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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생태보고서 - 2판
최규석 글 그림 / 거북이북스 / 2012년 6월
평점 :
만화 창작 노동자를 꿈꾸는 대학생들이 등장하는 리얼궁상만화. 지질하고 힘겹게 느껴지기만 하는 현실을 유머러스하게 잘 녹여냈다. 캐릭터를 연구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었지만, 눈에 띄는 캐릭터는 오히려 사슴 정도였고 이 삭막한 반지하방에서 네 동거인들의 주고받는 대화가 눈에 띄었다. 물론 그들의 행동과 말이 캐릭터를 만들겠지만, 일관성은 있지만 캐릭터가 살지는 않았다고 본다. 오히려 작가의 철학과 웃픈 유머가 눈에 띄었다.
여러 장면들이 가슴을 치고, 이들 캐릭터들에 감정이입이 되는 것은 나도 그런 시절을 겪었고 어쩌면 지금도 그런 시절과 비슷한 시기를 보내고 있어서는 아닐까 생각해 본다. 2005년에 초판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와 스토리, 작가의 철학이 갖는 힘이 13년이 지나서도 이 책을 찾아 읽게 만든다. 아니, 어쩌면 13년이 흘렀음에도 변한 것 없는 사회가 이 만화의 자생력을 길러줬는지도 모른다. 젊음은 그저 불확실성 앞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말마따나 현실에 발을 넣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물러서지도 못하는 상태인데 사회는 양극화가 심해져 이렇게나마 버티고 살아남을 힘을 소진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책이 있기에 용기를 얻고, 한 번 아프게 웃어버리고 내일 다시 씩씩하게 살아갈 힘을 얻는다. 최군부터 사슴까지, 그들의 눈빛만은 영롱히 빛나 살아있기에 기쁘게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