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필요한 순간 - 삶의 의미를 되찾는 10가지 생각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살아오면서 '삶의 의미'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지 않은 분들 없겠지요. 매일 하고 사는 생각은 아니지만, 일상 속에서 갑자기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저는 10대와 20대 초반까지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고, 가장 최근에는 아이를 출산하고 3~4달 동안, 그리고 중년에 들어서기 2,3년 전 쯤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이 들 때, 혹시 이웃님들은 이런 주제로 깊이있게 대화할 사람이 주변에 있나요? 안타깝게도 저는 그런 상대가 주변에 없어요. 밖으로 나가는 것을 즐기지 않아서인지, 참여하는 모임이 없어서 인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저는 이럴 때 책을 찾습니다. 


​오늘은 사실 집에 도착한지는 꽤 되었지만 바쁜 일상을 보내다보니 손이 가지 않던 책 '철학이 필요한 순간'을 펼쳐보았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철학 관련 책은 혼자 있을 때 조용히 보기에 딱 좋은 책인 것 같아요. 뭔가 부산스러우면 생각을 깊이있게 하기가 힘든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커피 2잔 타 놓고 오전 내내 읽어보았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스벤 브링크만'입니다. 사실 아주 유명한 소설가가 아니라면 외국작가는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라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는데요. 스벤 브링크만은 덴마크에서 철학과 심리학을 전공하였고, 현재 알보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해요.


​덴마크 서점에서 106주 동안 연속 베스트셀러를 차지한 <스탠드펌>의 저자로, 2015년에는 로젱크예르상을 수상하기도 했답니다. <Stand Firm>은 끝임없이 자기계발을 요구하는 현대 사회문화를 비판하고 있다는데요. 국민행복지수가 높은 덴마크에서 이 같은 최고의 인문 베스트셀러를 쓴 작가라고 하니 더욱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그는 어떤 '삶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할까요.


​우리가 각자 동떨어진 개별적인 존재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의무로 깊게 연결되어 있으며, 자기 자신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와의 끊임없는 만남 속에서 양육되고 교육된다 -38


​이런 제 궁금증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스벤 브링크만은 시작하는 글에서 어떻게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우리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말을 하는데요. 우리가 각자 독립된 개별 개체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의무로 깊게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존재와의 끊임 없는 만남 속에서 양육되고 교육된다고 하는데요. 


​어떤 사회와 문화권에 소속되어있는지, 어떤 무리에 소속되어 있는지에 따라 겪게 되는 성장과정 혹은 교육과정의 차이가 떠올랐으며, 그리고 그에 따라 형성하게 되는 가치관 및 사회성 등이 얼마나 다른지 상상하게 되더군요. 또한 이 책을 읽는 내내 '사회속에서' 인간은 존재하며, 관계하며,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도 있었는데요. 결국은 삶의 의미를 찾는 일은 각자가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재확인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삶에서 굳게 딛고 설 만한 관점을 발견할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삶을 의미있게 만들어 줄 10가지 생각'을 담고 있어요.


​1. 우리가 그 자체를 위해 하는 것이 선이다(아리스토텔리스)

2. 존엄성은 가격으로 따질 수도 없고 대체될 수도 없다(칸트)

3. 인간은 약속하는 동물이다(니체)

4. 자기란 관계 그 자체와 관계하는 관계다(키르케고르)

5. 진리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인간은 진실할 수 있다(아렌트)

6.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은 그의 삶 무언가를 손에 쥐는 일이다(로이스트루프)

7. 사랑은 우리 자신 외에 다른 무언가가 실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가능한 무척 어려운 깨달음이다(머독)

8. 용서는 오직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일이다(데리다)

9. 자유는 특권이 아니라 책임으로 이루어진다(카뮈)

10. 죽는 법을 배운 사람은 노예가되는 법을 잊는다(몽테뉴)


​스벤 브링크만은 이러한 주제에 대해 철학자의 철학을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방식이 아니라, 철학자들이 각각 어떤 의견을 가졌었는지에 대해 비교하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저 하고 싶다는 이유로 마음대로 행동해서는 안됩니다. 끝없는자아 성찰에만 빠져 살아서도 안 되지요. 둘 다 자유롭지 못한 상태니까요. 우리가 자유롭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형태의 왜곡된 자유를 넘어서야 합니다. -213


​그 중에서도 특히 저는 아홉번째 '자유'와 열번째 '죽음'에 대한 생각이 가장 인상깊었어요. 그동안 자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 보았지만, 사실 살다보면 주관적인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되고, 가지게 되는데요.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개념을 익히면서 어떤 자유가 진정한 자유인지 생각하게 되었어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자유를 단지 우리가 가진 욕망을 실현하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자유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서, 고대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은 헛된 욕망을 제거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자유라 하였고, 칸트는 자유가 도덕법칙에 따라 행동하기 위해 욕망을 스스로 통제하는 능력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218


​이에 카뮈는 무한대의 자유란 자유가 아니며, 이는 욕망에서 자유롭지 않은 자유라고 했는데요. 스스로 생각하고 반성하고 욕망을 통제할 수 있어야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이 기억에 남더라고요. 더불어 그가 말한 '빵과 자유 사이의 갈등'이란 말처럼 자유를 도구화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곱씹게 되네요.


소크라테스는 철학이 죽음을 위한 수련이며, 철학의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죽음을 덜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이라 말합니다. -227


​철학을 공부하는 일은 죽기를 배우는 일이다. -몽테뉴



또 '죽음'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말이나 몽테뉴의 말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요. 철학이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가 죽음을 덜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이라 하지만 과연 성공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기도 했고, 그럼에도 철학을 공부하는 것은 죽기를 배우는 일이라는 말에 긍정하게 되기도 하네요. 몽테뉴는 <수상록>에서 '죽기를 배운 사람은 노예가 되는 법을 잊는다'고 했다는데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얼마나 큰 것인가 한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책을 읽으며 책의 모든 것을 머리 속에 담지 못하고 한 가지만 얻더라도 그 독서는 성공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두 가지나 생각을 정리하고 제 관점으로 이야기 할 수 있을 듯 하니 대성공인 독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철학이 필요한 순간>을 읽으며, 이렇게 자유와 죽음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는데요. 누군가에게는 나머지 8가지 생각들이 삶의 관점으로 자리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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