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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재일교포 1세의 아들로 태어나 재일 한국인의 정체성으로 사는 사람이다. 경계인이기 때문에 겪어야 했을 일들로 인해 더 많은 고민을 했다. 그는 자기 젊은 날 고민하는 데에 이정표가 되어 주었던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를 인용하며 담담히 자기 사유의 결과를 적었다.
지금을 살아간다는 고민으로 서장을 열고서 나는 누구인가, 돈이 세계의 전부인가,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청춘은 아름다운가, 믿는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왜 죽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에 대한 사유를 적고, 마지막으로 늙어서 ‘최강’이 되라는 조언으로 맺음한다. 그의 질문은 개인이라면 한 번쯤 물어봤을 것들이지만 어설프게 고민을 그치지 말고 진지하고 끈질기게 고민을 하라고 조언한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답하기 위해서는 타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돈이 아무것도 아니라고는 감히 말할 수 없다고 말하는 그. 정보를 많이 안다는 것과 생각하는 것은 다른 것이라는 명확한 구분, 청춘은 나이와 관계없는 것이며 정서적으로 원숙함에 이를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청춘이라는 정언을 건넨다. 믿는 사람은 구원을 받는다는 것은 타력본원에 있지 않고 자기 고민의 결과물로 내린 답을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이 스스로 구원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사회적 타자로서 배려받길 원하기에 일한다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사랑은 상대의 물음에 응답하려는 의지라는 새로운 정의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죽음이 무의미한 것은 삶도 무의미하다는 것이기에 끊임없이 관계를 찾으라는 조언과 분별없는 노인이 되지 않기 위해 고민할 것을 충고한다. 노인이 되어서도 뻔뻔하게 도전하겠다는 저자의 다짐에 나 역시 용기를 얻게 된다.
그의 책을 읽으며 변해가는 사회분위기 속에 위축되지 말고 나만의 끈기를 갖고 진지하게 사색할 것을 다짐하게 된다. 중단하지 말고 그 고민의 끝까지 파고 들어갈 것,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불안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더 무서운 것은 정신적으로 노회한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이 책을 추천해 준 이는 이 책을 인문학에 분류했고, 출판사에서는 에세이라고 하였으나 내게는 고독을 경험한 가슴 따뜻한 중년의 어른이 건네는 따뜻한 조언으로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