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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혁명 - 바스티유의 포성에서 나폴레옹까지 ㅣ 북캠퍼스 지식 포디움 시리즈 5
한스울리히 타머 지음, 나종석 옮김 / 북캠퍼스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8세기에 ‘혁명’은 프랑스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명예혁명으로 유명한 영국을 비롯해 제네바, 폴란드, 스웨덴, 특히 아메리카 식민지에서 일어난 일련의 ‘대서양 혁명’이 있었다. 그러나 절대주의 체제인 프랑스에서 혁명이 일어나 왕과 왕비가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것은 역사의 엄청난 분기점이자 충격이었음이 분명하다. 또한 1789~1799년을 휩쓴 프랑스의 사회변화만을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도록 만든 것은 대서양 혁명이 ‘부드러운’ 혁명이자 계몽주의 시대에 잇달아 일어나 국내 문제와 신분이나 시민 공동체의 긴장을 해결하는 ‘혁명들’에 속하고 대부분 실패한 데 비해 프랑스 혁명은 1789년까지 일어난 이런 방식의 혁명들과 전혀 다를 뿐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일어난 ‘혁명’이었으며, 민중 세력이 사회지도층 세력만큼 중요했고 명사들의 지도체제를 설립하는 것과 다른 정치적 해법을 요구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이 책은 1983년부터 2011년 정년 퇴임까지 뮌스터대학에서 역사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독일 베스트팔렌빌헬름뮌스터대학 명예교수인 한스울리히 타머 박사가 1789년 7월 14일, 바스티유 요새를 무너뜨린 포성은 프랑스의 왕정을 끝내고 근대 민주주의의 서막을 연 역사적 장면에서 출발해 1799년 나폴레옹 집권까지, 10년 동안 프랑스를 뒤흔든 정치, 사회, 문화의 거대한 변화를 담았다.

저자는 혁명이라는 정치적 사건을 명확하게 서술하면서 농민 봉기, 상퀼로트 운동, 혁명 의례와 상징, 언론과 출판 등 문화적 요소까지 폭넓게 조망하면서 전통적 분석과 현대적 시각을 균형 있게 매치하여 혁명을 단순한 연대기가 아닌, 구조와 맥락이 살아 있는 생생한 이야기로 만들고 있으며, 과거의 사건을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유와 평등, 인간 존엄이라는 가치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울림을 주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제헌의회의 개혁과 입헌군주제 실험, 전쟁과 민중 봉기, 산악파 집권과 테러 정치 그리고 테르미도르 이후의 정치적 혼란과 나폴레옹의 쿠데타까지 자세하게 설명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혁명적 폭력은 단순히 국내외 정치 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위기 상황에 의해 촉발된 것이 아니라 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당시 정치 주도권을 쥔 집단들이 벌인 정치적 갈등과 행동의 결과였다.”(p.129)고 하면서 “혁명은 모든 것을 뒤엎고 새로운 사회를 창조하려는 포괄적인 목표를, 그리고 유토피아적으로 변형되면서 새로운 인간을 창조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p.134)고 말했다.
1789년 7월 14일, 파리의 바스티유 요새가 무너진 순간, 세계사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 프랑스혁명은 프랑스 내부의 변혁에 머무르지 않았고, 전 유럽, 더 나아가 전 세계에 민주주의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깊이 각인시킨 사건이었다. 이 책은 1799년 나폴레옹 집권까지 이어진 10년의 격동기를 정치, 사회, 문화 전 영역에 걸쳐 압축적이면서도 치밀하게 그려낸다.
저자는 이 책에서 루이 16세의 재판과 처형, 지롱드파와 산악파의 권력 다툼 같은 정치 사건은 물론, 혁명 의례와 축제, 언론과 출판, 심지어 복식과 거리 풍경까지 폭넓게 다루면서 독일 역사학 특유의 깊이 있는 분석을 더한다. 이러한 접근은 혁명을 하나의 ‘살아 있는 역사’로 복원하는 효과를 내며, 이를 통해 독자는 ‘혁명’이 단순한 권력 교체가 아니라 생활세계 전반을 재구성하는 거대한 흐름이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프랑스 혁명으로 주변 유럽 국가들은 점차 근대 민주 국가가 되었고, 왕정(독재정)은 무너졌다. ‘자유·평등·우애’를 바탕으로 ‘인간과 시민의 권리’를 내세운 프랑스 혁명이 인류 역사 발전의 큰 흐름과 일치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신분의 차이와 차별을 없애고, 일반 민중들의 경제적 위기와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헌법을 통해 민주 공화국을 실현하고자 했던 프랑스 혁명의 가치는 오늘날까지,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