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전 - 세상 모든 단어에는 사람이 산다
정철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카피라이터 정철의 <학교 밖 선생님 365>를 우연히 읽게 되었어요. 그전에도 노무현 카피라이터 정철이라는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정작 책은 처음이었는데요. 카피라이터의 글이라 그런지 깔끔했고, 사람에 관심이 많은 글이라서 그런지 마음에 와닿는 글이 참 많더군요. 보통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물신 느껴지는 글이었어요. 그래서 이번에 새로 나왔다는 <사람사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어요.


​세상 모든 단어에는 사람이 산다.


​이 책에 실린 모든 단어는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단어 하나하나 그 모양과 의미를 짚어보기도 하고, 사용법을 살펴보기도 하면서 우리네 인생사에 빗대어 이야기를 풀어내요. 그래서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돼요. 우리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돼요.


​아이가 늦으면 괜히 조바심이 나는 '걸음마'. 그래서 걸음마를 시작하면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는 손뼉을 치고 기뻐하고 아이는 더욱 신나게 걷기 시작하죠. 하지만 사실은 평생 걷는 것을 이제 막 시작한 거래요. 곧 잠시 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거래요. 그래서 살짝 슬퍼졌는데요. 우리 쉬는 것을 실패한 거라고 여기지 않도록 해요. 그냥 쉬는 그 자체로 소중하게 받아들이면 어떨까요.


​학교에 갈 땐 책 한 권만 넣어도 무거웠던 '가방'. 여행 갈 땐 온갖 짐을 다 쑤셔 넣어도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데요. 사실 예전에는 하기 싫어도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배웠고 그렇게 했는데요. 요즘 들어 다시 생각해보니 마음 가는 일만 하고 산다면 스트레스 없이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는 적지 않은 돈을 써가며 '가구'를 사서 서른 평 집을 단숨에 열 평으로 줄여놓고 흐뭇해한데요. 하지만 요즘 미니멀 라이프도 유행이에요. 덕분에 쓰지 않는 가구는 과감히 버리고 꼭 필요한 것만 남겨 나를 위한 공간, 가족을 위한 공간을 더 늘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는데요. 함께 동참하실래요? 집의 주인은 가구가 아니라 사람이니까요.


​제가 하는 일은 가르치는 일이에요. 이 책은 '가르치다'의 뜻이 배우는 일, 인내를 배우는 일, 울화가 치밀어도 꾹 참는 법을 배우는 일이라고 해요. 남다른 참을성을 키웠다면 이 어려운 일에 도전해도 좋다고 하는데요. 그 말에 공감이 돼요. 만약 그런 참을성을 키우지 못하고 도전한다면, 혹은 참을성이 점점 바닥나 버린다면 괴팍한 성격만 얻을지도 모르거든요.


​이렇게 재미난 단어 뜻풀이가 정말 많았는데요. 그중에서도 제 마음에 쏙 들어온 단어는 '계단'이었어요. '거꾸로 읽어도 같은 뜻. 한 단계 한 단계 착실히 밟고 올라갈 것. 열여덟 계단을 아홉 번에 올랐다고 자랑하지 말 것. 건너뛴 계단 몇 개가 계단을 내려와야 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으니.' 정말 우리 사는 세상이 이렇다면 좋겠다 싶었어요. 착실히 한 계단 한 계단 밟고 올라간 사람이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처음부터 열 개단 앞서 출발하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면 많지 않았으면 좋겠고, 또 한 번에 많이 올랐어도 그게 자랑스러운 세상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이렇게 저자는 단어마다 그 뜻을 사람 사는 이야기로 재미나게 풀어내고 있어요. 국어사전처럼 찾아볼 수 있게끔 단어를 가나다순으로 나열하고 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을 수도 있겠지만 특정 단어를 먼저 찾아볼 수도 있고, 잠깐 쉬는 시간에 짧게 읽을 수도 있는 책이었는데요. 그럼에도 의외로 완독하는 데 오래 걸리는 책이었어요. 읽는 것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렸거든요.


​<사람사전>, 사전이지만 딱딱하고 건조하지 않아요. 오히려 재미있고 의미 있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들어있어요. 그래서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가슴 먹먹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매번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돼요. 사람이라는 단어를 오랫동안 의미 있게 생각하게 하는 책이에요.


​'사람'

모든 생각의 주어.

모든 행동의 목적어.

모든 인생의 서술어.

인생 마지막 날까지 보듬고 가야 할 문장,

사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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