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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요, 엄마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될 것이란 소식을 듣고 읽게 된 책. 쉽고 몰입감 있는 시작 때문에 책을 잡자마자 한 번에 쭉 읽었다. 출산과 양육에 대한 고민을 미스터리 추리물로 그렸다.
사이코패스라는 용어 대신 연쇄살인범이라는 용어를 택했고, 희대의 살인마가 탄생한 데는 유전적 요인도 있을 수는 있지만(이 학설을 배제하진 않는다), 평탄치 않은 양육 과정이 사람을 악마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응암동에서 발생한 화재와 노부부의 시신 발견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후 범죄심리학자인 선경에게 닥친 생활의 변화, 남편이 전 부인과 사이에서 낳은 하영이 집에서 같이 살게 되고, 연쇄살인범 이병도를 면담하게 되며 생기는 일을 그린다.
처음엔 화재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 주된 이야기일 줄 알았으나 하영이 선경의 집에 오고부터는 갑작스레 생긴 딸, 어떻게 양육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도 나름대로 적응하고 노력해 가려는 선경의 노력, 그 와중에 언제나 ‘자기 자식’에게 뒷전인 남편 윤재성의 생활이 그려진다.
이후 이병도의 출생도 강간에 의한 것이 밝혀졌을 때 출산과 양육에서 남편이 얼마나 무책임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에 따른 피해와 책임은 모두 여성이 지고 있는 모습들.
의외인 점들은 연쇄살인범 이병도는 자기에게도 기회가 있었는데 스스로 그것을 망쳐버렸다는 자각을 갖고 있으며, 과수원 엄마에게 버려지고 싶지 않은 욕망이 있다는 점.
결과적으론 그런 자각들이 이병도와 윤하영을 끔찍한 살인범으로 만들지만. 윤하영에게로 와서는 엄마의 자살에 아빠가 독약을 하영에게 주었다는 예측 가능한 비밀이 밝혀지면서 양육뿐 아니라 살인에서도 책임을 전가하는 아빠 윤재성에 어이없는 분노가 일기도 한다.
범죄심리학자이지만 하영을 대하는 모습에서는 전혀 전문성이 느껴지지 않는 선경인데, 아무리 전문가라도 자기 일이 되면 객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설정 같다. 하지만, 여러모로 독자에게 보여주기 위한 피치 못한 선택 같다.
초반 장면이 화재조사관에서 시작하기에 흥미로운 직업의 흥미로운 조사가 시작될 줄 알았지만 그건 좀 페이크였다.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1인칭 시점으로 바뀌는 부분이 두 번 있는데, 이병도와 윤하영의 내면을 설명할 때 그렇다.
소설이기 때문에 허용되는 설명적 부분이겠지만, 드라마로 만들었을 때 구멍들은 어떻게 메꿔질지 관심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