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100배 즐기기 : 구약편 - 성경 행간 행간에서 꿀 같은 말씀을 맛보게 해주는 책 성경 100배 즐기기
강하룡 외 지음 / 브니엘출판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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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신앙생활을 오래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성경 일독의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곤 한다. 하지만 창세기와 출애굽기를 지나 레위기의 복잡한 제사법에 이르면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이름도 생소한 왕들이 쏟아지는 열왕기에 이르면 그만 성경책을 덮기 일쑤였다.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가 싶어 자책도 많이 했다. 그런데 <성경 100배 즐기기 구약편>을 읽고 나니 비로소 알겠다. 그건 내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 성경의 을 짚어주는 눈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 책은 창세기부터 말라기까지 구약 39권의 방대한 이야기를 마치 눈앞에서 영화가 상영되듯 생생하게 그려낸다. 우리 같은 노년층에게 가장 반가운 점은 고고학적 자료와 시대적 배경을 아주 쉽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아브라함이 살았던 시대, 이스라엘이 바벨론으로 끌려갔던 포로기 시절의 문화와 사회 구조를 알고 나니, 그저 지루한 옛날이야기로만 들리던 사건들이 생생한 현실로 다가왔다.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하나님 나라라는 거대한 흐름이다. 에덴동산에서 시작된 하나님의 통치가 인간의 죄로 인해 어떻게 위기를 맞고,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불러 제사장 나라를 세우려 하셨는지, 그리고 그들이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메시아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는지를 한 줄기로 꿰어준다.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들이 비로소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는 기분이었다.

 

구약을 읽다 보면 의문이 참 많았다. “하나님은 왜 이스라엘을 바벨론에 넘기셨을까?”, “다윗의 왕권을 영원하게 하시겠다는 약속은 어떻게 된 걸까?” 이 책은 이런 당황스러운 질문들을 피하지 않는다. 당시 유다인들이 느꼈을 절망과 메시아를 향한 갈망을 문화적 맥락과 주해를 통해 설명해 주니, 성경 인물들의 마음이 내 마음처럼 느껴졌다.

 

성경을 이해하며 읽으면 전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는 저자의 말처럼, 세계사를 관통하며 흐르는 하나님의 섭리를 발견하는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을 넘어, 역사의 주인이 누구인지 명확히 알게 되니 칠십 평생 살아온 내 삶 뒤편에도 하나님의 손길이 있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는 흔히 성경을 지식으로만 머리에 담아두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시종일관 강조한다. 말씀은 머릿속 관념이 아니라 살아내야 할 것이라고 말이다. 고고학이나 역사적 배경을 배우는 이유도 결국 그 말씀이 오늘날 내 삶으로 육화되게 하기 위한 다리를 놓는 과정이라는 설명에 깊이 공감했다.

 

신약에 비해 유독 멀게만 느껴졌던 구약의 하나님이, 이제는 나를 향해 끊임없이 사랑을 고백하고 길을 열어주시는 친근한 분으로 다가온다. 이 책이 놓아준 다리를 건너니, 구약이라는 험난한 산맥이 이제는 매일 산책하고 싶은 아름다운 숲길이 되었다.

 

나이가 들어 눈은 좀 침침해졌을지 몰라도, 영적인 눈은 이 책 덕분에 더욱 밝아진 기분이다. 성경을 처음 접하는 초신자에게는 두려움을 없애줄 길잡이가 될 것이고, 나처럼 수십 년간 성경을 읽어온 성도들에게는 묵은 체증을 내려가게 할 시원한 명약이 될 것이다. 이 책은 구약 39권의 방대한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며, 어려운 신학 용어를 몰라도 맥락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도록 했으며,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닌, 그 속에 담긴 하나님의 통치 계획을 보여준다.

 

이제 누가 내게 성경 읽는 법을 묻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이 책을 먼저 건네줄 것이다. 성경을 이해하고 읽는 재미를 알게 된 지금, 내 책상 위의 성경책은 그 어느 때보다 빛이 난다. 하나님과 더 깊이 대화하고 싶은 모든 친구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강력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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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이렇게 책을 읽었더라면
장경철 지음 / 생각지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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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흔을 넘기고 나면 세상의 속도가 무섭게 느껴질 때가 있다. 손안의 기계 하나로 세상 모든 지식을 찰나에 불러내고,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두툼한 책 한 권을 단 몇 줄로 요약해주는 시절이다. 나 역시 매주 칼럼을 쓰고 글을 만지는 사람이지만, 가끔은 내가 들이는 이 시간이 시대에 뒤떨어진 고집은 아닌지 자문하곤 했다. 그러다 장경철 교수의 <진작 이렇게 책을 읽었더라면>을 만났다. 책장을 덮으며 나는 오랜만에 안도했고, 동시에 기분 좋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저자는 무작정 많이 읽는 것이 독서의 목표가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이는 다독(多讀)을 미덕으로 알고 자란 우리 세대에게는 일종의 죽비소리와 같다. 돌이켜보면 얼마나 많은 책이 내 눈을 스쳐 지나갔던가. 그러나 그중 내 뼈가 되고 살이 되어 남은 문장은 몇이나 될까. 저자는 지식의 수집보다 중요한 것이 보존활용이라 말한다. 클릭 한 번으로 얻은 요약본은 편리하지만, 그것은 남이 씹어 넘긴 음식을 구경하는 것에 불과하다. 정작 내 삶을 지탱할 영양분은 내가 직접 문장을 씹고, 맛보고, 소화하는 과정에서만 만들어진다는 본질을 이 책은 다정하게 일깨워준다.

 

특히 인공지능 시대에 왜 다시 책 읽기인가를 묻는 대목에서 깊은 공감을 표한다. 요즘 사람들은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답을 얻으려 한다. 하지만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자와의 대화이자, 동시에 나 자신과의 치열한 문답이다. 기승전결의 흐름을 따라가며 행간에 숨은 의미를 찾는 고통스러운 즐거움, 그 사유의 과정이야말로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지적 특권이다. AI가 답을 내놓는 데는 1초도 걸리지 않지만, 그 답이 내 가슴을 울리고 삶의 태도를 바꾸기까지는 긴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저자는 이를 발효라고 표현했는데, 참으로 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 없다.

 

공부의 목적을 진정한 자신이 되는 과정으로 정의한 대목에서는 잠시 읽기를 멈추고 창밖을 보았다. 평생을 경쟁과 성취를 위해 달려온 우리 세대에게 공부는 때로 고역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공부를 통해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지적 주권을 회복하라고 권한다. 이는 나이 칠십이 넘어서도 여전히 유효한 과제다. 아니, 어쩌면 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지금이야말로 타인의 속도가 아닌 나만의 보폭으로 사유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단순히 어떻게 읽을 것인가라는 기술을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잃어버린 사유의 즐거움을 되찾아주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반복하고 축적하며 내 안에 단단한 생각의 기둥을 세우는 법을 배우다 보면, 100권을 읽고도 공허했던 마음이 한 권의 제대로 된 읽기로 채워지는 기적을 경험하게 된다.

 

자녀들에게, 혹은 손주들에게 공부해라라는 말 대신 이 책을 건네고 싶다. 왜 배워야 하는지, 왜 느리게 읽어야 하는지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만큼 큰 선물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전에 나부터 이 책의 조언대로 다시금 책장을 펼칠 생각이다. 이제는 많이 읽으려 욕심내지 않으련다. 잘근잘근 씹어 내 것으로 소화하며, 내 남은 생이 조금 더 깊게 발효되기를 기다리는 그런 독서를 이어가고 싶다. 진작 이렇게 책을 읽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이 또한 얼마나 다행인가.

 

글을 쓰는 노년의 갈증을 씻어준 이 책은, 지식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이자 단단한 지팡이다. 나만의 단단한 생각을 만들고 싶은 이들에게, 그리고 삶의 본질을 놓치고 싶지 않은 동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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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케어 - 수치의 악화를 막고 일상을 회복하는 신장 관리법 헬스케어 health Care
다카토리 유지 지음, 김소원 옮김 / 싸이프레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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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상에서 충분히 따라 할 수 있는 가벼운 운동법과, 입맛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도 신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 건강 레시피를 제안한다. 특히 집에서 간단히 해볼 수 있는 ‘신장 건강 체크리스트’는 냉장고 옆에 붙여두고 매일 확인하고 싶을 만큼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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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케어 - 수치의 악화를 막고 일상을 회복하는 신장 관리법 헬스케어 health Care
다카토리 유지 지음, 김소원 옮김 / 싸이프레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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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 일흔을 넘기고 나서 신장 암 수술을 했다. 그러다 보니, 몸의 소리에 예전보다 훨씬 예민해진다. 아침에 일어날 때 손발이 붓지는 않았는지, 화장실에 다녀온 뒤 소변 색깔이 평소와 다르지는 않은지 유심히 살피게 된다. 주변 친구들 중에도 이미 당뇨나 고혈압 약을 수십 년째 먹고 있는 친구들이 태반이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혈압이나 혈당 수치에는 목을 매면서도, 정작 그 병들의 종착역이라는 신장에 대해서는 너무 무지했다. 다카토리 유지의 <신장 케어>를 읽으며 내가 느낀 감정은 일종의 서늘한 경각심이었다.

 

이 책은 신장을 조용한 살인마라고 명명한다. 70 평생 수많은 장기가 아우성을 칠 때도 묵묵히 제 일을 해내던 신장이, 사실은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무겁게 다가왔다. 책에 따르면 신장 환자 10명 중 6명이 건강검진을 통해서야 병을 발견한다고 한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손을 쓰기 늦은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특히 나 같은 노년층에게 고혈압과 당뇨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림자 같은 존재다. 책에서는 고혈압·당뇨 환자의 70%가 결국 신장병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통계를 제시한다. 신장이 단순한 배설 기관이 아니라 혈압과 대사 균형을 조절하는 핵심 축이라는 설명을 듣고 나니, 왜 의사들이 그토록 싱겁게 먹으라며 신신당부했는지 비로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가 갔다.

 

시중에는 어려운 의학 용어로 가득한 건강 서적이 넘쳐난다. 하지만 이 책은 결이 다르다. 신장 전문의가 썼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손주의 건강을 걱정하는 할아버지처럼 다정하고 쉽다. 복잡한 여과 시스템의 원리를 일러스트로 풀어내어 우리 같은 노인들도 한눈에 이해할 수 있게 배려했다.

 

가장 유익했던 부분은 역시 현실적인 관리 전략이다. 70대에게 거창한 운동이나 엄격한 식단 조절은 사실상 실천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책은 일상에서 충분히 따라 할 수 있는 가벼운 운동법과, 입맛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도 신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 건강 레시피를 제안한다. 특히 집에서 간단히 해볼 수 있는 신장 건강 체크리스트는 냉장고 옆에 붙여두고 매일 확인하고 싶을 만큼 유용하다.

 

우리 몸을 하나의 집으로 비유한다면, 신장은 하수 처리장과 같다. 하수구가 막히면 집 전체가 오염되듯, 신장이 기능을 잃으면 노폐물 섞인 혈액이 온몸을 망가뜨린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신체 기관의 성능이 저하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겠지만, 관리 여하에 따라 그 속도는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는 희망을 이 책에서 발견했다.

 

투석기에 의지해 남은 생을 보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70대의 건강 관리란 결국 자유를 지키는 싸움이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조절하고, 스스로 걷고,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자유 말이다. 이 책은 그 자유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해 준다.

 

이 책을 읽고 덮으며 생각했다. “내 신장은 지금 안녕한가?” <신장 케어>는 단순히 질병 정보를 전달하는 책이 아니다. 내 몸을 어떻게 대접해야 하는지, 특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장기를 어떻게 아껴야 하는지 알려주는 몸에 대한 예의범절같은 책이다. 고혈압 약을 먹고 있거나, 당뇨로 고생하는 친구들, 혹은 아직 건강하다고 자부하는 동년배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다. 100세 시대라지만, 건강하지 않은 장수는 축복이 아니다. 맑은 혈액으로 활기찬 노년을 보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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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의 얼굴들 - 철학은 지적장애를 어떻게 보아왔는가
리시아 칼슨 지음, 이예린.유기훈 옮김 / 심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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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월의 고개를 넘어 70대에 접어드니, 세상의 풍경이 예전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젊은 시절 앞만 보고 달리느라 놓쳤던 것들, 특히 우리 사회가 정상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이들을 변두리로 밀어냈는지가 비로소 눈에 밟히기 시작한 것이다. 리시아 칼슨의 저서 <지적장애의 얼굴들>은 바로 그 변두리에 서 있던 이들, 우리가 그토록 오랫동안 말하지 못하는 존재로 규정하며 침묵하게 했던 지적장애인들의 얼굴을 철학의 거울 앞에 비춘다.

 

이 책은 단순히 장애를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교양서가 아니다. 저자는 푸코의 역사 비판적 태도를 빌려 지적장애가 어떻게 제도화되고 억압받아 왔는지를 예리하게 파헤친다. 이 책의 1부에서 다루는 역사는 곧 배제의 역사다. 사회는 지적장애를 분류하고 관리하며, 심지어 젠더화된 방식으로 그들을 구속해 왔다. 노년의 눈으로 복기해보면, 우리 세대는 효율과 성장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지능을 인간의 가치를 결정하는 척도로 삼는 데 너무나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칼슨은 바로 그 척도 자체가 얼마나 폭력적인 구조를 지탱해왔는지 서늘하게 경고한다.

 

2부에서 비판의 화살은 주류 철학을 향한다. 우리가 흔히 지적장애를 개인의 비극이나 최악의 악몽으로 간주할 때, 그 기저에는 지적장애인을 비인간화하고 고통 속에 박제하려는 무의식이 깔려 있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인간의 존엄이란 무엇인가. 인지 능력의 유무가 인간으로서의 자격을 결정짓는가. 저자는 철학 담론조차 이들을 소외시키고 있음을 폭로하며, 장애를 인간 존재의 한 양식으로 재정의할 것을 촉구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신체적, 정신적 기능이 점차 쇠퇴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이 제시하는 사유의 전환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우리가 지적장애를 낯선 타자로만 여긴다면, 언젠가 우리 역시 어떤 식으로든 비정상의 범주로 밀려날 때 의지할 곳이 없게 된다. 칼슨이 주장하는 공존의 실마리는 지적장애인을 포함해 그 누구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 사회적 인프라와 철학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있다.

 

이 책은 단순히 학술적인 논의에 그치지 않는다. 정책 입안자부터 일반 시민까지, 우리 모두가 지적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을 요구한다. 지적장애인은 치료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삶을 영위하는 얼굴들이다. 그들의 얼굴 속에서 우리의 연약함을 발견하고, 그 연약함을 보듬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숙제다.

 

이 책은 지적장애에 관한 연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책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독자로 하여금 깊은 사색에 잠기게 한다. 평생을 정상성의 굴레 속에서 살아온 우리 세대에게, 이 책은 굳어버린 사고의 틀을 깨는 망치가 되어줄 것이다. 장애를 가진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특별한 시혜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다양한 풍경을 받아들이는 당연한 순리임을 깨닫게 하는 첫걸음으로서 말이다.

 

우리는 모두 잠재적 장애인이며, 동시에 누군가의 돌봄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유한한 존재들이다. 칼슨의 통찰처럼 지적장애를 인간의 한 양식으로 온전히 받아들일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진정한 존엄을 논할 자격을 얻게 될 것이다. 책장을 덮으며, 내가 살아온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얼굴들을 외면했는지 깊이 반성해본다. 이제는 그들과 나란히 서서 공존의 길을 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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