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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평점 :
서른아홉 살인 폴은 오랜 연인인 로제를 기다린다. 로제와는 늘 그렇듯 오후 8시에 외출해 식사하고 춤추고 돌아온다. 폴은 외로움에 로제와 함께 집에 올라가길 바라지만 둘은 유연하게 헤어져 각자의 집으로 향한다. 로제는 폴을 사랑하지만, 밤에 거리를 걷는 자유를 포기하고 싶진 않다. 폴은 집을 꾸며주기 위한 일로 고객의 집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스물다섯의 시몽을 만난다. 수습변호사인 시몽은 대단한 일을 해 본 적 없다는, 애송이 같은 자신의 삶에 결핍을 느끼고 있다.
시몽은 아름다운 폴에게 호감을 느낀다. 로제는 배우 지망생 여자와 주말을 함께 보내면서도 폴에 대한 사랑은 변치 않았다고 생각하고, 시몽은 폴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들지 않아 폴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한다. 폴은 자신의 나이, 자신의 고독을 로제에게 말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시몽의 적극적인 구애에 폴과 시몽은 어느덧 연인이 되어 있다. 그렇지만 폴은 열네 살의 나이차에서 오는 연륜으로 이 젊은 연인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익숙한 연인인 로제를 그리워한다. 끝내 폴과 시몽은 결별하고, 로제와 재결합한다. 재결합하기로 한 날, 로제는 전화를 걸어 말한다. 오늘 약속이 있어서 늦을 것 같아.
외로워도 짐을 지울 수 없어 자신의 고독을 고백하지 않는 폴, 익숙한 연인의 이해심이 그리운 로제, 열정에 빠져버린 시몽. 사랑은 모든 것을 상대에게 고백하진 않는다는 것을 안다. 사랑에도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고독을 받아들인다. 그래서 시몽의 대사는 관계의 아이러니를 정의하는 듯 느껴진다.
“그리고 당신, 저는 당신을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합니다. 이 죽음의 이름으로, 사랑을 스쳐지나가게 한 죄, 행복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 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죄로 당신을 고발합니다. 당신에게는 사형을 선고해야 마땅하지만, 고독 형을 선고합니다.”
사랑이 개인의 고독을 채워줄 것이라 기대하지만, 그것은 덧없기만 하다. 사랑은 변하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고독과 익숙해지는 것, 그리고 익숙해진 관계에 기대는 것이 열정만으로는 유지할 수 없는 사랑을 간직하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1959년에 발표된 이 소설에서 여러 멜로드라마의 원형을 발견하게 된다. 원래의 생각과 다른 결정이 내려지게 되는 순간의 어긋남, 자신의 생각과 다른 말을 하게 되는 폴의 감정들이 섬세하게 그려졌다.
그리고 당신, 저는 당신을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합니다. 이 죽음의 이름으로, 사랑을 스쳐지나가게 한 죄, 행복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 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죄로 당신을 고발합니다. 당신에게는 사형을 선고해야 마땅하지만, 고독 형을 선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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