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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감각 수업
나도움.박길영 지음 / 책스미스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칠십 고개를 넘어선 이 나이에도 세상은 여전히 숨 가쁘게 변한다. 요즘 어딜 가나 ‘AI’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챗GPT니 제미나이니 하는 새로운 기술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고, 세상은 온통 그 도구들을 어떻게 빨리 익히고 써먹을 것인가에만 몰두하는 듯하다. 솔직히 말해, 나처럼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들에게 이러한 변화의 속도는 때로 아득한 소외감을 준다.

“선생님, 저만 모르는 것 같아서요”라며 강의장에서 머뭇거렸다는 누군가의 고백은, 바로 디지털 세상의 문턱에서 서성이는 우리 세대 모두의 속마음일지도 모른다. ‘내가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이 나이에 아직도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 말이다.

나도움과 박길영이 쓴 <AI 감각 수업>은 바로 그 지점, 화면 앞에서 망설이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들여다보는 책이다. 이 책은 현란한 AI 사용법을 가르쳐주는 친절한 매뉴얼이 아니다. 기술의 뒤편에 숨은 인간의 본질, 즉 기계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사람만의 ‘감각’을 일깨워주는 8교시의 묵직한 수업이다.

저자들은 두려움, 질문, 의심, 책임, 경계, 경험, 타이밍, 그리고 사람이라는 여덟 가지 감각을 차례로 짚어 나간다. 1교시에서 다루는 ‘AI 앞에서 멈춘 손의 의미’를 읽으며 깊은 위로를 받았다. 기계 앞에서 주저하는 것은 부끄러운 뒤처짐이 아니라,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당연한 신중함이자 성찰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또한, 매끄러운 문장일수록 더 의심해야 한다는 3교시의 가르침은 평생을 살며 쌓아온 삶의 지혜와 맞닿아 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옛말이 있지만, 기계가 순식간에 찍어낸 매끄러운 결과물에는 인간의 고뇌나 영혼이 빠져있기 쉽다. 그것을 걸러내고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눈이야말로, 오랜 세월을 살아낸 우리 세대가 오히려 더 잘 발휘할 수 있는 ‘의심 감각’이자 관록이 아닐까 싶다.

특히 내 마음을 강하게 울린 것은 4교시의 ‘내 이름은 마지막 검수 버튼’이라는 대목이었다. AI가 초안을 잡고 아무리 훌륭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한들, 그것을 세상에 내놓고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책임이라는 무게는 기계에 넘길 수 없다. 저자들은 자신들 역시 책을 쓰며 AI의 도움을 받았음을 당당히 밝히지만, 결코 책을 기계에 ‘맡기지’는 않았다고 선을 긋는다. 기술을 어디까지 활용하고 어디서부터 사람이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한 엄격한 기준. 이것이야말로 도구에 휘둘리지 않고 주체로 서는 방법이다.
돌아보면 인류의 역사는 늘 새로운 도구의 등장이 가져온 혼란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8교시의 결론처럼 ‘결국 모든 도구는 사람을 향한다.’ 기술이 아무리 진화해도 그 기술을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그것을 누리는 것도 사람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AI를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기능적인 질문에 매몰되기 전에, “AI 앞에서 나는 어떤 사람으로 서고 싶은가”라는 존재론적인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한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지금, 이 책은 나에게 새로운 용기를 준다.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최신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손가락 기술만이 아니다. 삶의 맥락을 이해하고, 도덕적 책임을 지며,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사람 감각’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무기다. 비록 새로운 프로그램을 익히는 속도는 느릴지언정, 오랜 세월 다듬어온 인간적인 감각들은 결코 바래지 않는다. 기계의 속도에 주눅 들지 않고, 내 삶의 중심을 단단히 잡고 인간답게 서 있는 것. 이 책이 일깨워준 여덟 가지 감각을 품고, 남은 여정도 나만의 속도로 당당하게 걸어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