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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함께 사는 법 - 법 앞에 선 인공지능
김종운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흔을 넘긴 나이가 되면 세상의 변화를 바라보는 시선에 두 가지 마음이 교차한다. 하나는 상상도 못 했던 편리한 세상에 대한 감탄이고, 다른 하나는 그 빠른 속도가 가져올 혼란에 대한 우려다. 인공지능(AI)이라는 단어가 매일같이 뉴스에 오르내리고, 스마트폰을 열 때마다 기계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듯한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 거대한 변화 속에서 마음 한구석이 늘 찜찜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만약 저 똑똑한 기계가 사고를 치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라는 지극히 상식적이고도 본질적인 의문 때문이었다.
김종운의 <AI와 함께 사는 법>은 바로 그 찜찜함의 실체를 정확히 파고드는 책이다. 법률 전문가이자 금융 실무가인 저자는 인공지능과 법이 만나는 경계선을 복잡한 법률 용어가 아닌, 우리네 일상의 언어로 아주 쉽게 풀어낸다. 책을 읽는 내내 기술의 화려함에 가려져 있던 ‘책임과 기준’이라는 묵직한 과제가 눈앞에 선명하게 드러나는 경험을 했다.

인생을 살다 보면 크고 작은 계약을 맺고 법적인 문제에 직면할 때가 많다. 우리가 평생 살아온 세상에서 ‘법’이란 언제나 인간과 인간, 혹은 인간이 만든 조직 사이의 약속이자 규칙이었다. 잘못을 저지르면 책임을 지고, 남에게 손해를 입히면 배상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였다.
그런데 AI 시대는 이 오랜 원칙을 흔들고 있다. 자율주행 차가 사고를 내거나, AI가 추천한 자산 관리 프로그램이 엉뚱한 투자로 손실을 내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차를 만든 제조사인가, 프로그램을 짠 개발자인가, 아니면 그 기계를 믿고 선택한 사용자인가. 저자는 AI가 내린 판단과 결정의 책임 소재를 묻는 이 질문이 단순히 미래의 상상이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 삶을 바꾸고 있는 현실의 법적 문제라고 경고한다.

이 책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상을 깊숙이 파고드는 과정을 ‘인공지능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일상 속 AI, 생활 속 법’, 그리고 ‘돈과 기업의 규제’까지 단계별로 차근차근 짚어준다. 기술적 원리를 몰라도 우리가 왜 AI를 법이라는 울타리 안에 두고 감시해야 하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세상은 늘 우리에게 빠른 정답을 요구한다. AI 기술이 얼마나 발전할지, 어떤 주식을 사야 할지 같은 눈앞의 이익에만 매몰되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정답보다 중요한 것은 질문”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AI가 제시하는 매끄러운 결과물에 감탄만 할 것이 아니라, 그 결과가 도출된 과정이 공정한지, 혹시 모를 편향성이나 오류는 없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평생을 살아가며 터득한 노년의 연륜과도 일맥상통한다. 아무리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이라도 그 속내와 기준을 검증하지 않으면 큰 실수를 낳기 마련이다. 기계 역시 마찬가지다. 겉보기에 그럴듯한 답을 내놓는 AI일수록, 인간이 법과 제도라는 기준을 가지고 끊임없이 감시하고 올바른 질문을 던져야만 우리 삶을 파괴하지 않는 ‘안전한 도구’로 남을 수 있다. 책이 제시하는 법철학적 고민들은 결코 고리타분하지 않으며, 초고령화 사회 속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가 무엇인지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세상의 변화를 남의 집 불 구경하듯 바라만 볼 수는 없다.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이미 인공지능과 동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술을 능숙하게 다루는 것은 젊은이들의 몫일지 몰라도, 그 기술이 인간을 소외시키지 않도록 중심을 잡고 사회적 기준을 고민하는 것은 삶의 궤적을 길게 그려온 우리 세대가 함께 나누어야 할 몫이다.
이 책은 단순히 법학 이론을 나열한 딱딱한 책이 아니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중심을 잡고 싶은 현대인들을 위한 아주 친절하고 단단한 이정표다.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 주저해지는 나이지만, 이 책 덕분에 AI 시대를 살아가는 당당한 시민으로서 어떤 눈을 가져야 할지 혜안을 얻었다. 맹목적인 두려움이나 섣부른 낙관을 버리고, 인간다움의 가치를 지키며 기계와 공존하는 법을 고민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