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밖에 없는 사람, 방 밖에 없는 사람
이현호 지음 / 시간의흐름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인을 처음 접한 것은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 였다.

제목에 끌려 도서관에서 빌렸다가, 시가 좋아 시집을 사서 읽었고, 몇몇 시들은 필사했다.

시인의 작품을 찾으니 <라이터 좀 빌립시다>가 보였다. 곧장 주문해서 읽었다.

역시 몇몇 시들은 필사했고, 시인의 다음 작품은 언제 나올까 기다리고 있다.

내가 특별한 독자는 아니겠지만, 내게는 이현호 시인이 특별한 작가로 다가오기에 다음 작품을 고대한다. 


시집은 잡지가 아니기에 약속된 출간일이 있지 않다는 것이 야속하다.

그러나 언젠가는 좋아하는 시인의 새로운 화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기에 기다림은 즐겁다.

인터넷 서점에 들어오면 사려고 했던 책을 장바구니에 넣고 종종 이현호 시인을 검색한다.

새 작품집이 검색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런데,,, 이 책이 검색됐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이 쓴 에세이라니. 

정말 한치의 망설임 없이 구입해서 읽는 중이다. 

시집을 통해 만나는 화자와, 에세이를 통해 만나는 시인이 다른 인물로 느껴져 색다른 느낌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디자인에 특징이 있다.

네이비와 오렌지 색의 조화인데, 그것은 본문 활자 인쇄에도 활용했다.

네이비 색까지는 읽을만 했다.

오렌지색 페이지로 들어와서는 문제가 발생했다. 

오렌지색 2페이지를 읽은 후부터 멀미가 느껴진다는 점이다.

나는 약간의 시력감퇴, 약간의 비문증이 있어 독서는 좋아하지만 눈에 피로도가 올라가는 중이다.

한 번 펼친 책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읽어야 해서, 중간까지 읽고 책을 덮어버리면 환상통 같은 게 느껴진다.

어딘가 긁을 수 없는 부위가 가렵다.

이제 겨우 95페이지까지 읽었을 뿐인데 시인의 문장은 점점 감동을 더해가고 있는데

활자 색상이 주는 멀미와 피로감 때문에 내적 갈등이 생긴다.

여기서 덮을 것인가 계속 읽을 것인가.


나는 아마도 끝까지 읽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출간에 관여한 모든 분들께 후기 하나는 드리고 싶다.

본문은 독서하기 평안한 색깔로 선택해 달라. 

적어도 검은 색 계열은 어느 순간 어느 곳에서 읽어도 잘 읽히더라.

버스나 지하철 같은 곳에서는 네이비 색상도 잘 읽히지 않더라. 

오렌지색 활자가 독서 인생 최대의 난관이 될 줄은 몰랐다. 


어찌되었든 이현호 시인의 다음 책은 부디 가독성 높은 편집이기를 소망한다.


시인의 에세이는 끝까지 잘 읽겠다..

인간은 무의미를 두려워한다. 무의미를 견디지 못한다. 본질적으로 우리 존재와 삶이 허무한 탓이다. 무의미가 죽음을 환기하는 까닭이다. 우리는 습관처럼 아주 작은 일에서도 의미를 낚고 싶어 한다. - P9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