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괴물과 싸워 이겨라

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살인범의 아들 최서원과 아저씨 안승환이 겪었던 7년 전 밤을 종합적으로 복기해가는 이야기. 

자기 가족을 학대하고 죽음으로 몰아넣는 오영제는 자신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도망친 딸이 죽었다는 것을 직감하고, 의심 가는 인물들 곁을 맴돈다. 그리고 자신의 방식으로 ‘교정’ 혹은 복수하기 위해 뱀 같은 추적을 이어간다. 

한편, 무면허 음주운전 상태로 오영제의 딸 세령을 치고 아직 살아 있는 세령을 죽게 만든 뒤 호수에 던진 최현수는 스스로 망가져간다. 우물 속의 악령을 불러낸 자신과 달리, 아들 최서원만큼은 그 우물 속 악령에게 끌려가지 않기를 바람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중 긍정적 인물은 드물다. 그나마 소설가 안승환과 차분한 소년 최서원 정도인데, 안승환 조차 공연한 오해를 불러들이고 싶지 않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방관자다. 최서원의 엄마이자 최수현의 처인 강은주는 끈질긴 생명력과 나름의 의지를 가지고 생을 일군 인물이지만 생활에 매달려 사람을 돌아볼 여유는 없는 사람이다. 누구 하나 존경할 만한 군상을 갖고 있지는 않다. 오영제는 사건이 있은 7년 후까지도 세간의 시선에서는 시체를 찾지 못했다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지만, 서원의 삶을 세상 밖으로 밀어내는데 성공한다. 최현수의 사형집행일을 기다려 최후의 ‘교정’을 이루려 하였으나 드디어 의지를 가지고 타석에 들어선 서원이 승환을 비롯 온갖 사람들의 경험과 조언을 바탕으로 자기 삶의 어느 순간을 선택하게 된다.

  무능하고 무책임했던 최현수가 바라 마지않았던 것은 자기 아들만은 자기 내면의 악마를 끌어내지 않는 것이었고, 결국 서원은 그것에 가까워졌다고 할 것이다.

  누구나 마음속에는 악마가 살고 있다. 그것을 이성으로 누르고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 이성으로 누를 수 있는 사람은 타인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과오를 통해 어리석은 일을 반복하지 않는 사람이다. 오영제는 싸이코패스로는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내용만 요약하면 새로울 것 없어 보이지만, 정교한 리얼리티와 서사가 흡입력 있게 마지막 장까지 인도한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임에도 한 호흡으로 읽게 된다. 과오를 저지르고 그 잘못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던 최현수가 바랐던 것은 아들 서원이만은 그렇게 되지 않는 것. 서원의 삶에서는 그 실낱같은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 끔찍한 과오를 청산하지 못했을 때 파괴되는 개인, 그 파괴된 개인을 돌보지 않는 주변인들이 맞이하게 된 파국을 본다면 결국 훈훈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던 것 같다. 

  다른 것보다 작가의 사전 준비, 정교한 마련, 이야기꾼의 능력이 돋보인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