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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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수필집이자 중간중간 시가 수록되어 있다.

시를 읽지 않는 시대에 촉망받는 시인으로 떠오른 젊은 그의 글이 궁금했다.

그도 잘 알다시피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다. 그럼에도 고운 심성이 드러나듯,

시인은 함께 울어 보자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그저 에세이 한 편에 언급되는 말일 뿐 책 전체적인 어조는 아니다.) 

쿨한 세상에 나는 어디쯤 있는지, 세상의 기준에 맞춰 살고 있는지 문득 불안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들여다보아도 좋을, 하찮은 위로나 공기 중에 흩어져 버릴 말의 잔치만 벌어지는 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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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엮음 / 오래된미래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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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좋아하던 나는 최근 활자를 읽으면 그것들이 파편이 되어 흩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 읽게 된 이 시집. 잠언 같기도 자기계발서의 트윗버전 같기도 하다가 어느 순간 문득 문득 책장을 멈추고 다시 읽게 되는 시들이 있다.

시어를 통해 그림을 그려 보려고도 하고, 관념의 말을 통해 경험을 떠올려 보려고도 했다.


그러다 보니 몇 편의 시는 다이어리에 메모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 기억에 남는 구절을 남겨본다.


'이곳' 보다 더 나은 '그곳'은 없다.

- 체리 카터 스코트의 시 중에서 -


참! 김연수 작가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에 수록되었던 시, <기러기> 도 이 책의 말미에 소개되어 있다.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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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결 문학과지성 시인선 457
이태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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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으로 시작하여 자연과 계절의 변화를 인간의 살아가는 일의 번뇌에 대비하여 쓴 무게감 있는 시집. 1947년생이라는 시인. 그의 시를 읽다 보면 시인이 살아왔을 고단한 인생이 상상이 되는데, 그는 담담하고 고운 시어로 변치 않을 세상의 이치를 노래한다. 시집의 가을 편에 이르러서는 삶을 이렇게 살아온 사람도 역시나 앞길에 대하여 안개가 끼인 길인듯, 자신이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막막함을 느낀다는 것에 새삼 위안을 얻는다. 어찌 살아도 어느 나이에 있더라도 누구나 인상에서는 동일하게 고민한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허나 삶이 냉혹할수록 자기만의 세계관을 가지고 곧게 걸어가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세상이 휘몰아쳐 돌아가도 봄은 반드시 온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노래하는 작가가 있어 다행이다. 말 없는 말을 들을 줄 아는 귀를 가진 이를 노래해 주어 고맙다. 가도 가도 제자리 걸음인 내가 가기는 분명히 가고 있는 이 세상의 희미한 길을 희망도 절망도 아닌 담담히 노래해 주어 그것이 오히려 용기를 주는 시들에 잔잔한 감동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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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장
윤흥길 지음 / 현대문학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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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주의


종술은 월급도 변변찮고 남들은 마다하는 저수지 낚시 금지 감시원이 되기로 한다. 순전히 완장 때문이다. 익삼 씨가 만들어준 '감시원' 완장을 이리까지 나가 화려한 '감독' 완장으로 바꿔 만든다. 완장을 차고 그는 버스도 무임 승차하고 동네 사람들에게 패악질 부리는 것이 남다르다. 술집 작부 부월에게 자랑하는데, 부월은 쉽사리 그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 아들 종술을 바라보는 운암댁은 남편의 죽음이 떠올라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종술의 저수지 감독은 지정 수위를 넘긴지 오래다. 밤늦게 남몰래 잉어를 잡으려던 초등학교 동창 준환과 그의 아들을 패고, 준환의 아들은 그 일로 한쪽 귀청이 떨어진다. 자기와 다른 삶을 살게 하기 위해 아들을 중학교에 보내려고 몰래 고기를 잡으려던 준환은 하소연도 하지 못한다. 부월은 자신을 여염집 여자로 대해주는 종술에게 마음의 정이 깊어간다. 달 밝은 저수지 텐트에서의 하루밤 부월은 쾌락의 정점에서 그만 첫사랑 마선생을 부르고 종술은 몹시 기분이 상한다.


종술의 완장은 이제 자신을 고용한 익삼 씨와 최사장을 지나 신성한 저수지를 지키는 것에 완연한 목적을 둔다. 최사장이 술집 아가씨를 끼고 저수지에 오던 날, 자신의 저수지를 더럽히는 그 꼬락서니가 아니꼬와 종술은 최사장에게마저 함부로 하고 결국 저수지 감시원 자리를 짤린다. 그러나 종술은 기 죽지 아니한다. 익삼 씨가 동네 다른 청년들을 고용하려 찾아다니지만 이미 종술의 엄포에 겁 먹은 청년들은 모두 고사한다. 가뭄이 깊어간다. 부월은 종술의 딸을 매개로 종술과의 관계를 회복하려 한다. 


새로 감시원을 고용하지 못해 골치인 익삼 씨에게 최사장은 가뭄이 깊어 저수지 물을 다 빼게 생겼는데 감시원 고용이 무슨 소용이냐 하고, 익삼은 아니꼬왔던 종술에게 그 사실을 말한다. 열이 뻗쳐 뵈는게 없는 종술은 익삼을 죽일 기세로 쫓아든다.


운암댁은 기억한다.  일제시대 이웃 박가의 밀고로 오른손에 장애가 생긴 남편이 해방 후 완장을 찬 후 기어이 박가를 죽이고, 토벌대에 쫓겨 어느 날 꿈 속에서야 남편의 죽음을 감지했던 일을. 기어이 저수지의 물은 모두 빠지고, 종술은 부월과 딸을 데리고 야반도주한다.


완장을 차는 것은 완장 뒤의 권력을 지키는 일임을 알면서도, 종술은 완장 그자체로 사내의 자존심이라 생각하며 신성시했으나 인심을 모두 잃고 낯선 곳으로 떠나기까지 해학과 풍자로 무게 있게 그린 소설이다. 제목에서부터 주인공의 몰락이 예견되었으나, 그 어릭석은 완장에 대한 집착을 부월의 도움으로 저수지 바닥에 버리고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난 주인공의 삶이  다행이다. 어리석은 권력에 대한 집착, 온전히 내 것이 아님에도 보잘 것 없는 현재를 조악한 완장 하나에 매달리고 하는 그 모습이 과연 나와 얼마나 다른지 생각하게 한다. 멋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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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관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존 딕슨 카 지음, 이동윤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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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주의


그리모 교수가 완벽한 밀실에서 총상을 입고 죽은 채 발견된다. 방에 들어가는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쓴 자는 목격되었으나 나온 모습을 본 자는 아무도 없고, 범인은 유령처럼 살아졌다. 같은 날 몇 분 간격으로 마술사 플레가 살해당한다. 그리모 교수의 집에 있던 사람들이 용의선상에 오르고 해들리를 비롯하여 펠 박사가 사건을 추적해 간다. 그리모 교수는 헝가리 태생으로 그의 두 동생들과 함께 감옥에 갇혔다가 탈옥한 사람이다. 탈옥했을 때 세 형제는 세 개의 관에 각각 들어가 있었는데 그리모 교수는 운이 좋게 그 관을 뚫고 나왔고, 길을 가던 영국인 여행자에게 발견되어 살아날 수 있었다. 프랑스를 거쳐 영국으로 온 그리모 교수는 과거를 숨긴 채 살아왔다. 어느 날 플레라는 마법사가 나타났고, 술집에서 한바탕 곤욕을 치룬 후 그리모 교수도 마법사 플레도 살해당했다. 이 둘은 형제였던 것으로 밝혀지고 추적하는 쪽은 막내 동생 앙리를 용의자로 생각한다. 얼마 후 밝혀진 바에 의하면 동생 앙리는 헝가리의 그 관에서 사망한 것이 확실하다는 것. 유령을 용의자로 쫓고 있었던 것인가 한다. 그들이 살해당하던 날에는 눈이 내렸고, 총탄은 근접 거리에서 발사된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눈길 위에도 그리모 교수의 밀실 어느 곳에서 범인이 지나간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여러 실험과 수사를 한 펠 박사와 해들리는 마침내 사건의 진실을 발견한다. 


이 책은 1935년에 발표된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관점에서 읽으면 속도감이 느린 편이지만 3장을 넘어가면서부터 밝혀지는 밀실 트릭에 의해 후반부에는 궁금함이 더해진다. 해들리와 펠 박사가 수사를 해나갈 때마다 의심가는 용의자들이 있지만, 책의 결말에서 결국 그 추측들이 틀렸음을 알게 되었을 때는 오히려 쾌감이 들 정도다. 그만큼 작가가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있다는 반증이겠다. 소년탐정 김전일, 명탐정 코난 이후 국내 영상 작품에서 밀실 트릭을 본 기억이 적은 듯 하다. 또, CCTV나 스마트폰이 없던 시대의 일이기 때문에 시계를 이용한 시간 혼동 등의 트릭을 사용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현대에서도 얼마든지 활용가능한 트릭들이기 때문에 읽어두고 배워두면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책을 읽다가 밀실 트릭을 알기 위해서는 존 딕슨 카의 <세 개의 관>을 꼭 읽어야 한다고 해서 읽었다. 중간 부분까지는 꼭 읽어야 하나 갈등도 있었지만 결말에서 해소되는 트릭이 매우 흥미롭고 명쾌하며 영민하다. 


문학동네의 출판그룹 엘렉시르에서는 고전이라고 부를만한 추리소설들을 한 권씩 펴내고 있다. 옛날 작품들이기 때문에 장편의 초반을 읽을 때는 고리타분하고 느린 전개, 옛날 말투 때문에 힘이 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끝까지 읽고 나면 이 책을 새로이 편찬한 출판사에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출판사들이 판매량에 상관없이 작업을 계속해 나가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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