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우며 살기로 했다 - 인생을 헛된 것들에 낭비하지 않고 살아가기
비움 지음 / 프로방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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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헛된 것들에 낭비하지 않고 살아가기


결혼한지 십여년이 넘어가던 어느날 몸이 아프기 시작했어요. 자연스레 일을 줄이고 집에서 쉬는 시간을 늘였지요. 하지만 웬걸~ 하루 종일 청소만 해도 시간이 부족했어요. 이유는 결혼 후 버리지 못하고 줄곧 늘어나기만 한 살림살이! 그래서 목표를 정했어요. 신혼초의 그 단촐했던 살림살이로 돌아가기! 일은 척척 진행되었지만 곧 정체기가 왔죠. 문제는 아직도 청소시간이 만족할 만큼 줄어들지 않았고, 집에 있으면 일꺼리가 눈에 보여 마음편히 쉬지 못한다는 거에요.


그런데 이런 생활 스타일에도 이름이 있더군요. 바로 미니멀 라이프! 제가 신혼초 누렸던 그 생활, 친정 어머니가 버리기의 달인이어서 즐길 수 있었던 그 생활을 세상 사람들은 '미니멀 라이프'라고 부르고 있더군요. 그래서 이런 제 마음을 좀더 확고히 해야 겠다는 생각에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책 <나는 비우며 살기로 했다>를 읽어보았어요.


집은 일하는 장소가 아니라 쉬는 곳이 되어야 한다. 

주부가 집안일로 힘들고 피곤하면 가족 전체가 편하지 않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물건을 구입하여 망가질 때까지 사용하는게 당연했어요. 하지만 세상은 변했고 물건의 유효기간이 훨씬 짧아졌어요. 그런데도우리는 자꾸 물건을 사들이고 더 넓은 집을 원해요. 어쩌면 넓은 집은 우리를 위한 장소가 아니라 많은 물건을 두기 위한 장소일지도 몰라요. 이 것을 깨달으면 사람들은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기 시작해요. 그런데 생각보다 지속하기가 쉽지 않아요. 열심히 버리고 정리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물건이 늘어나기 시작하거든요.


편리한 물건도 개수가 많아지면 삶에 불편을 초래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런 미니멀 라이프의 어려움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어떤 물건을 왜 버려야 하는지, 물건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비워야 하는지를 알려주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부분인 미니멀리스트로서의 마음가짐을 알려주더군요. <나는 비우며 살기로 했다>는 단순히 미니멀 라이프를 위해 물건을 버리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었어요. 포기하지 않고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할 수 있는 큰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었어요.


사실 삶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아서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기로 마음먹어도 지속적으로 실천하기는 정말 어려운데요. 이 책은 삶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과 자세를 바꾸어 미니멀 라이프를 지속가능하도록 도와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미니멀 라이프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여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삶의 방식이니까요.


자존감이 높은 이들은 겉으로 보여 지는 것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남이 가진 것에 주눅 들지 않고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사람의 눈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살므로 진정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하며 자신감 있게 산다.


혹시 미니멀 라이프를 위해 노력하다가 가족들이 협조해 주지 않아서 힘들지는 않으신가요? 혼자만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회의가 들진 않나요? 저도 그래서 지속하기가 참 힘들었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힘을 많이 얻을 수 있었어요. 제 맘을 알고 제 한탄을 들어주는 느낌이었거든요. 지속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었거든요. 미니멀 라이프가 무엇인지 궁금한 분들은 물론 미니멀 라이프를 지속할 수 있는 정신적인 힘을 얻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의 대답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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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전 - 세상 모든 단어에는 사람이 산다
정철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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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카피라이터 정철의 <학교 밖 선생님 365>를 우연히 읽게 되었어요. 그전에도 노무현 카피라이터 정철이라는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정작 책은 처음이었는데요. 카피라이터의 글이라 그런지 깔끔했고, 사람에 관심이 많은 글이라서 그런지 마음에 와닿는 글이 참 많더군요. 보통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물신 느껴지는 글이었어요. 그래서 이번에 새로 나왔다는 <사람사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어요.


​세상 모든 단어에는 사람이 산다.


​이 책에 실린 모든 단어는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단어 하나하나 그 모양과 의미를 짚어보기도 하고, 사용법을 살펴보기도 하면서 우리네 인생사에 빗대어 이야기를 풀어내요. 그래서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돼요. 우리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돼요.


​아이가 늦으면 괜히 조바심이 나는 '걸음마'. 그래서 걸음마를 시작하면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는 손뼉을 치고 기뻐하고 아이는 더욱 신나게 걷기 시작하죠. 하지만 사실은 평생 걷는 것을 이제 막 시작한 거래요. 곧 잠시 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거래요. 그래서 살짝 슬퍼졌는데요. 우리 쉬는 것을 실패한 거라고 여기지 않도록 해요. 그냥 쉬는 그 자체로 소중하게 받아들이면 어떨까요.


​학교에 갈 땐 책 한 권만 넣어도 무거웠던 '가방'. 여행 갈 땐 온갖 짐을 다 쑤셔 넣어도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데요. 사실 예전에는 하기 싫어도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배웠고 그렇게 했는데요. 요즘 들어 다시 생각해보니 마음 가는 일만 하고 산다면 스트레스 없이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는 적지 않은 돈을 써가며 '가구'를 사서 서른 평 집을 단숨에 열 평으로 줄여놓고 흐뭇해한데요. 하지만 요즘 미니멀 라이프도 유행이에요. 덕분에 쓰지 않는 가구는 과감히 버리고 꼭 필요한 것만 남겨 나를 위한 공간, 가족을 위한 공간을 더 늘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는데요. 함께 동참하실래요? 집의 주인은 가구가 아니라 사람이니까요.


​제가 하는 일은 가르치는 일이에요. 이 책은 '가르치다'의 뜻이 배우는 일, 인내를 배우는 일, 울화가 치밀어도 꾹 참는 법을 배우는 일이라고 해요. 남다른 참을성을 키웠다면 이 어려운 일에 도전해도 좋다고 하는데요. 그 말에 공감이 돼요. 만약 그런 참을성을 키우지 못하고 도전한다면, 혹은 참을성이 점점 바닥나 버린다면 괴팍한 성격만 얻을지도 모르거든요.


​이렇게 재미난 단어 뜻풀이가 정말 많았는데요. 그중에서도 제 마음에 쏙 들어온 단어는 '계단'이었어요. '거꾸로 읽어도 같은 뜻. 한 단계 한 단계 착실히 밟고 올라갈 것. 열여덟 계단을 아홉 번에 올랐다고 자랑하지 말 것. 건너뛴 계단 몇 개가 계단을 내려와야 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으니.' 정말 우리 사는 세상이 이렇다면 좋겠다 싶었어요. 착실히 한 계단 한 계단 밟고 올라간 사람이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처음부터 열 개단 앞서 출발하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면 많지 않았으면 좋겠고, 또 한 번에 많이 올랐어도 그게 자랑스러운 세상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이렇게 저자는 단어마다 그 뜻을 사람 사는 이야기로 재미나게 풀어내고 있어요. 국어사전처럼 찾아볼 수 있게끔 단어를 가나다순으로 나열하고 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을 수도 있겠지만 특정 단어를 먼저 찾아볼 수도 있고, 잠깐 쉬는 시간에 짧게 읽을 수도 있는 책이었는데요. 그럼에도 의외로 완독하는 데 오래 걸리는 책이었어요. 읽는 것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렸거든요.


​<사람사전>, 사전이지만 딱딱하고 건조하지 않아요. 오히려 재미있고 의미 있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들어있어요. 그래서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가슴 먹먹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매번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돼요. 사람이라는 단어를 오랫동안 의미 있게 생각하게 하는 책이에요.


​'사람'

모든 생각의 주어.

모든 행동의 목적어.

모든 인생의 서술어.

인생 마지막 날까지 보듬고 가야 할 문장,

사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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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때려치우고 동네 북카페 차렸습니다 - 회사 밖에도 길은 있다, 행복 충만한 두 번째 인생 성황리에 영업 중!
쑬딴 지음 / 잇콘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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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다니는 회사에 과감히 사직서를 내던지는 꿈을 꾸곤 합니다. 그래도 한때 가장 큰 꿈이었으며 취업만 하면 모든 것이 술술 풀릴 것만 같은 시절이 있었는데 말이지요. 하지만 지금 하는 일이 나를 위한 것인지 회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는 날, 다람쥐 쳇바퀴 돌듯 정신없이 바쁜 날, 하는 일마다 잘 안된다 싶은 날들이 쌓이다 보면 '이렇게 살다가 인생 끝나는 것 아냐?', '설마 직장 그만둔다고 굶어 죽기야 하겠어'라는 마음으로 사직서를 쓸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 과장으로 40대 중반에 회사를 그만둔 '쑬 딴'처럼 말이지요.


'쑬 딴'은 한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과자회사를 16년 동안이나 다녔습니다. 그곳에서도 '수출'업무를 담당하며 중동과 아프리카, 서남아 지역을 다녔고, 두바이에서는 주재원으로 일하기도 했답니다. 정기 승진에서 누락된 적도 없고 금방 회사 사장까지도 될 줄 알 정도로 승승장구했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인사고과에서 납득할 수 없는 점수 D를 받고 인생이 바뀌어 버립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언젠가부터 꿈꾸어 왔던 북카페를 오픈하지요.


어쩌면, 회사가 다가 아닐지도 모른다.


<대기업 때려치우고 동네 북카페 차렸습니다>는 그런 그의 여정을 담은 책입니다. 사직서를 가슴에 품은 직장인에게 회사 밖에도 다른 길이 있다며 용기를 줍니다. 그리고 슬기롭게 회사를 그만두는 방법, 적은 자금으로 북카페를 차린 자신의 경험 등 실전에서 써먹을 기술도 알려줍니다. 그리고 부럽게 할 요량인지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지요. 그동안 꿈꾸던 일들을 하며 하루하루 반짝이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자신의 유유자적한 일과를 말이지요.


금의 저는 이렇습니다. 

제 자신을 인정하고 좋아해 주는 것,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내버려 두는 것. 

저의 첫 번째 목표이자 마지막 목표입니다.


사실 직장인의 생활도 자영업자의 생활도 다 장단점이 있어요. 그래서 자신에게 맞는 인생을 선택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다만 직장을 다니다가 자영업을 했던 저는 저자의 이런 여정이 이해가 되고 공감도 되었어요. 지금도 직장을 그만둔 것이 후회스럽지 않거든요. 나를 위한 인생이지 회사를 위한 인생은 아니잖아요. 그러니 만약 만족스럽지 못한 직장 생활 때문에 힘든 분들이 계신다면 저자도 말하고 있듯이 그만둔다고 죽는 건 아니라고, 아주 약간의 용기만 있다면 또 다른 인생을 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다만 저는 요즘같이 힘든 불경기에 북카페로 어떻게 생계를 유지할까가 궁금했어요. 그래서 그의 북카페 창업기가 인상적이었어요. 가끔 들려오는 지인들의 카페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큰돈이 들거나 특출한 능력이 필요해 보였거든요. 하지만 쑬 딴 저자의 창업기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을 정리할 때 색깔별로 정리한다는 말에 '어! 나랑 똑같이 이상한 사람이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작은 가게를 오픈하면서 법인으로 등록하는 것도 놀라웠고, 누구나 카페는 입지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 생각할 텐데 환기가 중요하다고 해요. 게다가 카페에서 커피와 술을 팔 생각을 해요. 안주도 없이 말이지요. 게다가 가게에 필요한 물건들도 지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더라고요. 컨셉을 정해서 인테리어를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요. 그래서 나도 모르는 편견이 내 앞을 가로막고 있었구나 싶었어요. 어쩌면 살아온 과정이 달라서 보는 시각이 다르고 해결 방법도 다르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그동안 카페 창업에 대해 생각해봤던 여러 생각에 수정을 하게 되더라고요.


혹시 회사가 당신을 괴롭히거나, 회사를 위해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한 번쯤 이 책을 읽어보시면 어떨까 해요. 생각보다 회사 밖 생활이 위험하지 않고 더 맞는 생활 일지도 모르니까요. 또 저처럼 카페 창업에 대해 궁금한 분들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그동안의 생각에 큰 전환을 겪을지도 몰라요. 과거의 저자처럼 지금 당장 실천하지 않더라도 지금 이 책이 미래의 재미난 인생을 살 기회를 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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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표류기 - 조선과 유럽의 운명적 만남, 난선제주도난파기 그리고 책 읽어드립니다
헨드릭 하멜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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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눈에 띄는 TV 방송이 생겼어요. 바로 tvN의 '요즘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인데요. 하필이면 가족들이 각자의 중요한 일로 바쁜 시간에 방송을 하더라고요. 차라리 좀 더 늦은 시간에 방송을 하면 볼 수 있을 텐데 그렇지 않으니 아쉽지만 '다시 보기'로 종종 챙겨 보고 있어요. 한 번은 그동안 궁금했지만 미처 보지 못하고 있던 '하멜표류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더군요. 그래서 저도 이참에 읽어보았어요. '지금이 딱 읽을 때야'라면서요.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 방송도서

하멜표류기


다들 잘 아시다시피 <하멜표류기>는 네덜란드 사람 '헨드릭 하멜'이 우리나라 제주에 표류하면서 겪은 일들을 엮은 책이에요. 그래서 당시 하멜의 상황과 그 여정에 대해서도 알 수 있지만 조선 사회의 풍속과 지리, 정치, 군사, 교육, 교역 등을 알 수 있는 자료가 될 뿐만 아니라, 조선을 최초로 서양에 알린 기록으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지요. 사실 이 책을 실제로 받고 너무 얇아 놀랐어요. 하멜이 13년간 조선에서 지냈기에 두꺼운 책일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번역만 문제없다면 재밌게 빨리 볼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요. 다행히 신동운 님의 번역으로 쉽게 접할 수 있어 좋았어요.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소속인 하멜 일행은 1653년 1월 네덜란드 텍셀을 출발해요. 타이완의 신임 총독으로 레세르를 데려다주는 길이지요. 인도네시아에서 스페르베르호로 갈아탄 일행은 드디어 타이완에 도착하고, 이제 일본으로 가라는 동인도 회사의 새로운 명령을 받아요. 하지만 바람이 심해 타이완 해협을 빠져나오지 못하다가 폭풍우에 휩쓸리고 마는데요. 제주 해안에서 난파당하고 64명의 선원 가운데 36명 만이 육지에 오릅니다. 이렇게 제주에 오게 된 하멜과 그 일행은 한동안 제주에 억류되는데요. 작은 배로 탈출 시도도 하지만 실패하고 맙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왕의 통지. 그러나 하멜 일행은 풀려나지 못하고 서울로 올라가게 됩니다. 그리고 나라의 중요한 정보가 새어나갈 것을 염려하는 조선의 방침에 따라 무기한으로 조선에 머물게 되지요.


조선을 최초로 서양에 알린 13년의 기록


사실 우리가 보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지곤 해요. 그래서 오히려 자랑거리나 문제점을 미쳐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책을 통해 외국인 특히 일본이나 중국이 아닌 서양인의 눈으로 본 조선의 모습을 알 수 있었으며, 그로 인해 미쳐 깨닫지 못한 조선의 모습을 볼 수 있어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어요.


먼저 <하멜표류기>는 서기인 하멜의 기록한 일지라서 날짜 순으로 기록되어 있는 짧은 일기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네덜란드에서 인도네시아와 타이완을 거쳐 일본으로 가는 이유와 여정, 제주에 난파당해서 우리나라에서 살게 되는 초반의 과정은 굉장히 상세히 기록되어 있으나 뒤로 갈수록 점점 1년을 열 줄 내외로 기록하는 등 짧아졌는데요. 마치 우리가 일기장을 새로 구입해서 기록하는 과정이 떠올라 웃음이 났어요.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하멜 일행이 일본으로 탈출하고 그곳에서 받은 질문에 답한 내용이었어요. '나가사키 부교의 질문과 우리들의 답변'이란 제목의 이 글은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었는데요. 우리와 달리 하멜 일행에게 마치 전쟁을 준비하기라도 하듯 제주의 위치와 제주에서 서울까지의 거리, 중국으로 가는 방법 등을 묻고 있었거든요. 사실 이 정도 정보라면 침략전쟁을 준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였는데요. 때문에 외국 문물을 빨리 받아들이기 시작한 일본과 달리 무조건 막으려고만 한 조선의 태도가 정말 안타깝게 느껴지는 대목이었어요.


또 책의 마지막에는 '조선국에 관한 기술'이라 하여 정치, 군대, 세금, 종교, 결혼, 교육 등 서양인의 눈에 비친 조선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담고 있었는데요. 과거 많은 나라들의 형벌이 현대보다 훨씬 잔혹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생각보다 훨씬 잔혹한 조선의 형벌이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그리고 여행자들이 숙박을 하는 방법도 흥미로웠는데요. 아무 집이나 찾아가서 쌀을 주며 하룻밤 묵기를 청하면 주인은 받은 쌀로 밥을 짓고 찬을 준비해 손님을 대접한다고 하더라고요. 이는 하멜 일행이 나라에서 받은 쌀로만 살아갈 수 없어 구걸로 생활을 꾸려 나가기도 하고 탈출용 배를 준비할 수 있었던 것과 함께 신기하게 다가왔어요. 안타까운 내용도 있어서 외국에서 들어온 담배를 8살 어린아이까지도 피웠다는 것이었는데요. 지금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이런 일을 과거에 했던 것처럼 어쩌면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돌아보게 돼요.


당시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서양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나라 조선. 그 때문인지 하멜이 네덜란드로 돌아가서 출간한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데요. 사실 외국인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많았을 텐데 한국인인 제가 봐도 너무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어 놀라웠어요. 요즘 tv에서 외국인이 출연하여 한국의 현재를 경험하고 그들의 느낌과 생각을 전하는 프로그램이 인기 있는데요. 이들 프로그램처럼 <하멜표류기>도 외국인의 눈으로 과거의 우리를 새삼스레 돌아보고 무심코 지나친 사실을 다시 생각하고 느끼게 하는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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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의 비밀스러운 밤 브라운앤프렌즈 스토리북 2
김아로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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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국민 캐릭터 브라운앤프렌즈의 인기가 외국에서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인터넷을 하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 한 캐릭터였기에 참 반가웠는데요. 이 캐릭터들이 총출동하는 스토리북이 있어 만나보았어요. 브라운앤프렌즈 스토리북 시리즈!


브라운앤프렌즈 스토리북은 총 다섯 권으로 출간될 예정인데요. 첫 번째 책인 최고의 친구 브라운의 진심을 전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을 담은 <브라운의 완벽한 고백>에 이어, 엉뚱 발랄한 샐리의 깜찍한 반전 라이프를 담은 <샐리의 비밀스러운 밤>이 최근 출간되었더라고요. 색상도 이쁘고 생김새도 너무 귀여워 애정 하는 캐릭터였기에 얼른 만나보았습니다.


인생은 샐리처럼!

신비스러운 샐리의 깜찍한 반전 라이프!


책의 저자 김아로미는 201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분이에요. 연극과 창작동화, JTBC 웹드라마 <힙한 선생>의 극본을 공동 집필하였다고 하는데요. 현재 영화와 드라마 극본을 준비 중이라고 해요. 샐리의 일상을 전하는 책 속 문장들이 깔끔해서 샐리와 참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어떤 영화, 어떤 드라마로 다시 이름을 보게 될지 궁금하네요.


언젠가 브라운앤프렌즈 친구들의 성격을 보면서 애정 하게 된 샐리. 귀여운 외모와 달리 반전 매력을 지녔다는 말에 끌렸었는데요. 책을 통해 이런 샐리의 엉뚱한 매력을 무한히 느낄 수 있었어요.


깜찍한 샐리가 들려주는 

인생을 즐기는 법!


새해가 되어 다들 새해 계획을 세울 때, 친구들과 달리 계획을 세우지 않는 샐리. 사실 "새해도 딱 작년처럼만 행복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샐리의 생각에 공감했는데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하루하루 건강은 나빠지고 그동안 바쁘게 살았지만 충만함은 느낄 수 없었던 어느 날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몇 해 전부터는 저도 '작년만큼만', '어제만큼만'을 생각하곤 하거든요.


샐리는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 준 친구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생일 음식을 가득해요. 그래서 친구들은 이 날 만큼은 정말 과식을 넘어 폭식을 하게 되는데요. '적당히'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엉뚱하지만 과하게 친구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어찌 보면 부담스러울까 봐 마음을 절제하는 저와는 참 다른 모습이라 너무 부러웠어요.


또 친구들과 오랜 계획 끝에 떠나게 된 여행에서는 비가 와요. 친구들은 모두 실망하는데요. 샐리는 전혀 개의치 않아요.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데로 놀고먹는 여행으로 탈바꿈시켜버리는 샐리. 덕분에 친구들은 계획하지 않아도 행복한 여행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죠. 뭐죠? 저는 나이를 한참 먹고 나서야 깨닫게 된 이 진리를 샐리는 타고난 듯 실천해요.


이렇게 엉뚱한 매력 가득 보여주는 샐리. 하지만 샐리도 보통의 다른 친구들과 똑같다는 걸 느끼게 해 준 것이 있었는데요. 바로바로 '걱정 다이어리'에요. 걱정거리가 있을 때 아무리 걱정해봤자 해결되지 않는 경험 많이 해 봤잖아요? 샐리도 해결되지 않는 걱정을 언젠가부터 다이어리에 적기 시작했데요. 그리고 덮으면 끝.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요. 그러면 어느새 그 걱정거리는 사라지죠. 저도 매일매일 걱정거리 한가득 안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은데요. 샐리처럼 '걱정 다이어리' 하나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머리로는 시간이 약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실천이 쉽지 않잖아요.


이렇게 반전 매력 가득한 샐리와 그 친구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샐리의 비밀스러운 밤>. 그중에서도 저는 '오싹한 호불호 씨의 저주'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앞서 이야기들을 보면서 뭐든 개의치 않고 하고픈 일에 쉽게 빠지기도 하고, 친구들과의 우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듯한 샐리가 의외로 그런 자신의 괴팍하다고 할만한 취향과 성격을 친구들이 싫어하지는 않을까 염려하는 것 같아 놀라웠어요. 반전 매력 속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이랄까요? 그런 샐리에게 뭐든 괜찮다는 브라운은 찰떡궁합! 그래서 언제나 브라운 있는 곳에 샐리가 있나 보다 싶었고, 이런 샐리가 더 친근하게 느껴졌어요.


샐리와 그 친구들의 재미난 일상 속에 들어가 볼 수 있었던 <샐리의 비밀스러운 밤>. 이제 브라운앤프렌즈 스토리북은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만들고픈 사랑스러운 열정 부자 코니의 <코니의 소중한 기억>, 도도한 패셔니스타 초코의 달콤 쌉싸름한 성장기 <초코의 달콤한 상상>, 브라운과 열 명의 라인타운 친구들이 모두 주인공이 되어 펼쳐 보이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로 가득한 <브라운과 친구들>의 세 권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이번에 만나본 책도 그랬듯이, 각 권마다 다양한 스타일의 멋진 그림이 가득이어서 라인타운의 개성 넘치는 친구들이 서로를 배려하며 사랑하는 모습이 궁금한 분들이라면, 브라운앤프렌즈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소장 가치 충분한 책이라 느껴집니다.


게다가 이 다섯 권의 책들은 모두 읽었을 때 서로의 이야기가 연결되어 또 다른 숨겨진 재미를 찾을 수 있다고 하니 다음 책들도 너무너무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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