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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2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평점 :

어제 직지 1권을 보고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잠들기 전까지 절반 정도를 읽고 오늘 오전 6시도 되기전에 눈을 뜨고 마저 읽었습니다. 처음 이 직지1권의 책장을 넘기면서 예전 학창시절에 읽었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떠올랐어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김진명 작가의 데뷔작으로 기억하는데요. 그 때도 충격적인 이야기로 저를 흔들어 놓더니, 이번에도 역시 내용이 가히 충격적이네요. 사실 다 읽기도 전에 조금 심란하기도 했어요.
직지 2권은 카레나의 비밀을 밝히면서 시작되요. 기연은 전 교수의 비밀에 한 발짝 다가서고,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들을 바탕으로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어요. 1400년대에 존재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들. 굉장히 전개가 빨랐는데요. 난데없이 세종과 승려 신미가 등장합니다. 때문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영화 '나랏말싸미'가 떠오르더라고요. 영화 '사도'로 익히 알고 있는 조철현 감독의 '나랏말싸미'에도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아닌, 승려 신미가 등장하여 한글 창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요. 그 때문에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여 평점 테러까지 일어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요. 직지가 그 이야기를 담고 있을 줄이야~
세종대왕이 집현전 학자들과 함께 한글을 창제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당연히 받아들이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의외로 나랏말싸미 영화를 본 일부 사람들이 승려 신미가 한글을 창제했다는 것을 사실이라고 믿는다는 말은 더 충격적이었는데요. 영화는 어디까지나 흥미를 위해 만들어진 픽션일 뿐 진실은 일부이거나 왜곡 될 수도 있는데다, 다큐도 아닌 영화 한 편에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 더욱 놀라웠어요. 심지어 뉴스도 의심하는 세상에서 말이지요. 이것이 천동설과 지동설의 다툼 사이에서 사람들이 느꼈을 감정일까요. 분명히 표지에 장편소설이라 적혀있는 직지를 읽으면서도 누군가 신미가 한글을 창제했다고 믿는 일이 일어날지도 조금 궁금해 지기도 합니다.
직지와 한글과 반도체는 인류의 지식혁명을 이끄는 대한민국 3대 걸작입니다. -265
여하튼 이 논란을 넘어서고 픽션임을 감안하고 본다면, 김진명 작가의 직지는 역시 기대대로 시간 아깝지 않은 책이었어요. 인쇄술이 인류 역사에 미친 영향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도 있었으며, 이를 지금의 반도체 기술의 혁신성과도 비교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카레나라는 인물을 통해 전달하는 사랑의 메시지는 인상적이었어요.
템푸스 푸지트, 아모르 마네트
Tempus Fugit, Amor Manet
세월은 흘러도 사랑은 남는다.
-157
예전에 역사를 공부하면서 '직지'가 세계최초지만, 그 기술을 이용하여 만든 책의 내용은 사실 조금 실망이라는 역사 선생님의 말씀이 지금도 또렷이 기억나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지식혁명에 있어서 직지를 씨앗에,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를 열매라고 표현하는 부분이 머리에 쏙 박히네요. 그리고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의도가 다시 한번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지배층이 아닌 피지배층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문자를 만들어낸 세종대왕. 그의 마음속에는 자신보다 약한 사람과도 동행하고자 하는 아주 큰 사랑이 있었다는 사실만은 불변의 진리니까요.
직지와 한글에 담긴 인류의 위대한 지성, '나보다 약한 사람과의 동행'이라는 정신을 보아야 합니다. -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