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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행33훈 - 삼성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
김용준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5년 6월
평점 :
이건희 회장은 영화 ‘벤허’ 매니아로 알려졌다. 보는 관점을 달리해 벤허를 여러 차례 봤다고 한다. 영화 ‘벤허’에서 얻은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그는 전차경기에서 ‘벤허’와 ‘메셀라’의 말을 비교한다. 메셀라는 말에 채찍을 휘둘렀지만 벤허는 채찍 없이 말을 달리게 했다. 채찍을 맞은 말은 빨리 달렸지만 끝에 가서는 주인에 순종하지 않는다. 채찍의 고통 없이 자발적으로 달리는 말을 이길 수가 없다. 그는 “인센티브란 인간이 만든 위대한 고안 중의 하나며,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를 이기게 한 요인”이라는 점을 사장단에게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93년 6월 7일 “처자식 빼놓고 다 바꿔라”는 화두로 승부수를 띄었다.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선언’이다. 1987년 그룹회장에 올라 ‘제 2의 창업’을 선언한지 6년만의 변신이었다. 이 회장은 당시 삼성을 ‘말기 암환자’에 비유했다. ‘신경영’은 기존 경영관행에 대한 철저한 부정에서 출발했다. ‘양 중심의 경영’을 버리고 ‘질 중심의 신경영’을 선언하고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단행했다. 그는 경제학자가 아니지만 경제학자 이상으로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인간 고유의 본성을 꿰뚫어 보고 있다.
이 책은 현재 대학과 기업 등에서 기업문화와 미디어전략에 대한 강의를 10년째 해오고 있으며, 1997년부터 한국경제신문에서 산업담당 기자로 삼성의 성장 과정을 취재했던 저자 김용준 기자가 이건희 회장이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임직원들을 어떻게 교육시켜왔는지를 전하는 경영지침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삼성의 성장 동력은 이건희이며, 그 경영철학의 요체는 지행33훈에 담겨 있다”고 강조한다. 책은 1993년 ‘신경영선언’ 당시 이 회장이 했던 말을 기초로, 그의 경영철학을 33가지로 정리한 것이다. 지행은 ‘지행용훈평(知行用訓評)’의 줄임말로, 경영자가 갖춰야 할 자질로 꼽은 5가지 능력을 말한다. 알고(知) 행하고(行) 사람을 쓰고(用) 가르치고(訓) 평가하는(評) 것이다. 이를 재정리해서 신지행33훈이라 불렀다.
이 책은 크게 9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이를 기본으로 하여 9개 항목 총 33개의 경영철학의 요체에 대해 말하고 있다. 경영자, 사업전략, 경영인프라, 인사조직, 연구개발, 제조생산, 마케팅, 글로벌, 기업문화 등의 항목을 통해 삼성이라는 기업이 어떤 시스템하에서 움직이고 있나를 알 수 있었다. 그 내용 하나하나가 모두 이건희 회장의 생각들을 담고 있다. 그가 삼성을 초일류기업의 위치에 올려놓으면서 거쳐온 사고와 전략의 단계들, 이를 위해 수단으로 삼았던 것들, 무엇보다 경영자와 인재에 대한 생각들을 두루 볼 수 있었다.
이 회장은 “위기의식을 온몸으로 느끼고, 남보다 앞서 미래를 내다보고, 맨 앞에서 변화를 이끄는 것이 경영자”라고 정의한다. 사업전략과 경영인프라 항목의 핵심은 ‘업(業)의 개념’이다. 이 회장이 처음 사용한 이 말은 삼성뿐 아니라 이제 여러 기업에서 흔히 쓰인다. 업의 본질을 알면 성패의 관건이 어디인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실패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 볼 수 있었던 귀한 기회였다.
이 책을 통해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을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라 아니할 수 없다. “마케팅은 철학과 문화를 파는 것”이라는 이 회장의 말은 지금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 책을 기업의 CEO, 그리고 직원들이 읽으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