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타는 미술관 - 그림과 연애하듯 살아가다, 감상X데이트코스X아트테크
김용임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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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수많은 인연과 이별하며 마음의 방을 비워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뒤를 돌아보면 치열했던 삶의 궤적이 뚜렷하지만, 정작 홀로 남은 시간 속에서 밀려오는 쓸쓸함이나 문득문득 찾아오는 감정의 파도를 다스리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젊은 날에는 미술관을 찾아 그림을 보는 것이 일종의 교양이자 지식의 축적이었다면, 70대에 접어든 지금의 미술은 지친 영혼을 누이고 지나온 삶을 가만히 반추하는 위로의 공간에 가깝다.

 

김용임의 <썸타는 미술관>은 그런 면에서 딱딱하고 권위적인 미술 해설서와는 궤를 달리한다. 저자는 그림을 역사적 맥락이나 화풍의 틀에 가두지 않고, 인간이 살아가며 마주하는 보편적인 감정인 사랑, 외로움, 슬픔, 그리고 치유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책 제목에 쓰인 썸 탄다는 젊은이들의 유행어가 처음에는 다소 낯설게 다가왔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그 의미가 다르게 읽혔다. 그것은 대상과 온전히 하나가 되기 전, 조심스럽게 마음을 열고 눈을 맞추며 서로를 알아가는 설레는 과정이었다. 저자는 명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독자가 자신의 내면과 기분 좋은 을 타도록 다정하게 손을 건넨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그림 속 인물들의 삶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감정을 솜씨 좋게 연결한다는 점이다. 화려한 색채 뒤에 숨겨진 화가의 고독이나, 평범한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해 낸 캔버스 속 풍경들은 그대로 내 삶의 한 장면에 투영되었다. 젊은 시절 가족을 부양하고 앞만 보며 달리느라 미처 돌보지 못했던 내 안의 어린아이, 혹은 세월의 흐름 속에 무뎌졌다고 믿었던 감정의 결들이 그림을 보는 동안 서서히 깨어남을 느꼈다. 저자의 안내를 따라 명화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그림이 나에게 당신의 삶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그때의 아픔은 당연한 것이었다고 위로를 건네는 듯하다.

 

특히 계절의 변화나 자연의 풍경을 담은 작품들을 다룬 장에서는 오랜 세월을 거쳐 온 노년만이 느낄 수 있는 깊은 울림이 있었다. 스러져가는 것들의 아름다움, 화려한 전성기가 지난 뒤에 찾아오는 담담하고 평화로운 여백의 미는 젊은 시절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다. 저자의 감성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문체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미술 이야기를 한 편의 잘 짜인 에세이처럼 읽히게 만든다. 덕분에 미술에 대한 대단한 지식이 없어도, 마치 오랜 친구와 찻잔을 사이에 두고 인생과 예술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수록 시각적인 자극이나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 나만의 안식처가 필요하다. 이 책은 굳이 멀리 있는 미술관을 찾아가지 않더라도, 거실 소파나 조용한 서재 안에서 언제든 나만의 작은 미술관을 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에 수록된 도판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들여다보며 저자의 글을 음미하는 시간은, 그 자체로 메말라가던 정서를 풍요롭게 채워주는 훌륭한 마음 처방전이었다.

 

<썸타는 미술관>은 단순히 그림을 감상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명화라는 거울을 통해 내 삶을 다시금 사랑하게 만들고, 남은 여생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마주해야 할지 나침반을 제시해 주는 책이다. 나이가 들어 마음이 적적하거나, 지나온 삶의 궤적 속에서 잃어버린 감성을 다시 찾고 싶은 동년배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림과 나누는 다정한 대화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설렐 수 있고 여전히 삶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다는 따뜻한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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