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귀 뚫기
집영 지음 / 모티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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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세상의 수많은 이치에 익숙해진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제 와서 새로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체념과 타협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영어라는 존재는 우리 세대에게 평생을 따라다닌 거대한 숙제이자, 가슴 한구석에 묵직하게 자리 잡은 부채감 같은 것이었다. 학창 시절부터 시험을 치기 위해 까만 글씨를 빽빽하게 외우고, 문법 공식에 맞춰 문장을 칼로 자르듯 분석하며 배웠던 영어. 그러나 그렇게 수십 년을 공부했음에도 외국인 앞에만 서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거나, 길을 물어올까 두려워 슬그머니 눈길을 피했던 기억은 비단 나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집영 저자의 <영어 귀 뚫기>는 바로 그 지독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라고 권하는 책이다. 저자는 마흔다섯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에 비로소 영어가 들리는 기적을 경험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뼈아픈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영어를 계속 공부만 하고 있을까?” 이 한 문장은 수십 년간 텍스트 속에 갇혀 있던 내 영어 인생을 통째로 흔들어 깨웠다. 우리는 영어를 학문으로, 점수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만 대했지, 인간이 태어나 자연스럽게 모국어를 익히는 소리의 영역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방법론은 단순하지만 명료하다.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따지는 정교한 노력을 잠시 내려놓고, 그저 영어를 소리 그대로 귀에 흘려보내라는 것이다. 뜻을 억지로 해석하려 들지 말고, 마치 매일 아침 라디오를 틀어놓듯 일상 속에 영어의 파동을 채우라는 조언이다. 70대의 노년기에 접어든 이들에게 무언가를 새로 암기하고 뇌를 쥐어짜는 공부법은 고역에 가깝다. 기억력은 예전 같지 않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소리 자체에 귀를 익숙하게 만드는 이 자연스러운 습득 방식은 나이 든 이들에게도 커다란 해방감을 안겨준다.

 

세상을 오래 살아보니 결국 모든 일의 성패는 거창한 비법이 아니라 단순한 반복을 견뎌내는 끈기에 있었다. 저자가 말하는 귀 뚫기 역시 대단한 천재성이 필요한 작업이 아니다. 들리지 않던 문장이 어느 순간 선명하게 고막을 울릴 때까지, 조급함을 내려놓고 매일 일정한 시간을 소리에 노출하는 우직함이 핵심이다. 이는 살아오면서 숱한 풍파를 견디며 기다림의 미학을 체득한 노년의 지혜와도 잘 맞닿아 있다. 젊은이들처럼 당장 내일의 시험 점수가 급한 것이 아니니, 오히려 더 느긋하고 담담하게 소리의 바다에 몸을 맡길 수 있는 여유가 우리에게는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영어 학습의 기술을 전하는 지침서가 아니다. 영어라는 장벽 앞에서 평생 작아졌던 이들의 멈춰 선 자존감을 가만히 토닥여주는 회복의 안내서에 가깝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배움의 열망이나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욕구까지 늙는 것은 아니다. 늦은 나이에 넷플릭스를 자막 없이 즐기고 싶다거나, 가끔 떠나는 해외여행에서 낯선 이에게 따뜻한 인사 한마디를 건네고 싶은 소박한 꿈은 여전히 유효하다. “나는 나이가 많아서 안 돼”, “평생 해도 안 된 걸 이제 와서 어떻게 해라며 지레 포기해버렸던 수많은 이들에게, 이 책은 45세에 시작해 성공한 저자의 생생한 기록을 통해 아주 현실적인 위로와 용기를 건넨다.

 

배움에는 끝이 없고,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영어 귀 뚫기>를 덮으며, 나는 해묵은 영어 책을 다시 펼치는 대신 조용히 귀를 열어 세상의 소리에 집중해보기로 마음먹는다. 문법의 감옥에서 벗어나 소리의 자유를 누리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이 나이 든 우리에게 선사하는 가장 값진 선물이자 새로운 인생의 활력소가 아닐까 싶다. 황혼의 길목에서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는 모든 동년배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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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기술 - 성공은 내가 던진 질문에서 시작된다
야마구치 다쿠로 지음, 김수경 옮김 / 레몬한스푼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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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칠십 고개를 넘어서니 세상의 소음은 더 커졌고, 알아야 할 것은 오히려 더 많아진 듯하다. 손자뻘 되는 아이들은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을 숨 쉬듯 다루고, 세상은 지식이 넘쳐나다 못해 홍수를 이룬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역설적이게도 그 많은 정보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이들이 태반이다. 젊은 날 직장에서 보고를 하거나 사람들과 협상을 할 때 대화가 겉돌았던 기억, 상대의 속내를 읽지 못해 씁쓸하게 돌아서야 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때는 내가 아는 것이 부족해서, 혹은 말재주가 없어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야마구치 다쿠로의 <질문의 기술>을 읽으며 비로소 깨달았다. 문제는 지식의 양이 아니라, 내가 던진 질문의 밀도였다는 것을 말이다.

 

이 책은 정보가 넘쳐나고 도구가 강력해진 시대일수록 성과의 차이가 벌어지는 이유를 질문력에서 찾는다. 무엇을 아는가보다 무엇을 어떻게 묻는가가 한 사람의 사고력과 판단력을 좌우한다는 저자의 지적은 뼈대가 깊다. 요즘 세간의 화제인 AI 프롬프트 앞에만 서면 막막해지는 이유도 본질은 같다.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하고 영리한 기계를 눈앞에 두고도, 정작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묻지 못하니 기계는 그저 뻔하고 건조한 대답만 뱉어낼 뿐이다. 결국 같은 도구를 쥐고도 다른 결과를 내는 것은 질문이라는 열쇠를 어떻게 깎아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저자는 일본에서 3,800건이 넘는 인터뷰를 수행하며 질문의 본질을 연구해온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책에 담긴 조언들은 허황된 이론에 그치지 않고 지극히 구체적이고 체계적이다. 비즈니스 현장의 보고와 협상, 영업은 물론이고 일상적인 대화와 자기 점검에 이르기까지 삶의 전반을 관통하는 질문의 원리를 조목조목 짚어준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질문이란 단순히 상대방에게 정보를 캐묻는 행위가 아니라 내 머릿속의 엉킨 실타래를 풀고 상대의 마음을 여는 고도의 심리적 대화라는 것을 알게 된다.

 

돌이켜보면 칠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들은 대개 질문하지 않고 지레짐작으로 결론을 내렸을 때였다. 자식의 마음을 다 안다고 착각해 섣부른 훈계를 던졌을 때나, 오랜 친구의 침묵을 오해해 관계를 서먹하게 만들었던 기억들이 그렇다. 만약 그때 네 생각은 어떠니?” 혹은 요즘 마음에 무슨 짐이 있니?”라는 다정한 질문 한마디를 먼저 던졌더라면 삶의 무수한 모퉁이들이 조금 더 부드럽게 꺾이지 않았을까. 이 책은 중장년의 독자에게도 과거를 성찰하고 남은 생의 관계를 다듬을 수 있는 훌륭한 거울이 되어준다.

 

특히 인상 깊은 것은 질문이 곧 의사결정의 도구라는 점이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선택 앞에 주저하게 되고, 판단력은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낄 때가 많다. 저자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을 바꾸면 생각의 경로가 달라지고, 마침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일 때 내가 지금 진짜로 걱정하는 것은 무엇인가?”라거나 이 상황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무엇인가?”라고 스스로에게 정교한 질문을 던지는 버릇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노년의 삶은 훨씬 단단해질 수 있다.

 

이 책은 비단 직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젊은이들만을 위한 지침서가 아니다. GPT라는 낯선 도구 앞에서 주춤거리는 노년의 초보자에게는 당당하게 기계를 부릴 수 있는 용기를 주고, 평생 동안 사람 상대하는 법을 다 배워왔다고 자만하는 이들에게는 겸손하게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준다. 배움에는 끝이 없고, 좋은 질문은 늙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말은 줄이고 질문은 늘려야 한다는 삶의 격언을, 이 책은 가장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언어로 증명해낸다. 품격 있는 노년을 보내고 싶은 이들에게, 그리고 세상과 더 깊이 소통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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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인생을 바꾼 명저 40
최경수 지음 / 메이트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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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일론 머스크라는 젊은 기업가의 행보는 노년의 시선으로 봐도 참으로 기이하고 대담하다. 전기 자동차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뒤흔들더니, 민간 우주선을 쏘아 올리고, 인공지능과 뉴럴링크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다. 세간에서는 그를 천재라 부르기도 하고, 때로는 예측 불가능한 괴짜나 돌발 행동을 일삼는 불나방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경수가 쓴 <일론 머스크의 인생을 바꾼 명저 40>을 읽고 나면, 그동안 우리가 보았던 머스크의 기행들이 사실은 철저하게 계산되고 다듬어진 지적 설계의 결과물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머스크를 만든 것은 타고난 천재성이 아니라 다름 아닌 독서였다고 단언한다. 이 책은 단순히 한 인물의 성공 신화를 칭송하는 평전이 아니다. 머스크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사유의 궤적을 40권의 고전과 명저를 통해 역추적한 정교한 지도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목차의 구성 자체가 일론 머스크라는 인간의 사고 확장 방식을 고스란히 닮아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설계한 6단계의 흐름사회, 원리, 실행, 인간, 문명, 미래을 따라가다 보면, 한 인간의 세계관이 어떻게 형성되고 확장되는지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다.

 

1장에서 상상력의 원천인 과학소설(SF)로 사회의 설계도를 그리고, 2장에서는 물리학과 인공지능의 원리로 세계를 미시적으로 분해한다. 이어지는 3장에서는 창업과 실행의 언어로 문제를 끝까지 파고들며, 4장에 이르러 역사와 철학을 통해 인간과 문명을 움직이는 본질적인 동력을 읽어낸다. 그리고 다시 5장과 6장에서 문명의 끝과 미래를 전망하는 식이다.

 

이러한 서사 구조는 꽤나 매혹적이다. 흔히 나이가 들면 생각이 굳어지고 과거의 경험에 갇히기 쉬운데, 이 책이 보여주는 사유의 도약은 잠자던 뇌 세포를 깨우는 듯한 강력한 지적 자극을 준다. 머스크가 주도하는 최신 테크 트렌드와 우주 전쟁, AI 같은 시의성 있는 주제들이 알고 보니 수백 년 전의 역사서와 철학서, 그리고 철저한 물리학적 기초 위에서 싹튼 결과물이라는 사실은 깊은 울림을 준다.

 

70 평생을 살며 배운 가장 확실한 진리는, 세상이 아무리 어지럽게 변해도 변하지 않는 본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기술과 불안정한 미래 앞에서 늘 흔들리고 불안해한다. 저자는 바로 그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한 생존 전략으로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는 것을 제안한다. 머스크가 읽은 책을 따라 읽는 것은, 곧 머스크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는 훈련이다.

 

책에 소개된 40권의 리스트는 단순히 지식을 자랑하기 위한 목록이 아니다. 혼돈 속에서 중심을 잡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들이다. 우리 같은 노년층에게는 젊은 시절 읽었던 고전들을 현대 테크 리더의 안목으로 재해석하는 색다른 즐거움을 주고, 젊은이들에게는 눈앞의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지적 뼈대를 구축하는 나침반이 되어준다. 40권의 명저들을 하나씩 확인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커다란 성취감과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흔히 독서는 마음의 양식을 쌓거나 조용히 은퇴 생활을 즐기기 위한 취미 활동으로 여겨지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은 독서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 무기가 될 수 있는지, 한 인간의 결단력을 어떻게 극한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증명한다. 머스크의 서재를 훔쳐보는 동안, 내 안에서도 세상을 더 넓고 깊게 바라보고 싶다는 지적 열망이 다시금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나이 듦이 사유의 퇴화를 의미하지 않음을 증명하고 싶은 이들에게, 그리고 변화의 거센 파도 속에서 본질을 꿰뚫는 강력한 통찰을 얻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거인의 서재를 나서는 길, 세상을 보는 눈이 한 뼘 더 깊어져 있음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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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함께 사는 법 - 법 앞에 선 인공지능
김종운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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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흔을 넘긴 나이가 되면 세상의 변화를 바라보는 시선에 두 가지 마음이 교차한다. 하나는 상상도 못 했던 편리한 세상에 대한 감탄이고, 다른 하나는 그 빠른 속도가 가져올 혼란에 대한 우려다. 인공지능(AI)이라는 단어가 매일같이 뉴스에 오르내리고, 스마트폰을 열 때마다 기계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듯한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 거대한 변화 속에서 마음 한구석이 늘 찜찜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만약 저 똑똑한 기계가 사고를 치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라는 지극히 상식적이고도 본질적인 의문 때문이었다.

 

김종운의 <AI와 함께 사는 법>은 바로 그 찜찜함의 실체를 정확히 파고드는 책이다. 법률 전문가이자 금융 실무가인 저자는 인공지능과 법이 만나는 경계선을 복잡한 법률 용어가 아닌, 우리네 일상의 언어로 아주 쉽게 풀어낸다. 책을 읽는 내내 기술의 화려함에 가려져 있던 책임과 기준이라는 묵직한 과제가 눈앞에 선명하게 드러나는 경험을 했다.

 

인생을 살다 보면 크고 작은 계약을 맺고 법적인 문제에 직면할 때가 많다. 우리가 평생 살아온 세상에서 이란 언제나 인간과 인간, 혹은 인간이 만든 조직 사이의 약속이자 규칙이었다. 잘못을 저지르면 책임을 지고, 남에게 손해를 입히면 배상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였다.

 

그런데 AI 시대는 이 오랜 원칙을 흔들고 있다. 자율주행 차가 사고를 내거나, AI가 추천한 자산 관리 프로그램이 엉뚱한 투자로 손실을 내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차를 만든 제조사인가, 프로그램을 짠 개발자인가, 아니면 그 기계를 믿고 선택한 사용자인가. 저자는 AI가 내린 판단과 결정의 책임 소재를 묻는 이 질문이 단순히 미래의 상상이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 삶을 바꾸고 있는 현실의 법적 문제라고 경고한다.

 

이 책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상을 깊숙이 파고드는 과정을 인공지능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일상 속 AI, 생활 속 법’, 그리고 돈과 기업의 규제까지 단계별로 차근차근 짚어준다. 기술적 원리를 몰라도 우리가 왜 AI를 법이라는 울타리 안에 두고 감시해야 하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세상은 늘 우리에게 빠른 정답을 요구한다. AI 기술이 얼마나 발전할지, 어떤 주식을 사야 할지 같은 눈앞의 이익에만 매몰되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정답보다 중요한 것은 질문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AI가 제시하는 매끄러운 결과물에 감탄만 할 것이 아니라, 그 결과가 도출된 과정이 공정한지, 혹시 모를 편향성이나 오류는 없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평생을 살아가며 터득한 노년의 연륜과도 일맥상통한다. 아무리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이라도 그 속내와 기준을 검증하지 않으면 큰 실수를 낳기 마련이다. 기계 역시 마찬가지다. 겉보기에 그럴듯한 답을 내놓는 AI일수록, 인간이 법과 제도라는 기준을 가지고 끊임없이 감시하고 올바른 질문을 던져야만 우리 삶을 파괴하지 않는 안전한 도구로 남을 수 있다. 책이 제시하는 법철학적 고민들은 결코 고리타분하지 않으며, 초고령화 사회 속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가 무엇인지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세상의 변화를 남의 집 불 구경하듯 바라만 볼 수는 없다.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이미 인공지능과 동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술을 능숙하게 다루는 것은 젊은이들의 몫일지 몰라도, 그 기술이 인간을 소외시키지 않도록 중심을 잡고 사회적 기준을 고민하는 것은 삶의 궤적을 길게 그려온 우리 세대가 함께 나누어야 할 몫이다.

 

이 책은 단순히 법학 이론을 나열한 딱딱한 책이 아니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중심을 잡고 싶은 현대인들을 위한 아주 친절하고 단단한 이정표다.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 주저해지는 나이지만, 이 책 덕분에 AI 시대를 살아가는 당당한 시민으로서 어떤 눈을 가져야 할지 혜안을 얻었다. 맹목적인 두려움이나 섣부른 낙관을 버리고, 인간다움의 가치를 지키며 기계와 공존하는 법을 고민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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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도 불안할 수 있습니다 - 뇌·마음·영혼을 함께 돌보는 불안 솔루션
이기원 외 지음 / 두란노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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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생의 일곱 번째 십 년을 지나고 나면 세상일에 제법 담대해질 줄 알았다. 거친 풍파는 다 지나갔고, 이제는 잔잔한 호수 같은 평안만 남으리라 막연히 기대했던 적도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도 삶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며, 오히려 신체의 쇠약함과 다가올 이별에 대한 염려는 은근한 그림자처럼 마음에 드리우곤 한다. 평생을 신앙 안에서 살려고 애썼지만, 불쑥 찾아오는 불안감 앞에 내가 믿음이 부족한가자책하며 홀로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던 중 이기원, 채규만, 채정호 세 저자가 함께 쓴 <크리스천도 불안할 수 있습니다>라는 책을 만났다. 제목을 마주하는 순간, 마치 오랜 시간 감춰왔던 비밀을 들킨 것 같으면서도 깊은 위로가 밀려왔다. 신앙인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둔 인간적인 연약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것 같아, 이 책의 첫 장을 넘기게 되었다.

 

이 책은 목회자, 임상심리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라는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불안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향해 입을 모은 결과물이다. 저자들은 인간의 영혼과 마음, 그리고 몸이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유기적 통일체라고 강조한다.

 

그동안 기독교 공동체 안에서는 마음의 병이나 불안을 오로지 영적인 문제로만 치부하려는 경향이 짙었다. 기도나 믿음이 부족해서 생긴 결과로 바라보니, 아픈 이들은 교회 안에서조차 죄책감에 시달리며 숨죽여야 했다. 그러나 이 책은 뇌의 작동 원리와 의학적 진단, 그리고 왜곡된 사고방식을 다루는 심리학적 통찰이 모두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보편적인 은혜이자 선물이라고 말한다.

 

정신과 전문의는 뇌 과학의 관점에서 약물치료의 필요성을 담담히 설명하고, 심리사는 불안을 증폭시키는 생각의 오류를 짚어내며, 목회자는 그 모든 과정 속에 흐르는 하나님의 영적 돌봄을 제시한다. 이 세 가지 시선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들어갈 때 비로소 온전한 치유의 여정이 시작된다는 논리는, 노년의 고집스러웠던 편견을 깨뜨리기에 충분했다.

 

이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도는 단 한 문장이 있다. “불안은 믿음의 부재가 아니라, 우리가 아직 육신을 입고 살아가는 유한한 인간이라는 증거다.” 이 한 문장은 내 마음에 얹혀 있던 커다란 돌덩이를 내려놓게 만들었다. 70 평생을 살아오며 불안을 마주할 때마다 그것을 이겨내지 못하는 스스로를 자책하곤 했다. 하지만 불안은 신앙의 결격 사유가 아니라, 피조물인 인간이 마땅히 느낄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성경적 진리와 의학, 심리학은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었다. 하나님은 인간을 치유하기 위해 기도라는 영적인 통로뿐만 아니라, 의사의 지혜와 약물, 그리고 심리학적 상담이라는 세상의 도구들도 함께 사용하신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깊이 깨달았다. 기도가 부족해서 불안한 것이 아니며, 약을 먹거나 상담을 받는다고 해서 믿음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당연한 이치가 가슴을 울렸다.

 

이 책은 특히 두 부류의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첫째는 나와 같이 오랜 세월 신앙생활을 해왔음에도 여전히 마음 한구석의 불안과 우울감을 영적 게으름으로 오해하며 자책하고 있는 시니어 크리스천들이다. 나이가 들어 생기는 신체적 변화와 노인성 불안을 믿음의 잣대로만 평가하지 말고, 의학적·심리학적 도움을 지혜롭게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신앙의 성숙임을 알게 되기를 바란다.

 

둘째는 교회의 지도자들이나 목회자들이다. 성도들의 마음의 고통을 무조건 기도가 부족해서라는 말로 일축하기보다, 보다 통합적이고 다각적인 시선으로 영혼을 돌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추는 데 이 책이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치유는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마법이 아니라, 몸과 마음과 영혼을 두루 살피며 걸어가는 기나긴 여정이다.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율법적인 죄책감에서 벗어나, 하나님이 예비하신 다양한 선물들을 누리며 보다 건강하고 깊이 있는 회복의 삶을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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