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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1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평점 :

김진명 작가의 장편소설이 나왔다기에 어떤 작품인지 잴 겨를 없이 얼른 받아본 책 <직지>입니다. 사실 <직지>라는 제목에서 '직지심체요절'이 바로 떠올랐는데요. 그 '직지심체요절'에 대한 이야기가 맞았습니다. ^^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지식혁명의 열매라면,
직지는 그 씨앗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내심 소설에서 다루어진 내용이 진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혹시 이거 진실은 어떤가 싶어 인터넷을 뒤져보았다가 놀랐답니다. 벌써 2016년에 다큐까지 만들어져서 다루어진 내용이더라고요. 그래도 일단 소설의 내용이 너무 궁금하니 다큐는 책을 다 읽고 보려고 마음을 눌렀답니다. 그만큼 너무 흥미롭고 빠르게 이야기가 전개되었어요.
이야기는 살인사건 현장에서 시작합니다. 사회부기자 기연은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잔혹과 엽기의 끝판왕인 사건 현장을 맞닿뜨립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어느 가정집에서 귀는 잘려나갔고, 목에는 피를 빨린 듯한 4개의 송곳니 구멍과 함께 창에 찔려 죽은 전직 라틴어 교수. 돈, 치정, 원한의 3가지 원인으로는 해명되지 않는 죽음 앞에서 기연은 그의 행적을 쫓다가 '직지'연구와 연관된다는 것을 알아냅니다.
직지와 한글, 그텐베르크로 이어지는
중세의 미스터리를 밝혀낸 김진명 신작
세계 최초라 불리는 직지. 하지만 구텐베르크의 인쇄술과 달리 위대한 지식혁명의 주인공으로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요. 만약 대한민국의 직지가 사실은 그 먼 옛날 선교사들에 의해 서양으로 건너가 구텐베르크 인쇄술의 원조가 된 것이라면? 그야말로 세계가 뒤집힐 일이 아닐까 싶었는데요. 그래서 읽는 내내 가슴 속에 우리 것에 대한 뜨거운 감정이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직 어디서도 서양에서 구텐베르크보다 직지를 인정해준다는 말은 못들었지만, 그래도 책을 읽으며 눈꼽만큼의 기대와 함께 두근거리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쇄술 문제 만큼이나 전 교수 죽음에 대한 의문도 쉽게 풀리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는데요.
구텐베르크는 유령 같은 존재입니다. 이 세상 어떤 책에도 구텐베르크의 이름이 찍혀 있지 않아요. -199
그러다 느닷없이 이 문장을 만나는 순간, 가슴이 쿵~~~ 혹시 우리나라 승려 두 명 중 달아났다는 그 승려는 아닐까? 하는 기대를 하게 만들더군요. 그러고 보니 예전에 구텐베르크의 동양적 옷에 대한 글을 읽었던 것이 기억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아무리 봐도 얼굴 생김새는 서양인 이었던 듯 합니다.
직지 심체요절에 나타난 활자의 자국과 구텐베르크 성경에 나타난 활자의 자국이 똑같다는 것입니다. -205
또 다시 차근차근 목판인쇄부터 흙활자, 목활자, 금속활자 순으로 단계별로 발전해간 우리의 금속인쇄술과 달리 ,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서양의 금속활자인쇄술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순간 또 혹하고 의심을 해 봅니다.
정말 읽는 사람 마음을 수시로 올렸다가 떨어뜨려 놓아 꼭 롤러코스트 타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렇게 1권을 읽으며 전교수 죽음에 대한 의문점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다 보니 꽤 많은 것이 밝혀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사건은 미궁입니다. 그리고 궁금한 점도 더 생겼고요. 이렇게 오랫동안 직지에 대해, 구텐베르크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얼른 2권도 읽고 다큐도 찾아보아야겠다는 생각밖에 다른 생각은 들지 않네요.
"저는 공주가 갇혔던 방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비천한 신분의 애인이 생을 마쳐야 했던 고문실도요." -69
한편으로는 책의 시작부분에서 기연이 반복해서 말한 이 문장. 혹시 사건에 대해 뭔가를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진실은 2권을 얼른 읽으면 알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