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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미 충분합니다
안셀름 그륀 지음, 김현정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7월
평점 :

당신도 혹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병'에
걸린 것 아닌가요?
제목부터 뭔가 우리에게 위로를 주는 듯한 책 <당신은 이미 충분합니다>입니다. 사실 지은이 안젤름 그륀 신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나보는데요. 개인적으로 기독교인도 아니고 불교인도 아닌 무신론자이지만, 신이 있다면 인간사, 세상사가 참 평안하겠지라는 생각을 평소 하고 살기에 종교적 색채가 강한 책이라 해도 사실 거부감은 없는 편입니다. 물론 종교가 역사적으로 수많은 폭력과 전쟁을 야기하기도 사실이지만 진리만을 놓고 보면 좋은 말도 많고, 마음이 편해지는 말도 많으니까요. 그래서 한번씩 성경도, 불경도 관심을 가지고 보는 편이기도 합니다.
평소 마음의 상태에 따라 종교적 색채가 지나치다 싶은 책은 피하는 편이지만, 이 책은 책 소개만으로 봐서는 읽어보고 싶었어요.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병'. 누구나 한번쯤 이 병에 걸려본 적이 있고, 혹은 지금 현재 그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안젤름 그륀 신부는 어떤 도움의 메시지를 전할까 궁금했습니다.
내일이 두려워서
오늘의 불행을 선택한 당신,
어제를 후회하느라
오늘의 즐거움을 놓아버린 당신에게.
안젤름 그륀 신부는 세계적인 영성 작가로, '사제를 치유하는 사제', '유럽인들의 정신적 아버지'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그의 저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1,500만 부 이상 판매될 정도라고 하고 대중강연도 인기 있다고 하는데요.
그런 안젤름 그륀 신부도 젊은 시절에는 불만투성이 젊은이였나 봅니다. 27세에 수도원에 처음 들어갈 당시 수도원 환경도, 동료들도, 자신의 신앙심마저도 모든 것이 불만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이 모든 것을 부족함으로 보았고, 단점이라 여겨 극복하려고 노력하지만 2년 만에 불가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후 '만족에 이르는 지혜'를 수도생활의 주제로 삼고 철학과 분석심리학을 접목해 연구했다는데요. 그 과정에서 얻는 지혜를 바탕으로 사제들은 물론 많은 기업들에서 기업 갈등을 풀어주는 인기 상담가가 되었다고 해요.
신부님의 이런 과정을 살펴보면,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살짝 짐작이 되는데요. 자신의 약점을 이겨내려 하지말고, 거부하지도 마라. 그렇다고 체념하듯 받아들이고, 나를 바꿀 수 없다고도 생각하지 마라. 단지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그대로 내버려두어라. 그리고 그 약점들의 주인이 되어라 정도로 해석이 되었는데요.
실제로 1장에서는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요. 약점을 극복하려 한다면 자신의 내면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이고, 동맹을 맺는다면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이죠. 한마디로 자신의 단점과 싸우지 말고 협정을 맺으라는 거지요.
사실 우리는 10대나 20대에는 뭐든 극복해야 할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나이를 먹어 갈수록 모든 것을 받아들이게 되는 경향이 있지요. 저는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과정이 나이를 먹는 과정 중 하나라 생각할꺼에요. 그런데 이런 우리의 생각을 유명한 신부님이 인정해 주시네요. 하지만 과연 실천적으로 우리는 우리의 약점과 평화협정을 제대로 맺었나 생각해 봐야할 듯 해요. 역시 실천이 어려운 것 같은데요. 실천 또한 한 번, 두 번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습관처럼 굳어지는 날이 오겠지요.
만족하는 사람은
허풍을 떨 필요가 없습니다.
이 책에서는 충만함과 관련하여 여러가지를 이야기해요. 불만, 만족, 비교, 소박함, 불안 등 결국은 행복과 관련한 단어들인데요. 그 중 불만의 원인이 '우리안에 살고 있는 도무지 만족하지 못하는 어린아이 1명'과 '남과의 비교'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많은 학자들이 불만의 원인으로 '우리안에 살고 있는 도무지 만족하지 못하는 어린아이'라고 표현한 것이 참 기막히게 정확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어린아이는 샤프심이 부러지는 작은 것에서부터 사고가 나서 몸이 불편해지는 큰 것까지 두루두루 가리지 않고 불평불만을 토로하니 잘 다독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많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만들어놓은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실망하고 불만스러워합니다. -27
저는 부모님이 부자가 아닌 것, 용돈이 적은 것, 성적이 더 높지 않은 것,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등에 불만을 가질 때만 해도 인생이 불공평하다고 여겼지만, 막상 몸이 불편해지니 작은 것에도 만족하게 되었는데요. 이건 나이가 들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눈 앞의 큰 것에 작은 것은 신경쓸 여력조차 없기 때문일까요.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부디 먼저 마음을 열고 안심하고 사세요.
당신은 이미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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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만족에도 부정적인 면은 있었는데요. 이를 마르쿠제는 '노예로 만드는 만족'이라고 말합니다. 정말 섬뜩한 말이었는데요. 고마움과 평온함을 느끼는 만족이 아닌 우리를 노예로 만든 만족. 이러한 상태에서는 자신의 만족을 누구도 방해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네요. 그래서 자신의 만족을 위태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공격하게 된다고 해요. 이런 만족의 상태는 지양해야 겠지요.
일단은 그 상대방이 불만을 느끼는 상태로 그냥 내버려둡니다. 그렇다고 제가 그를 포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그가 자신의 불만을 정면으로 마주보길 바랍니다. 세상 탓을 하거나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대신 스스로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인식하기를 바랍니다. -147
또한 스스로 아무리 만족의 상태에 들었다고 해도, 타인과 대화를 하다보면 불만 바이러스에 감염될 때가 있어요. 이럴 때가 저는 가장 당혹스럽고 그래서 타인과의 대화를 꺼리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데요. 안젤름 그륀 신부님도 강연을 다니다 보면 이런 경우를 만난다고 해요. 이럴 때 신부님은 어떻게 대응할까요?
저는 아직은 불편함을 해소할 방법을 찾지 못해 회피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신부님은 좀 더 강한 만족의 에너지를 발산해야 겠다는 도전의식이 생긴다고 하시더라고요. 이 이야기를 들으니 항상 긍정의 에너지를 내뿜는 제 주변의 몇몇 사람들이 떠올랐는데요. 그런 사람들처럼 저도 주변에 긍정의 에너지를 내뿜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사실 저는 그런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데요. 언젠가는 저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모두가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져야 한단다.
이렇게 이 책은 만족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가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어요. 이해를 돕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도록 철학자들의 이야기와 성경의 구절을 인용하기도 하고, 신부님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밝히고 있기도 한데요. 저는 철학자들의 이야기도 인상깊었지만 특히 신부님의 개인적 사례를 듣게 될 때 더 무게감있게 와 닿았던 것 같아요.
그대를 헐뜯고 그대를 때리는 사람이 그대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그대를 괴롭혔다는 생각이 그대를 괴롭히는 것이다. -170
우리는 흔히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생각이라고 하는데요. 그말이 딱 와닿는 책이었어요. 우리는 인생에서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만나요. 또는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너무 힘들고 불행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도 하고 혹은 성취했다고 생각한 순간 또 다른 극복할 꺼리가 끝없이 생기는 경험 다들 해 보셨을 텐데요. 물론 누군가는 그 과정을 통해 세상이 발전하는 것이라 말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는 패배자의 표식이 이마에 새겨지는 것 만큼이나 괴로움을 만드는 일이기도 해요.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신부님의 말씀처럼 그 마음에 만족과 평화가 함께한다면, 우리는 일의 성패를 떠나 언제나 마음의 평화를 가진 평온한 상태 즉, 만족한 상태로 내일이 아닌 오늘을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