욕을 내려놓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젊어서는 사랑해서 살고, 늙어서는 가여워서 산다.” 언젠가 들었던 이 해묵은 격언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이가 드니 상대방의 굽은 등과 거칠어진 손마디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저 웬수 같은 인간이 없으면 당장 내일 아침 누가 내 잔소리를 받아주고, 누가 나와 함께 늙어가는 처지를 나누겠는가. 결국 이래도 웬수 저래두 웬수라는 말의 진짜 속뜻은 이래도 내 사람, 저래도 내 사람이라는 묵직한 고백인 셈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거실을 내다보니, 여느 때와 다름없이 소파에 앉아 무심히 소일을 하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보였다. 평소 같으면 또 왜 저러고 있나 싶어 한 소리 보탰을 테지만, 오늘은 그저 가만히 바라보게 된다.

 

이 책은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 종착지를 향해 가는 모든 노년의 부부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마주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미안했다는 말 대신, 슬쩍 책을 건네며 우리 이야기 같다고 겸연쩍게 웃어 보일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해 준다. 남은 날들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으나, 기왕이면 이 웬수와 함께 조금 더 다정하게, 조금 더 둥글게 늙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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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는 미술관 - 그림과 연애하듯 살아가다, 감상X데이트코스X아트테크
김용임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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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수많은 인연과 이별하며 마음의 방을 비워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뒤를 돌아보면 치열했던 삶의 궤적이 뚜렷하지만, 정작 홀로 남은 시간 속에서 밀려오는 쓸쓸함이나 문득문득 찾아오는 감정의 파도를 다스리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젊은 날에는 미술관을 찾아 그림을 보는 것이 일종의 교양이자 지식의 축적이었다면, 70대에 접어든 지금의 미술은 지친 영혼을 누이고 지나온 삶을 가만히 반추하는 위로의 공간에 가깝다.

 

김용임의 <썸타는 미술관>은 그런 면에서 딱딱하고 권위적인 미술 해설서와는 궤를 달리한다. 저자는 그림을 역사적 맥락이나 화풍의 틀에 가두지 않고, 인간이 살아가며 마주하는 보편적인 감정인 사랑, 외로움, 슬픔, 그리고 치유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책 제목에 쓰인 썸 탄다는 젊은이들의 유행어가 처음에는 다소 낯설게 다가왔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그 의미가 다르게 읽혔다. 그것은 대상과 온전히 하나가 되기 전, 조심스럽게 마음을 열고 눈을 맞추며 서로를 알아가는 설레는 과정이었다. 저자는 명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독자가 자신의 내면과 기분 좋은 을 타도록 다정하게 손을 건넨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그림 속 인물들의 삶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감정을 솜씨 좋게 연결한다는 점이다. 화려한 색채 뒤에 숨겨진 화가의 고독이나, 평범한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해 낸 캔버스 속 풍경들은 그대로 내 삶의 한 장면에 투영되었다. 젊은 시절 가족을 부양하고 앞만 보며 달리느라 미처 돌보지 못했던 내 안의 어린아이, 혹은 세월의 흐름 속에 무뎌졌다고 믿었던 감정의 결들이 그림을 보는 동안 서서히 깨어남을 느꼈다. 저자의 안내를 따라 명화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그림이 나에게 당신의 삶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그때의 아픔은 당연한 것이었다고 위로를 건네는 듯하다.

 

특히 계절의 변화나 자연의 풍경을 담은 작품들을 다룬 장에서는 오랜 세월을 거쳐 온 노년만이 느낄 수 있는 깊은 울림이 있었다. 스러져가는 것들의 아름다움, 화려한 전성기가 지난 뒤에 찾아오는 담담하고 평화로운 여백의 미는 젊은 시절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다. 저자의 감성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문체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미술 이야기를 한 편의 잘 짜인 에세이처럼 읽히게 만든다. 덕분에 미술에 대한 대단한 지식이 없어도, 마치 오랜 친구와 찻잔을 사이에 두고 인생과 예술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수록 시각적인 자극이나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 나만의 안식처가 필요하다. 이 책은 굳이 멀리 있는 미술관을 찾아가지 않더라도, 거실 소파나 조용한 서재 안에서 언제든 나만의 작은 미술관을 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에 수록된 도판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들여다보며 저자의 글을 음미하는 시간은, 그 자체로 메말라가던 정서를 풍요롭게 채워주는 훌륭한 마음 처방전이었다.

 

<썸타는 미술관>은 단순히 그림을 감상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명화라는 거울을 통해 내 삶을 다시금 사랑하게 만들고, 남은 여생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마주해야 할지 나침반을 제시해 주는 책이다. 나이가 들어 마음이 적적하거나, 지나온 삶의 궤적 속에서 잃어버린 감성을 다시 찾고 싶은 동년배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림과 나누는 다정한 대화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설렐 수 있고 여전히 삶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다는 따뜻한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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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속도를 되찾는 중입니다 - 조금 늦어도 괜찮다, 나를 잃지 않는다면
김남혁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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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칠십 고개를 넘어선 이 나이가 되면 세상의 시계와는 조금 다른 나만의 시계를 갖게 된다. 남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앞만 보며 질주할 때, 나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지나온 길을 돌아보거나 발끝에 치이는 작은 풀꽃에 눈길을 주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러던 중 만난 김남혁의 <내 삶의 속도를 되찾는 중입니다>는 마치 오랜 지인이 찾아와 차 한 잔을 건네며 당신의 속도는 지금 어떤가요?”라고 나직하게 묻는 듯한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이 책은 단순히 빨리빨리를 외치는 현대 사회에 대한 흔한 비판이나, 무조건 멈추어 서라는 식의 나이브한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저자는 삶의 속도를 줄인다는 것이 게으름이나 도태가 아니라, 오히려 내 삶의 진짜 주인으로서 나만의 고유한 템포를 회복하는 능동적인 선택임을 차분한 어조로 설득해 나간다. 젊은 날, 우리는 사회가 정해놓은 시간표에 맞춰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고, 가정을 꾸리며 숨 가쁘게 달렸다. 그 속도전에서 밀려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던 기억은 칠십 대인 나에게도 여전히 아련한 훈장처럼, 혹은 묵직한 회한처럼 남아 있다.

 

책의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왜 그토록 숨차게 살았어야 했는지, 그리고 지금 내게 주어진 이 느린 시간들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저자는 속도를 늦출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매일 마주하는 일상의 사소한 풍경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온전한 마음을 나누는 것. 이 모든 것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존엄한 가치들이다.

 

속도를 되찾는다는 것은 단순히 느려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누구와 함께 걷고 있는지를 명확히 인지하는 과정이다.” 저자의 이 문장은 내 가슴에 깊이 남았다. 노년의 삶이란 사회적 역할에서 물러나 중심부에서 변방으로 밀려나는 과정처럼 보이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깨달은 것은, 지금의 내가 느끼는 느림이야말로 내 인생에서 가장 주체적으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황금기라는 사실이다. 이제는 남들의 기준에 맞춘 속도계 대신, 내 심장의 박동과 호흡에 맞춘 나만의 나침반을 들고 걸을 수 있는 지혜가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공동체 안에서 우리가 서로의 속도를 어떻게 존중해야 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성찰은 큰 공감을 자아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보폭을 가지고 태어났다. 앞서가는 사람을 시기할 필요도 없고, 뒤처지는 사람을 다그칠 이유도 없다. 각자가 자신만의 온전한 속도로 걸어갈 때, 사회는 비로소 다채롭고 건강한 풍경을 이룬다. 칠십 대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여전히 너무 가파르고 조급하지만, 이 책이 제시하는 속도 회복의 메시지는 세대를 넘어 모두가 귀를 기울여야 할 삶의 나침반이 되어주기에 충분하다.

 

이 책을 덮으며 내 삶의 궤적을 천천히 복기해 보았다. 치열했던 계절을 지나 이제는 잔잔한 호수 같은 평온을 마주한 지금, 내가 되찾은 이 느림의 속도가 참으로 고맙고 소중하다. 인생의 가을과 겨울을 지나고 있는 이들뿐만 아니라, 여전히 삶의 속도전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젊은 세대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잠시 숨을 고르고, 내 삶의 진짜 속도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더 나은 삶을 향해 한 걸음 내딛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 시계의 태엽을 조금 늦추더라도, 삶은 결코 멈추지 않으며 오히려 더 깊고 풍성해진다는 진리를 이 책은 따스하게 증명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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