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민석의 삼국지 1 - 누구나 쉽게 시작하고, 모두가 빠져드는 이야기 설민석의 삼국지 1
설민석 지음 / 세계사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삼국지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 조조의 지략, 동탁, 초선에 관한 몇 가지 일화가 떠오릅니다. 정말 눈꼽만큼이라 할 만큼 일부지요. 사실 삼국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본 적도 없는 것 같아요. 처음 펴자마자 사람 이름도 헷갈리고, 장소도 죄다 모르는 장소고, 전쟁도 너무 많고 말이지요.


​그런데 이런 삼국지를 역사 강사 설민석이 썼다고 해서 냉큼 받아 본 책 설민석의 삼국지 1권입니다. 아시죠? 설민석 씨가 어떻게 강의를 하는지요. 물론 역사는 개인의 의견이 들어갈 수 있는 분야다 보니 강의하시는 분의 성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머릿속에 사건들을 쏙쏙 정리해주는 분이라 찾아보게 되는 강사입니다.


​한국사 강사인데 웬 삼국지? 라는 생각도 드실 거예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역사 좋아하고 공부 많이 한 분이어서 인지 삼국지도 썼나 보다 하고 접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읽다 보니 한국사를 잘 하려면 중국과 일본의 역사도 잘 알아야 하니 어찌 보면 당연한 걸 의문을 가졌었구나 싶기도 했고요.


​​그렇게 읽어본 설민석의 삼국지~ 읽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너무 술술 넘어가서요. 예전에 삼국지 완독해 보겠다고 A4 용지에 인물 관계도, 장소, 사건들 그림으로 그려가며 읽어보기도 했는데요. 며칠 못 갔답니다. 너무 전쟁이 많고 복잡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점차 흥미도 잃게 되고 그렇게 그만두었지요. 그런 삼국지가 설민석 강사가 썼을 뿐인데 정말 쉽게 다가왔습니다.


​저자 설민석도 이 책에서 밝힙니다. 삼국지 인물들 이름이 너무 복잡하고, 전쟁도 많다고요. 그래서 이 책에서는 이름도 가장 유명한 이름으로 통일하고 사건도 자질구레한 전쟁은 뺐답니다. 왜 사람들이 삼국지를 완독하지 못하는지 핵심을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읽어보니 맞더군요. 분명 여기서 싸우고 저기서 싸우고 구구절절 나오던 전쟁들이 없고, 핵심 사건들이 바로바로 빠르게 진행됩니다. 그래서 읽으며 속이 시원했고, 뭔가 머릿속에 사건들이 정리가 되고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으로 생애 첫 삼국지를 만난다면 완독이 아니라 다독도 가능한 책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어요.


​​이 책은 소설처럼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습니다. 설민석 강사가 강의를 하듯 쓴 책입니다. 그래서 설민석 강의를 육성으로 듣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인데요. 혹시 아시나요? 설민석 강사의 강의 스타일? 역사 속 사건을 들려주면서 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이유를 그때그때 알려주는데요. 이 책도 그렇게 진행되어서 당시 환관들의 폭정, 중국에서 복숭아가 가지는 의미, 초선의 미모와 관련된 일화 등 알면 더 잘 이해되고 기억되는 이야기를 그때그때 곁들여 줍니다. 그래서 똑같은 샐러드라도 드레싱에 따라 맛이 달라지듯 그렇게 삼국지가 맛있어졌습니다.


​설민석의 삼국지 1권은 황건적의 난으로 인해 유비, 관우, 장비 세 사람이 만나 도원결의를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제갈공명을 찾아가는 삼고초려, 조조가 제갈공명에게 당하더니 이어 주유에게 당하는 이이제이 사건까지 이어집니다. 책은 400여 페이지가 넘어갈 정도로 두꺼웠는데요. 보통의 삼국지가 고전이다 보니 나오는 어휘가 어렵지요. 하지만 이 책에는 모두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단어나 현대적 문장으로 바꾸어 논리적, 감정적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자성어, 고유명사 등 바꾸어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별로인 경우는 그대로 사용하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제갈공명의 시들도 참 아름답게 느껴지네요.


​큰 꿈에서 먼저 깬 것이 누구더냐?

일생에 나 스스로 자신을 깨치노라

초당에 봄 냄새 따사로운 단잠 자고 나니

창밖 햇살이 차차 잦아드누나

-312, 제갈공명의 시


참고로 삼국지에는 촉나라 역사학자 진수가 쓴 최초의 삼국지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명나라 나관중의 삼국지연의가 있는데요. 이 책은 삼국지연의를 바탕으로 썼다고 합니다.


​'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지 않은 사람과는 말도 섞지 말라.'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지만, 막상 일독조차 하기 힘들었던 그 책. 하지만 설민석 강사가 써서 설민석 식의 유머가 녹아 있는 '설민석의 삼국지'라면 10번도 가능합니다. 읽어보세요. 삼국지가 참 재미있구나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8월에 나오는 설민석의 삼국지 2가 기다려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이 필요한 순간 - 삶의 의미를 되찾는 10가지 생각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살아오면서 '삶의 의미'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지 않은 분들 없겠지요. 매일 하고 사는 생각은 아니지만, 일상 속에서 갑자기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저는 10대와 20대 초반까지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고, 가장 최근에는 아이를 출산하고 3~4달 동안, 그리고 중년에 들어서기 2,3년 전 쯤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이 들 때, 혹시 이웃님들은 이런 주제로 깊이있게 대화할 사람이 주변에 있나요? 안타깝게도 저는 그런 상대가 주변에 없어요. 밖으로 나가는 것을 즐기지 않아서인지, 참여하는 모임이 없어서 인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저는 이럴 때 책을 찾습니다. 


​오늘은 사실 집에 도착한지는 꽤 되었지만 바쁜 일상을 보내다보니 손이 가지 않던 책 '철학이 필요한 순간'을 펼쳐보았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철학 관련 책은 혼자 있을 때 조용히 보기에 딱 좋은 책인 것 같아요. 뭔가 부산스러우면 생각을 깊이있게 하기가 힘든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커피 2잔 타 놓고 오전 내내 읽어보았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스벤 브링크만'입니다. 사실 아주 유명한 소설가가 아니라면 외국작가는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라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는데요. 스벤 브링크만은 덴마크에서 철학과 심리학을 전공하였고, 현재 알보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해요.


​덴마크 서점에서 106주 동안 연속 베스트셀러를 차지한 <스탠드펌>의 저자로, 2015년에는 로젱크예르상을 수상하기도 했답니다. <Stand Firm>은 끝임없이 자기계발을 요구하는 현대 사회문화를 비판하고 있다는데요. 국민행복지수가 높은 덴마크에서 이 같은 최고의 인문 베스트셀러를 쓴 작가라고 하니 더욱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그는 어떤 '삶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할까요.


​우리가 각자 동떨어진 개별적인 존재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의무로 깊게 연결되어 있으며, 자기 자신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와의 끊임없는 만남 속에서 양육되고 교육된다 -38


​이런 제 궁금증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스벤 브링크만은 시작하는 글에서 어떻게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우리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말을 하는데요. 우리가 각자 독립된 개별 개체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의무로 깊게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존재와의 끊임 없는 만남 속에서 양육되고 교육된다고 하는데요. 


​어떤 사회와 문화권에 소속되어있는지, 어떤 무리에 소속되어 있는지에 따라 겪게 되는 성장과정 혹은 교육과정의 차이가 떠올랐으며, 그리고 그에 따라 형성하게 되는 가치관 및 사회성 등이 얼마나 다른지 상상하게 되더군요. 또한 이 책을 읽는 내내 '사회속에서' 인간은 존재하며, 관계하며,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도 있었는데요. 결국은 삶의 의미를 찾는 일은 각자가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재확인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삶에서 굳게 딛고 설 만한 관점을 발견할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삶을 의미있게 만들어 줄 10가지 생각'을 담고 있어요.


​1. 우리가 그 자체를 위해 하는 것이 선이다(아리스토텔리스)

2. 존엄성은 가격으로 따질 수도 없고 대체될 수도 없다(칸트)

3. 인간은 약속하는 동물이다(니체)

4. 자기란 관계 그 자체와 관계하는 관계다(키르케고르)

5. 진리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인간은 진실할 수 있다(아렌트)

6.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은 그의 삶 무언가를 손에 쥐는 일이다(로이스트루프)

7. 사랑은 우리 자신 외에 다른 무언가가 실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가능한 무척 어려운 깨달음이다(머독)

8. 용서는 오직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일이다(데리다)

9. 자유는 특권이 아니라 책임으로 이루어진다(카뮈)

10. 죽는 법을 배운 사람은 노예가되는 법을 잊는다(몽테뉴)


​스벤 브링크만은 이러한 주제에 대해 철학자의 철학을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방식이 아니라, 철학자들이 각각 어떤 의견을 가졌었는지에 대해 비교하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저 하고 싶다는 이유로 마음대로 행동해서는 안됩니다. 끝없는자아 성찰에만 빠져 살아서도 안 되지요. 둘 다 자유롭지 못한 상태니까요. 우리가 자유롭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형태의 왜곡된 자유를 넘어서야 합니다. -213


​그 중에서도 특히 저는 아홉번째 '자유'와 열번째 '죽음'에 대한 생각이 가장 인상깊었어요. 그동안 자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 보았지만, 사실 살다보면 주관적인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되고, 가지게 되는데요.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개념을 익히면서 어떤 자유가 진정한 자유인지 생각하게 되었어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자유를 단지 우리가 가진 욕망을 실현하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자유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서, 고대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은 헛된 욕망을 제거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자유라 하였고, 칸트는 자유가 도덕법칙에 따라 행동하기 위해 욕망을 스스로 통제하는 능력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218


​이에 카뮈는 무한대의 자유란 자유가 아니며, 이는 욕망에서 자유롭지 않은 자유라고 했는데요. 스스로 생각하고 반성하고 욕망을 통제할 수 있어야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이 기억에 남더라고요. 더불어 그가 말한 '빵과 자유 사이의 갈등'이란 말처럼 자유를 도구화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곱씹게 되네요.


소크라테스는 철학이 죽음을 위한 수련이며, 철학의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죽음을 덜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이라 말합니다. -227


​철학을 공부하는 일은 죽기를 배우는 일이다. -몽테뉴



또 '죽음'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말이나 몽테뉴의 말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요. 철학이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가 죽음을 덜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이라 하지만 과연 성공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기도 했고, 그럼에도 철학을 공부하는 것은 죽기를 배우는 일이라는 말에 긍정하게 되기도 하네요. 몽테뉴는 <수상록>에서 '죽기를 배운 사람은 노예가 되는 법을 잊는다'고 했다는데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얼마나 큰 것인가 한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책을 읽으며 책의 모든 것을 머리 속에 담지 못하고 한 가지만 얻더라도 그 독서는 성공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두 가지나 생각을 정리하고 제 관점으로 이야기 할 수 있을 듯 하니 대성공인 독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철학이 필요한 순간>을 읽으며, 이렇게 자유와 죽음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는데요. 누군가에게는 나머지 8가지 생각들이 삶의 관점으로 자리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직지 2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제 직지 1권을 보고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잠들기 전까지 절반 정도를 읽고 오늘 오전 6시도 되기전에 눈을 뜨고 마저 읽었습니다. 처음 이 직지1권의 책장을 넘기면서 예전 학창시절에 읽었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떠올랐어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김진명 작가의 데뷔작으로 기억하는데요. 그 때도 충격적인 이야기로 저를 흔들어 놓더니, 이번에도 역시 내용이 가히 충격적이네요. 사실 다 읽기도 전에 조금 심란하기도 했어요. 


직지 2권은 카레나의 비밀을 밝히면서 시작되요. 기연은 전 교수의 비밀에 한 발짝 다가서고,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들을 바탕으로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어요. 1400년대에 존재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들. 굉장히 전개가 빨랐는데요. 난데없이 세종과 승려 신미가 등장합니다. 때문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영화 '나랏말싸미'가 떠오르더라고요. 영화 '사도'로 익히 알고 있는 조철현 감독의 '나랏말싸미'에도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아닌, 승려 신미가 등장하여 한글 창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요. 그 때문에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여 평점 테러까지 일어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요. 직지가 그 이야기를 담고 있을 줄이야~


​세종대왕이 집현전 학자들과 함께 한글을 창제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당연히 받아들이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의외로 나랏말싸미 영화를 본 일부 사람들이 승려 신미가 한글을 창제했다는 것을 사실이라고 믿는다는 말은 더 충격적이었는데요. 영화는 어디까지나 흥미를 위해 만들어진 픽션일 뿐 진실은 일부이거나 왜곡 될 수도 있는데다, 다큐도 아닌 영화 한 편에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 더욱 놀라웠어요. 심지어 뉴스도 의심하는 세상에서 말이지요. 이것이 천동설과 지동설의 다툼 사이에서 사람들이 느꼈을 감정일까요. 분명히 표지에 장편소설이라 적혀있는 직지를 읽으면서도 누군가 신미가 한글을 창제했다고 믿는 일이 일어날지도 조금 궁금해 지기도 합니다. 


 

직지와 한글과 반도체는 인류의 지식혁명을 이끄는 대한민국 3대 걸작입니다. -265


​여하튼 이 논란을 넘어서고 픽션임을 감안하고 본다면, 김진명 작가의 직지는 역시 기대대로 시간 아깝지 않은 책이었어요. 인쇄술이 인류 역사에 미친 영향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도 있었으며, 이를 지금의 반도체 기술의 혁신성과도 비교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카레나라는 인물을 통해 전달하는 사랑의 메시지는 인상적이었어요.


템푸스 푸지트, 아모르 마네트

Tempus Fugit, Amor Manet

세월은 흘러도 사랑은 남는다. 

-157


예전에 역사를 공부하면서 '직지'가 세계최초지만, 그 기술을 이용하여 만든 책의 내용은 사실 조금 실망이라는 역사 선생님의 말씀이 지금도 또렷이 기억나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지식혁명에 있어서 직지를 씨앗에,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를 열매라고 표현하는 부분이 머리에 쏙 박히네요. 그리고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의도가 다시 한번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지배층이 아닌 피지배층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문자를 만들어낸 세종대왕. 그의 마음속에는 자신보다 약한 사람과도 동행하고자 하는 아주 큰 사랑이 있었다는 사실만은 불변의 진리니까요.


직지와 한글에 담긴 인류의 위대한 지성, '나보다 약한 사람과의 동행'이라는 정신을 보아야 합니다.  -26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직지 1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진명 작가의 장편소설이 나왔다기에 어떤 작품인지 잴 겨를 없이 얼른 받아본 책 <직지>입니다. 사실 <직지>라는 제목에서 '직지심체요절'이 바로 떠올랐는데요. 그 '직지심체요절'에 대한 이야기가 맞았습니다. ^^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지식혁명의 열매라면,

직지는 그 씨앗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내심 소설에서 다루어진 내용이 진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혹시 이거 진실은 어떤가 싶어 인터넷을 뒤져보았다가 놀랐답니다. 벌써 2016년에 다큐까지 만들어져서 다루어진 내용이더라고요. 그래도 일단 소설의 내용이 너무 궁금하니 다큐는 책을 다 읽고 보려고 마음을 눌렀답니다. 그만큼 너무 흥미롭고 빠르게 이야기가 전개되었어요.


​이야기는 살인사건 현장에서 시작합니다. 사회부기자 기연은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잔혹과 엽기의 끝판왕인 사건 현장을 맞닿뜨립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어느 가정집에서 귀는 잘려나갔고, 목에는 피를 빨린 듯한 4개의 송곳니 구멍과 함께 창에 찔려 죽은 전직 라틴어 교수. 돈, 치정, 원한의 3가지 원인으로는 해명되지 않는 죽음 앞에서 기연은 그의 행적을 쫓다가 '직지'연구와 연관된다는 것을 알아냅니다.


​직지와 한글, 그텐베르크로 이어지는 

중세의 미스터리를 밝혀낸 김진명 신작


​세계 최초라 불리는 직지. 하지만 구텐베르크의 인쇄술과 달리 위대한 지식혁명의 주인공으로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요. 만약 대한민국의 직지가 사실은 그 먼 옛날 선교사들에 의해 서양으로 건너가 구텐베르크 인쇄술의 원조가 된 것이라면? 그야말로 세계가 뒤집힐 일이 아닐까 싶었는데요. 그래서 읽는 내내 가슴 속에 우리 것에 대한 뜨거운 감정이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직 어디서도 서양에서 구텐베르크보다 직지를 인정해준다는 말은 못들었지만, 그래도 책을 읽으며 눈꼽만큼의 기대와 함께 두근거리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쇄술 문제 만큼이나 전 교수 죽음에 대한 의문도 쉽게 풀리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는데요.


구텐베르크는 유령 같은 존재입니다. 이 세상 어떤 책에도 구텐베르크의 이름이 찍혀 있지 않아요. -199


그러다 느닷없이 이 문장을 만나는 순간, 가슴이 쿵~~~ 혹시 우리나라 승려 두 명 중 달아났다는 그 승려는 아닐까? 하는 기대를 하게 만들더군요. 그러고 보니 예전에 구텐베르크의 동양적 옷에 대한 글을 읽었던 것이 기억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아무리 봐도 얼굴 생김새는 서양인 이었던 듯 합니다.


​직지 심체요절에 나타난 활자의 자국과 구텐베르크 성경에 나타난 활자의 자국이 똑같다는 것입니다. -205


​또 다시 차근차근 목판인쇄부터 흙활자, 목활자, 금속활자 순으로 단계별로 발전해간 우리의 금속인쇄술과 달리 ,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서양의 금속활자인쇄술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순간 또 혹하고 의심을 해 봅니다.


​정말 읽는 사람 마음을 수시로 올렸다가 떨어뜨려 놓아 꼭 롤러코스트 타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렇게 1권을 읽으며 전교수 죽음에 대한 의문점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다 보니 꽤 많은 것이 밝혀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사건은 미궁입니다. 그리고 궁금한 점도 더 생겼고요. 이렇게 오랫동안 직지에 대해, 구텐베르크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얼른 2권도 읽고 다큐도 찾아보아야겠다는 생각밖에 다른 생각은 들지 않네요.


"저는 공주가 갇혔던 방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비천한 신분의 애인이 생을 마쳐야 했던 고문실도요." -69


​한편으로는 책의 시작부분에서 기연이 반복해서 말한 이 문장. 혹시 사건에 대해 뭔가를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진실은 2권을 얼른 읽으면 알게 되겠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은 이미 충분합니다
안셀름 그륀 지음, 김현정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도 혹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병'에

걸린 것 아닌가요?

제목부터 뭔가 우리에게 위로를 주는 듯한 책 <당신은 이미 충분합니다>입니다. 사실 지은이 안젤름 그륀 신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나보는데요. 개인적으로 기독교인도 아니고 불교인도 아닌 무신론자이지만, 신이 있다면 인간사, 세상사가 참 평안하겠지라는 생각을 평소 하고 살기에 종교적 색채가 강한 책이라 해도 사실 거부감은 없는 편입니다. 물론 종교가 역사적으로 수많은 폭력과 전쟁을 야기하기도 사실이지만 진리만을 놓고 보면 좋은 말도 많고, 마음이 편해지는 말도 많으니까요. 그래서 한번씩 성경도, 불경도 관심을 가지고 보는 편이기도 합니다.


​평소 마음의 상태에 따라 종교적 색채가 지나치다 싶은 책은 피하는 편이지만, 이 책은 책 소개만으로 봐서는 읽어보고 싶었어요.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병'. 누구나 한번쯤 이 병에 걸려본 적이 있고, 혹은 지금 현재 그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안젤름 그륀 신부는 어떤 도움의 메시지를 전할까 궁금했습니다.


내일이 두려워서

오늘의 불행을 선택한 당신,

어제를 후회하느라

오늘의 즐거움을 놓아버린 당신에게.


안젤름 그륀 신부는 세계적인 영성 작가로, '사제를 치유하는 사제', '유럽인들의 정신적 아버지'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그의 저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1,500만 부 이상 판매될 정도라고 하고 대중강연도 인기 있다고 하는데요.


그런 안젤름 그륀 신부도 젊은 시절에는 불만투성이 젊은이였나 봅니다. 27세에 수도원에 처음 들어갈 당시 수도원 환경도, 동료들도, 자신의 신앙심마저도 모든 것이 불만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이 모든 것을 부족함으로 보았고, 단점이라 여겨 극복하려고 노력하지만 2년 만에 불가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후 '만족에 이르는 지혜'를 수도생활의 주제로 삼고 철학과 분석심리학을 접목해 연구했다는데요. 그 과정에서 얻는 지혜를 바탕으로 사제들은 물론 많은 기업들에서 기업 갈등을 풀어주는 인기 상담가가 되었다고 해요.


​신부님의 이런 과정을 살펴보면,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살짝 짐작이 되는데요. 자신의 약점을 이겨내려 하지말고, 거부하지도 마라. 그렇다고 체념하듯 받아들이고, 나를 바꿀 수 없다고도 생각하지 마라. 단지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그대로 내버려두어라. 그리고 그 약점들의 주인이 되어라 정도로 해석이 되었는데요.


​실제로 1장에서는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요. 약점을 극복하려 한다면 자신의 내면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이고, 동맹을 맺는다면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이죠. 한마디로 자신의 단점과 싸우지 말고 협정을 맺으라는 거지요.


​사실 우리는 10대나 20대에는 뭐든 극복해야 할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나이를 먹어 갈수록 모든 것을 받아들이게 되는 경향이 있지요. 저는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과정이 나이를 먹는 과정 중 하나라 생각할꺼에요. 그런데 이런 우리의 생각을 유명한 신부님이 인정해 주시네요. 하지만 과연 실천적으로 우리는 우리의 약점과 평화협정을 제대로 맺었나 생각해 봐야할 듯 해요. 역시 실천이 어려운 것 같은데요. 실천 또한 한 번, 두 번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습관처럼 굳어지는 날이 오겠지요.


​만족하는 사람은

허풍을 떨 필요가 없습니다.


이 책에서는 충만함과 관련하여 여러가지를 이야기해요. 불만, 만족, 비교, 소박함, 불안 등 결국은 행복과 관련한 단어들인데요. 그 중 불만의 원인이 '우리안에 살고 있는 도무지 만족하지 못하는 어린아이 1명'과 '남과의 비교'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많은 학자들이 불만의 원인으로 '우리안에 살고 있는 도무지 만족하지 못하는 어린아이'라고 표현한 것이 참 기막히게 정확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어린아이는 샤프심이 부러지는 작은 것에서부터 사고가 나서 몸이 불편해지는 큰 것까지 두루두루 가리지 않고 불평불만을 토로하니 잘 다독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많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만들어놓은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실망하고 불만스러워합니다. -27


저는 부모님이 부자가 아닌 것, 용돈이 적은 것, 성적이 더 높지 않은 것,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등에 불만을 가질 때만 해도 인생이 불공평하다고 여겼지만, 막상 몸이 불편해지니 작은 것에도 만족하게 되었는데요. 이건 나이가 들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눈 앞의 큰 것에 작은 것은 신경쓸 여력조차 없기 때문일까요.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부디 먼저 마음을 열고 안심하고 사세요.

당신은 이미 충분합니다.

-85


하지만 이런 만족에도 부정적인 면은 있었는데요. 이를 마르쿠제는 '노예로 만드는 만족'이라고 말합니다. 정말 섬뜩한 말이었는데요. 고마움과 평온함을 느끼는 만족이 아닌 우리를 노예로 만든 만족. 이러한 상태에서는 자신의 만족을 누구도 방해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네요. 그래서 자신의 만족을 위태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공격하게 된다고 해요. 이런 만족의 상태는 지양해야 겠지요.


​일단은 그 상대방이 불만을 느끼는 상태로 그냥 내버려둡니다. 그렇다고 제가 그를 포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그가 자신의 불만을 정면으로 마주보길 바랍니다. 세상 탓을 하거나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대신 스스로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인식하기를 바랍니다. -147


​또한 스스로 아무리 만족의 상태에 들었다고 해도, 타인과 대화를 하다보면 불만 바이러스에 감염될 때가 있어요. 이럴 때가 저는 가장 당혹스럽고 그래서 타인과의 대화를 꺼리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데요. 안젤름 그륀 신부님도 강연을 다니다 보면 이런 경우를 만난다고 해요. 이럴 때 신부님은 어떻게 대응할까요?


​저는 아직은 불편함을 해소할 방법을 찾지 못해 회피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신부님은 좀 더 강한 만족의 에너지를 발산해야 겠다는 도전의식이 생긴다고 하시더라고요. 이 이야기를 들으니 항상 긍정의 에너지를 내뿜는 제 주변의 몇몇 사람들이 떠올랐는데요. 그런 사람들처럼 저도 주변에 긍정의 에너지를 내뿜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사실 저는 그런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데요. 언젠가는 저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

모두가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져야 한단다.


이렇게 이 책은 만족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가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어요. 이해를 돕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도록 철학자들의 이야기와 성경의 구절을 인용하기도 하고, 신부님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밝히고 있기도 한데요. 저는 철학자들의 이야기도 인상깊었지만 특히 신부님의 개인적 사례를 듣게 될 때 더 무게감있게 와 닿았던 것 같아요.


그대를 헐뜯고 그대를 때리는 사람이 그대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그대를 괴롭혔다는 생각이 그대를 괴롭히는 것이다. -170


​우리는 흔히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생각이라고 하는데요. 그말이 딱 와닿는 책이었어요. 우리는 인생에서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만나요. 또는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너무 힘들고 불행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도 하고 혹은 성취했다고 생각한 순간 또 다른 극복할 꺼리가 끝없이 생기는 경험 다들 해 보셨을 텐데요. 물론 누군가는 그 과정을 통해 세상이 발전하는 것이라 말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는 패배자의 표식이 이마에 새겨지는 것 만큼이나 괴로움을 만드는 일이기도 해요.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신부님의 말씀처럼 그 마음에 만족과 평화가 함께한다면, 우리는 일의 성패를 떠나 언제나 마음의 평화를 가진 평온한 상태 즉, 만족한 상태로 내일이 아닌 오늘을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